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선은 위선·무능·독선·비타협 심판
“나도 사람인데…피눈물 많이 흘렸다”
국민의힘과 통합? 내가 ‘호랑이굴’에 들어가는 이유
“김종인, 저분은 왜 저럴까 싶다”
오죽하면 짐승이라고 했겠나
윤석열 3지대 창당하든 안 하든 야권 뭉쳐야
야권 혁신→범야권 대통합→정권교체
“정권의 심장에 심판의 비수를 꽂지 않고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결자해지(結者解之)의 각오로 야권 전체가 이기는 선거를 하겠다.”
지난해 12월 20일 전격적으로 서울시장 선거전에 뛰어든 안철수(59) 국민의당 대표의 출사표는 위나라를 치기 위해 전장으로 향하던 제갈량의 비장한 각오를 보여주는 듯했다. 국민의 호응도 좋았다. 각종 여론조사에 ‘여당 후보를 이길 가장 확실한 야권 후보’로 자리매김했고, 출마를 주저하던 제1야당 후보들에게도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정치는 바람이라고 했던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투기 의혹 등으로 국민의 눈은 제1 야당으로 쏠렸다. 야권의 ‘반(反)문재인’ 구심점도 안 대표에게서 국민의힘으로 서서히 이동했고, 결국 후보 단일화 패배 이후 안 대표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도와야 했다.
“직(職)은 중요하지 않다. 야권 통합과 정권교체라는 업(業)을 위해 매진할 뿐”이라는 안 대표를 4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만났다. 인터뷰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시작했다.
- 서울시장 후보 출마 선언 이후 4개월이 훌쩍 지나갔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야권 후보가 여당 후보를 확실하게 이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제가 12월 20일 출마 선언을 한 뒤부터 분위기가 바뀌었고, 야권이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오세훈·나경원 후보가 출마를 결심하게 됐고 함께 경선을 치렀다. 3월 초 이전까지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양자 대결에서는 저만 이기고, 국민의힘 후보들은 지는 상황이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투기의혹 사건이 터지자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했고, 저와 오세훈 후보 모두 여당 후보를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아무래도 큰 정당(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유일하게 여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저를 밀어주다가 둘 다 이기는 걸로 나오니 소속 정당 후보를 밀어줬다. LH 사태가 결정타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대선 유세 일정과 문재인 대통령의 책 내용을 보여주며 2012년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돕지 않았다는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지호영 기자]
“LH 사태가 결정타였다”
- 오세훈 후보와의 경선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말이 나왔는데.“경선 과정에서 (국민의힘의) 불합리한 요구가 있었다. 어떻게 보면 저와 그전 금태섭 후보가 단일화 경선을 할 때나 국민의힘 내부 단일화 경선을 할 때 모두 무선전화 100% 여론조사를 했다. 여론조사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안심번호를 쓰고 있었는데, 안심번호는 100% 무선이다. 오 후보 측은 정작 나경원 후보가 유선전화 여론조사를 요구할 때는 안 받아주더니 저와 경선할 때는 유선전화 조사를 들고나왔다. 비합리적이고 불합리한 요구였다. 그러면서 시간을 끌더니 결국 후보 등록 시한(3월 18~19일)을 넘겼고, 시간을 더 지체하면 후보단일화가 안 되겠다는 생각에 뭐든지 다 받겠다고 했다.”
안 대표 말처럼, 진통을 거듭하던 단일화 협상은 안 후보가 3월 19일 오 후보가 주장하는 ‘유선전화 10%를 받겠다’고 하자, 오 후보는 ‘무선전화 100%를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급물살을 탔다. 양측은 무선전화 100%에 경쟁력·적합도 조사를 50%씩 합산하는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 두 후보가 서로 양보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은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내가 양보했다’며 우호적인 여론 형성을 위한 포석이란 분석도 있었다.
