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욱 부산 수영구 의원(국민의힘)은 총선을 치른 소감을 묻자 “기쁨보다 막중한 책임감이 크게 다가온다”면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정 의원은 1965년 부산 출생으로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한 후 30년 넘게 언론인으로 살았다. 1991년 입사한 동아일보에서 정치부장, 논설위원 등을 역임하고 종합편성채널 채널A에선 보도본부 부본부장, ‘정연욱의 쾌도난마’ 앵커로 활약했다.
정치에 입문한 건 1월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다. 그는 원래 부산 진구을 지역구 경선에 출마했다가 현역 이헌승 의원에게 패했다. 이대로 끝나는가 싶더니 장예찬 후보가 과거 발언으로 공천 탈락하면서 3월 18일 그의 지역구이던 부산 수영구 후보로 전략 공천된다. 장예찬 후보는 무소속으로 같은 지역구에 출마한다. 보수표가 분열되는 3파전 구도이다 보니 유동철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승리가 예측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정 의원은 과반인 5만1092표(50.33%)를 얻어 유동철 후보(4만1088표·40.47%)와 장예찬 후보(9328표·9.18%)를 너끈히 제쳤다.
“거대 야당, 면죄부 받았다고 착각해선 곤란”
당선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수영구는 원래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지만 보수 후보가 2명이어서 유권자들도 고충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주민들이 전략적으로 판단해 공식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덕분에 내가 50% 넘게 득표한 것 같다. 보수 후보 단일화 얘기가 나왔지만 공천이 취소돼 탈당한 사람이 공당의 공식 후보와 단일화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재명 대표가 수영구를 방문해 선거전이 격렬해진 것도 표심 결집에 한몫했다. 선거전이 뜨거워질수록 당 대 당 구도가 선명하게 부각되니 무소속 후보는 버티기 힘들다.”
경선 패배 직후엔 어떻게 버텼나.
“현역 프리미엄을 넘기가 쉽지 않을 거라 예상은 했다. 결과에 동요하지 않았다. 마음을 비울 때라 여겼다.”
갑자기 결정된 수영구 공천으로 선거를 준비할 여력이 충분치 않았는데.
“공천되자마자 바로 선거에 뛰어들었다. 상황이 긴박했지만 당원 동지들과 지지자들 덕분에 조직 정비와 캠프 인력 구성을 빨리 끝낼 수 있었다. 정말 큰 도움이 됐다. 공천을 받은 다음 날부터 4월 9일 자정까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날이 23일이었는데 우리끼리 ‘23일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23일 동안 제로 상태에서 시작해 당선까지 끌어낸 것이 기적에 가까워서다. 23일 중 하루도 잠을 3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 그만큼 결과를 장담하기 힘든 처지라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었다.”
캠페인 전략이 창의적이라는 평이다. 어땠기에?
“후보 얼굴을 대문짝만 하게 찍는 고전적 방식에서 벗어나 사람 얼굴을 빼고 까만 바탕에 기호 2번만 크게 쓴 홍보물을 돌렸다. 짧은 기간에 정연욱을 알리는 건 무리여서 기호 2번 후보를 찍어달라고 호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선거운동이라 판단했다.”
그는 지역구에서 해결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광안리 관광 명소화’를 꼽았다. “광안리 해변은 단순한 관광자원이 아니다. 주변 상권 활성화, 젊은이 일자리 창출과도 연동돼 있다. 해변 업그레이드가 절실하다. 2028년까지 500억 원 정도 예산을 투입해 광안리를 관광 명소로 만들 사업 계획이 이미 마련돼 있다.”
국회의원으로서 포부가 뭔가.
“국회의원은 하나의 헌법기관이니만큼 그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정치가 정치다울 수 있도록 만드는 일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 의석이 절대 부족해서 국정 운영 자체가 어렵다고 하지만 세상 민심은 한 방향으로만 가지 않는다. 이재명 당과 조국혁신당이 선거 결과만 믿고 관련된 여러 의혹과 사법 리스크까지 면죄부를 받았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힘도 바뀌어야 한다. 야당의 선동과 비판에 휘둘리지 말고 보수다운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우리가 할 일을 긍정적·적극적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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