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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인천 민심 “돈 봉투 의혹 출마자, 좋게 보기는…”

[2024 총선_승부 결정짓는 최전선 42곳, 지금 민심]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4-03-2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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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수갑, 박찬대-정승연 세 번째 대결

    • 보수색 강한 옥련동 vs 진보층 많은 동춘동

    • 동·미추홀갑, 네거티브 공방 이어져

    인천 연수구 동춘동에서 태어나 동춘동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한 뒤 BYC사거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연수구 토박이 A씨. 50대 초반의 그는 “인천 연수갑의 민심을 들으러 왔다”는 기자의 말에 “누가 국회의원이 되든 시민들 삶에 얼마나 변화가 있겠느냐”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10여 분 동안 정치와 총선 등 다양한 화제로 얘기를 나눈 끝에 그는 “저쪽(국민의힘)에서 정승연이 나오면 민주당 최고위원 박찬대를 이기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이야기를 풀어냈다.

    “오랫동안 보수당을 찍어온 위 세대는 ‘인천의 강남’을 망친다며 친노(친노무현)나 민주당을 싫어했어요. 그래서 이곳에서 황우여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6대부터 19대까지 내리 4선을 지낼 수 있었죠.”

    ‘인천의 강남’은 연수구를 가리키는 말로, 인천에서 자본력이 가장 높은 지역이란 의미가 담겼다. 현재 연수구는 구도심(옥련동~청학동, 유원지), 신도시(연수동~동춘동, 1990년대 신도시), 송도국제도시가 뚜렷한 경계를 두고 한데 모여 하나의 구를 형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에 따라 경관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연수역에서 연구수청으로 이어지는 BYC사거리가 연수구의 대표 중심지다.

    현재 국회 선거구상 연수구는 갑과 을로 나뉜다. 연수구 갑의 관할구역은 옥련1·2동, 선학동, 연수1·2·3동, 청학동, 동춘1·2·3동이다. A씨가 나고 자란 동춘동은 1990년대 건설된 신도시 중 하나로 중산층과 상류층이 두텁고 교육 수준이 높은 동네다. 원래는 평범한 농촌 지역이었으나 1980년대 후반 정부가 주택 대량 보급을 추진하면서 동춘동, 청학동, 선학동 일대에 한국토지공사가 주도한 연수택지개발지구사업이 전개됐다. 이때 동춘동에 대단지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면서 인천 대표 부촌으로 떠오르게 됐다. 이어지는 A씨 설명이다.

    ‘인천의 강남’ 자존심 상하게 한 발언

    인천 연수구는 '인천의 강남'이라 불릴 정도로 번화한 곳이다. 사진은 인천 연수구 청학동 청능대로 사거리. [김건희 기자]

    인천 연수구는 '인천의 강남'이라 불릴 정도로 번화한 곳이다. 사진은 인천 연수구 청학동 청능대로 사거리. [김건희 기자]

    “인근에 송도국제도시가 개발되면서 그 위상이 옛날 같지는 않죠. 그래도 이 동네는 여전히 살려는 사람이 많아서 인기가 높은 편이에요. 송도가 가까운 데다 도시계획부터 도로, 교통 정비가 잘돼 있어 송도 직장인 실수요층이 탄탄하죠.”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인식되던 지역 민심은 20대 총선부터 급변한다. 연수구가 단일 선거구에서 갑·을로 분구되면서다.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선 정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에선 박 후보가 각각 공천을 받았다. 국민의당에선 진의범 후보를 공천했다. 야권 후보 2명에 여당 후보 1명인 데다 단일화까지 무산돼 중도-진보 진영은 박찬대와 진의범 두 갈래로 표심이 양분되는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개표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정 후보(40.28%)와의 초접전 끝에 박 후보(40.57%)가 당선되며 보수 텃반으로 여겨지던 곳에서 민주당계 정당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A씨는 “만약 야권 후보단일화가 이뤄졌다면 더 큰 차이가 날 수도 있었다”며 “인천 연수구가 보수 텃밭이 아니란 걸 보여주는 시그널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달라진 연수구 민심은 4년 후 뚜렷하게 드러났다. 박 후보와 정 후보의 두 번째 맞대결이 성사된 21대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대한 연수구 주민들의 마음이 냉랭해진 결정적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정 후보가 당시 같은 당 유승민 의원이 격려 방문했을 때 “인천 촌구석까지 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발언해 지역구 비하 발언 논란에 휩싸인 것. 결국 ‘인천 촌구석’ 발언은 1만2000표 차로 박 후보가 재선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되고 말았다. 이어지는 A씨의 말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인천의 부촌에 산다는 자부심이 강하단 말이에요. 인천 연수구를 ‘촌구석’에 비유하는 희대의 망언을 내뱉었으니 정 후보를 곱게 볼 리 없죠. 촌구석 소리를 듣고도 뽑아주면 우리가 뭐가 되겠어요?”