“내가 서울시장에 출마한 것도 누가 당선되느냐가 아니라 야권이 이기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야 정작 중요한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 야권이 이기려면 후보 단일화가 필수인데, 후보단일화가 안 되길 바라는 사람들이 야권 내에도 있었고 여권은 말할 것도 없이 많았다(웃음). 야권 후보단일화로 여당 패색이 짙어지니 여권 지지자들 결집이 안 됐고, 투표장에도 많이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박영선 후보는 거의 40%(39.2%, 오세훈 57.5%)를 받았다. 단일화 불발로 ‘3자 대결’(박영선, 오세훈, 안철수)을 했으면 박 후보는 더 많이 득표했을 거다. 그런데 3자 대결에서 이긴다고 주장하니 그거 참….(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야권 후보단일화 없이 ‘3자 구도’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며 ‘마이웨이론’을 띄웠다).
- 경선 패배 이후 서울·부산시장 후보 유세 지원에 열심이었는데.
“법정선거일 13일간 20회 정도 유세를 했다. 비 오는 날에도 비옷을 입고 도왔고, 지각이나 결석하지 않았다(웃음).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유세를 위해 부산에도 갔었고, 강북구 서울시의원, 구리시 경기도의원 유세도 참여했다. 지원 유세를 한 4명의 후보 모두 당선됐다.”
“나도 사람인데…피눈물 많이 흘렸다”
- ‘직접 후보자가 돼 유세 마이크를 잡아야 했는데’ 하는 생각은 안 들었나. 만감이 교차했을 거 같은데.“나도 사람인데 왜 그렇지 않겠나. 속으로 피눈물 많이 흘렸다(웃음). 솔직히 말씀드리면 얼굴을 가려 준 마스크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 마스크 도움?
“저는 평생 ‘직(職)’보다는 ‘업(業)’이 중요하다고 믿고 살았다. 어떤 직(자리)을 가지느냐가 아니라 어떤 일(업)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저는 의사 출신이지만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전문가로 산 것도 직보다는 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선거도 야권이 이기는 ‘업’이 중요하지 서울시장이라는 ‘직’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다. 서울시장에 대한 마음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결국 이루려고 했던 업은 야권 승리였기에 피눈물이 나도 속으로 참았다.”
-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오세훈 59.0%, 박영선 37.7%)를 봤을 때 심정은 어땠나.
“여당 후보를 압도적으로 이긴 게 중요했고 만족했다. 개표 결과(오세훈 57.50%, 박영선 39.18%)도 18%포인트 정도 차이가 났는데,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런 큰 표 차이가 난 적은 없다. 야권 후보단일화 과정을 거쳐 열심히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함께 만든 결과 아닌가. 저는 최종 후보가 못 됐지만 저를 지지하던 2030세대와 무당층 지지자 대부분이 오 후보를 지지했으니 제가 이루려고 한 일을 이룬 거다. 가능하면 큰 차이로 이겨야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 1%라도 더 야당 후보가 득표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 합당 후 경선에 나섰으면 시장에 당선됐을 수도 있었는데….
“뭐, 어쨌든 지금까지 문재인 정권이 제대로 심판받지 않았지 않았나. 문 정권이 4년 동안 보여준 건 무능이었다. 뭐 하나 해결을 못 했다. 코로나19 백신조차. 그다음이 위선, 독선, 비타협, 도덕적인 파탄…. 이런 것들을 이번 기회에 국민이 심판한 거다. 이후는 대선인데, 대선은 미래에 대한 ‘전망 투표’니 과거에 대한 평가는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2012 대선의 추억과 분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대선 유세 일정과 문재인 대통령의 책 내용을 보여주며 2012년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돕지 않았다는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지호영 기자]
“에휴…. 어떤 분들은 ‘예전과는 달라졌다’ ‘이번에는 열심히 도왔다’고 말하더라. 기가 막혔다.”