    문재인 정부 이후 연수갑은 보수 강세로 회귀하는 양상을 보였다. 2022년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6.6%포인트(1만6322표) 큰 격차로 패했기 때문이다. 그해 지방선거에서도 유정복 인천시장, 이재호 연수구청장이 각각 당선하며 국민의힘이 선전했다. 일각에선 종합부동산세 폭탄 등 부동산정책에 분노한 민심이 보수당으로 결집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2대 총선에선 여야의 재건축 공약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동춘동은 과거 대거 들어선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 연한이 차차 다가오고 있어 재건축 시장의 큰 관심을 받는다. 원래 동춘동은 군사시설보호구역에 포함돼 있어 기존 구축 아파트는 저층으로 건설될 수밖에 없었다. 2006년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로 고도 제한이 사라지면서 재건축 시 사업성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연수갑 탈환을 꾀한다. 이번에도 연수갑은 박 후보와 정 후보가 각각 단수공천으로 세 번째 리턴매치를 준비하고 있다. 22대 선거구 확정안에 따르면 연수갑은 옥련1·2동, 동춘1·2·3동 등 원도심으로 채워졌다. 현재 여야는 선거구 변동에 따른 유불리를 따지느라 분주하다. A씨는 “보수색이 강한 옥련동과 상대적으로 진보층이 많은 동춘동이 총선 결과를 좌우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후보들은 치열한데 시민들은 미지근

    인천 동구 송현동의 동인천역 일대. [김건희 기자]

    인천 동구 송현동의 동인천역 일대. [김건희 기자]

    인천에서 연수갑만큼 상징성이 높아 여야 모두 전력을 집중하는 지역이 동·미추홀갑이다. 전통적으로 보수당이 강세를 보이지만 21대 총선에서 허종식 민주당 후보가 전희경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를 꺾으며 당선돼 이목을 끌었다. 22대 총선에선 현역 허 의원과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심재돈 후보(국민의힘)가 맞대결을 펼친다.

    그러나 유권자의 시선은 곱지 않다. 공식 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네거티브 공방을 벌이고 있기 때문. 허 후보가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수수 의혹으로 기소된 사실을 심 후보가 지적하며 “부끄러운 줄 알라”며 일갈하자 허 후보는 심 후보가 검사로 일하던 당시 강압 수사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공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동·미추홀갑의 총선 후보들이 네거티브 공방을 벌이며 뜨거운 열기를 보인 것과 대조적으로 시민들은 차분한 모습이었다. 40대 주부 이희정 씨는 “모바일 뉴스에 정치, 선거 얘기가 자주 올라와 총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뿐 어느 후보가 어떤 공약을 내놓았는지를 알아보려 할 만큼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지는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 지역구의 현역의원이 최근 불거진 돈 봉투 의혹으로 피의자로 취급당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해 공천받는 문제로 동네가 조금 어수선했다”고 전했다. “선거에서 이 사건이 어떻게 작용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는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는 후보를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신동아 4월호 표지.

    신동아 4월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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