한숨을 내쉬던 안 대표는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는 역대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서 단일화나 경선에서 떨어진 후보가 최종 후보자 선거 유세를 지원한 사례를 정리한 표(사진참고)를 보여줬다. 2002년 16대 대선 당시 정몽준 (국민승리21) 후보는 6차례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 지원 유세를 했고,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한나라당 경선에서 진 박근혜 후보(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가 10차례 이명박 후보 지원 유세를 한 것으로,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안 대표가 문 대통령을 40회가량 지원 유세를 한 것으로 돼 있었다.
“정치를 잘 모르는 초년 기자라면 이해를 하는데, 중견 기자라는 분들도 2012년 대선에서는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돕지 않고 선거 당일(12월 19일) 미국에 갔다고 한다. 그러니 한숨이 나온 거다. (휴대전화 화면을 키운 표를 보여주며) 저는 2012년 12월 7~18일 사이 40회가량 지원 유세를 했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이렇게 열심히 도와준 경선 상대가 있었나. 대선후보도 양보하고, 이겼을 때 부담 안 주려 했던 사람을 완전히 망가뜨리고 자신의 대선 패배 책임을 도와준 사람(안철수)에게 전가한 거다. 오죽하면 내가 (문 대통령을) ‘짐승보다 못하다’고 했겠나.”
19대 대선을 앞둔 2017년 1월 문 대통령이 출간한 책(‘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에는 2012년 안 대표 출국에 대해 “제가 안철수 의원이 아니니까 그 이유는 알 수 없죠. 그건 그분의 몫 아니겠습니까”라고 적혀 있다. 당시 안 대표 출국이 논란이 되자 안 대표는 “동물도 고마움을 아는데,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짐승만도 못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 그런데 왜 2012년 당시 안 대표의 출국을 두고 민주당 지지자들은 비판할까.
“그러니까. 자꾸 그걸 비판하던데, 저는 당시 출국 전에 문재인 후보와 얘기를 나눴다. 문 후보가 당선됐을 때 서울에 없는 게 제가 ‘백의종군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쪽에서도 너무 좋아했다. 그래서 선거일(12월 19일) 오전 투표하고 오후 6시까지 기다려 투표율이 높은 걸 보고 한국을 떠났다. 그런데 이후에 ‘안 도와줬다’ ‘흔쾌히 돕지 않았다’고 하더라. 문재인 대통령의 2013년 책(‘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도 ‘선거 당일 출국하는 것도 안 후보가 사전에 저(문재인)에게 연락을 해줬고, 필요할 경우 연락 채널도 알려줬습니다. 특히 제가 승리할 경우 공공정부나 연정 구성 같은, 예상되는 민감한 논란의 중심에 그가 직접 서게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저는 이해했습니다’라고 기술돼 있다. 그런데 2017년에 낸 책(‘대한민국이 묻는다’)에는 완전 딴판으로 쓰여 있더라.”
“김종인, ‘저분은 왜 저럴까’ 싶다”
이 즈음 기자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최근 발언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김 전 위원장은 안 대표가 오세훈 시장 당선을 “야권의 승리”라고 한 데 대해 “(안 대표가) 야권의 승리라 말하다니 건방지다. 국민의힘의 승리”라거나, “(안 대표는) 대선 후보 욕심이 딱 보이는 것 아닌가.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엉망이 된다”는 등 혹평을 이어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의 “야권 승리” 발언을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이 ‘무슨 야권의 승리냐 국민의힘 승리지’라고 하셨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그 판단은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이 하는 거다. 국민이 누구의 승리로 바라보느냐에 달린 거지, 특정 정치인이 주장한다고 사실 자체가 바뀌는 건 아니다.”
- 김 전 위원장은 왜 이런 발언을 한다고 생각하나.
“정치인이니까 다음 선거에서 어떤 노림수는 있을 수 있겠지만…지금 생각해 보면 (노림수가) 잘 떠오르지 않는데 ‘저분은 왜 저럴까’ 싶다. 정치적 경륜이 많다 보니 본인이 정치활동을 하면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지 않나. 거기에 따라 행동하시니 어떤 목적이 있는 거라고 판단한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 창당과 관련한 ‘대권용 발언’이라고 보나.
“저도 정치인이지만, 정치인들이 여의도에 너무 오래 있다 보면 착각하는 게 있다. 눈앞의 상대방을 상처 내고 두들겨 눕히면 자기가 이긴다고 생각하는 착각이다. 사실 정치라는 경기에서 심판은 국민이다. 국민이 보기에 쓰러진 사람이라고 해도 ‘저 사람은 정당하게 싸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팔을 들어준다. 여의도에 있는 사람들은 그걸 잊어버리더라. 무조건 앞에 있는 사람 험담하면 자신이 이기는 줄 아는데, 판단은 국민이 해준다. 비단 김 전 위원장 경우만 말하는 게 아니라 여의도 전체가 그렇다.”
- 안 대표의 대권가도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연대 가능성은 어떤가. 김 전 비대위원장은 안 대표의 연대 가능성에 “아무 관계도 없는데 안 대표가 마음대로 남의 이름 가져다가 얘기했다. 합쳐질 수 없다”고 단언했다.
“다른 분들 생각을 내가 어떻게 알겠나. 어쨌든 서울시장 보궐선거처럼 야권은 단일 후보가 결국 본선에 출마하는 걸로 수렴돼야 한다고 본다. 그 과정이 한 정당에서 모두 대통합이 될지, 3지대에 윤 총장이 머물면서 지금의 야당 후보와 단일화 과정을 거칠지 그건 알 수 없다. 그 문제는 전적으로 윤 전 총장 쪽에 달린 거 같다. 확실한 건 야권 단일화로 싸워야 한다는 거다. 지방·중앙·의회 권력 모두 가진 여당이 대선에서는 굉장히 무리하게, ‘드루킹’보다 더한 일도 벌일 수 있다고 본다. 재보선이 끝이 아니라 시작인 이유다.”
야권 혁신→범야권 대통합→정권교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야권 대통합은 생각만 같으면 시기와 방법은 문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호영 기자]
“야권 입장에서 제일 걱정되는 게 선거 4연패의 한을 풀었다고 해야 되나, 유권자들이 문재인 정권 실정에 대해 심판을 했는데, 우리가 야권을 이렇게까지 몰아줬는데 하면서 이제 시선이 야권으로 옮겨간다. 10개월 남은 대선 때까지 야권이 제대로 바뀐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거나 높아진 국민 기준에 맞추지 못하면 다시 심판받는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이기고, 대선에서 지는 거다. 거기에 대해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국민의힘을 포함한 야권이 절대 교만해지면 안 된다. 선거가 끝이 아니고 다시 시작이다. 그래서 지금 중요한 게 야권 혁신, 범야권 대통합, 그리고 정권교체다. 무슨 역할을 하든 내년 3월 9일(대선일)까지 그 세 가지를 이루는 데 집중하겠다. 야권의 사람들이 모두 같은 마음이어야 가능하다.”
- 말을 뱉으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렇게 살았다. 신뢰를 지키고 약속은 지킨다. 정치권에서는 그런 걸 많이 악용하더라.”
- 악용을 한다?
“예를 들면 이미지 조작이다. 사람이 선하게 보이니까(웃음) 유약하다는 이미지 조작들 말이다. 지난해 3월 초 대구에서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확산됐을 때 목숨 걸고 대구로 자원봉사를 간 사람이 약한 사람인가. 목소리 큰 정치인들은 벌벌 떨면서 대구에 가지도 않았다. 자원봉사할 때 대구에서 모텔 생활하면서도 최소한 정치인 몇 명은 내려올 줄 알았다. 한 사람도 안내려오더라. 그런 내가 유약한가. ‘드루킹 사건’에서도 잘 드러나지 않았나. 당시 나는 이미지 공격의 집중 타깃이었다. 당시 네이버에서 ‘많이 본 기사’ 중 나를 왜곡하고 비판한 기사들을 ‘상위 10위 기사’에 올려놓고 댓글 중 나를 공격하는 댓글에 ‘좋아요’를 계속 눌렀다. 2017년 대선에서 내가 문재인 후보를 앞서기 시작했을 때 ‘매크로’를 시작해 나의 지지율은 쭉 떨어졌다. 드루킹으로 완전히 왜곡해 버린 거다. 이런 왜곡 탓에 중견 언론인들도 대부분 역사적인 사실을 잘못 기억하고 있더라.”
‘드루킹 사건’은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이다. 경제적공진화모임 대표 김동원(드루킹) 씨 등이 김경수 당시 민주당 의원(현 경남지사)과 공모해 인터넷에서 각종 여론조작을 한 혐의로 불거진 사건이다. 김경수 경남지사의 1·2심 판결문에는 이른바 ‘드루킹’ 일당이 2016년 12월~2018년 2월 안 대표 관련 뉴스 댓글 118만6602개에 모두 8833만3570개의 공감·비공감 신호를 보냈다고 적시돼 있다.
- 국민의힘과 합당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어제(4월 12일)부터 시작해 당원들과 당직자 의사를 묻고 있다. 다음 주말정도까지 대구와 광주 등 지방으로 가 의견을 취합한다. 국민의힘도 내부적으로 그런 과정을 밟겠다고 했다.
오늘 아침에 주호영 대표가 전화해서 국민의힘도 내부 의견을 모으고 있으니 다음 주까지 알려주면 좋겠다고 하더라. 우리 스케줄과 비슷하다. 일부 언론에는 내가 합당에 ‘주춤’하는 것처럼 이미지 조작을 한다. 개인 사당이 아니고 공당인데 내부에서 거쳐야 할 과정이 있다. 하루 만에 대표가 결단할 일이 아니다.”
국민의힘과 합당?…“뭣이 중헌디”
- 금태섭 전 민주당 제3정당 필요성을 주장한다.“모두가 기득권을 버리고 혁신하고 변화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지금 국민의힘은 야당인데 기득권 이미지가 있다. 행동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 전해 듣기로는 내가 ‘빨리 합당하자’고 한들 국민의힘 내부에서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고, 초·재선들 의견도 다르다고 한다. 우리가 먼저 의사결정 하는 것보다 국민의힘 내부의 의견 통일이 중요하다.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 대통합이라는 생각만 같으면 시기와 방법은 문제 되지 않는다. 마음을 모아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거기에 관심을 둬야지 왜 빨리 안 하느냐고 해서야…. ‘뭣이 중헌디’(웃음).”
- 2014년 민주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 당시 안 대표는 ‘신동아’ 인터뷰에서 “호랑이를 잡으려고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고 했다. 이번 합당도 비슷한 심정인가.
“그때와는 조금 다르다. 그때는 부정부패 정치, 패거리 정치 그다음에 왕처럼 군림하는 정치, 이런 것들을 바꾸는 새정치를 하겠다고 생각했다. 공익에 봉사하는 정치의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는 것, 문제를 해결하는 중도 실용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3당(새정치연합)을 창당해 시작하려고 했는데, 김한길 당시 민주당 대표가 ‘그럴 생각이면 현재 제1, 2당 중 하나를 바꾸는 것도 방법 아니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래서 민주당에 들어갔는데, 도저히 바꿀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나의 역량이 부족한 탓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와서 국민의당을 창당한 거다. 지금은 문재인 정권을 바꾸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보기 때문에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는 마음이다. 호랑이를 때려잡고 주인이 되겠다는 것보다는 힘을 합쳐서 정권교체를 이루는 데 헌신하겠다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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