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사업가로부터 청탁을 받고 총 10억1000만 원의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정치자금법 위반)로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에 대해 9월 27일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뉴시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9월 2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 전 사무부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 김상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 전 사무부총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9월 30일 오전 10시에 진행한다.
검찰은 이 전 사무부총장이 2019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원 등에게 청탁해 정부지원금 배정, 마스크 사업 인허가,공공기관 납품 및 임직원 승진 등을 알선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사업가 박모 씨에게 수십 회에 걸쳐 9억5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2020년 2~4월에는 박 씨로부터 21대 국회의원 선거 비용 명목으로 3억50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이 전 사무부총장이 받은 금액을 총 10억1000만 원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사무부총장이 각종 청탁과 관련해 받은 돈과 선거 비용으로 받은 돈이 일부 중복되기 때문에 총 수수금액은 10억1000만 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씨 측은 검찰조사에서 이 전 사무부총장이 정‧재계 유력 인사들과 친분을 과시하며 금품을 받아갔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씨는 수사팀에 그간 이 전 사무부총장과 나눈 대화가 담긴 녹취파일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사무부총장 측은 박 씨 측과 돈이 오간 것은 사실이나 단순 채무관계라고 말한다. 박 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7억 원을 빌린 뒤 5억 원을 갚은 상태인데, 박 씨가 돌연 이자 등을 이유로 10억 원 가량을 요구하며 소송이 벌어졌다는 주장이다.
이 사건과 별개로 이 전 사무부총장은 3월 9일 재보궐선거에서 선거운동원에게 규정을 초과하는 수당을 지급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9월 8일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이장현 부장검사)는 이날 이 씨 등 10명을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정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당시 서울 서초구 갑 지역위원장이었던 이 전 사무부총장은 공천권을 이용해 서초구 구의원 출마 예정자들을 수족처럼 부린 것으로 전해진다. 구의원 출마 예정자 중 하나가 이 전 사무부총장의 지시를 받아 자비를 털어 임금을 주고 미등록 선거운동원을 모집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공직선거법상 등록된 선거운동원 외에는 자원봉사자다. 이들에게 금품이나 음식물을 제공하면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선관위는 이 전 사무부총장과 구의원들의 메신저 내용을 토대로 이 같은 정황을 확인, 검찰에 고발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4번 낙선에도 당내 중직 맡아
이 전 사무부총장은 1962년 전북 군산 출생으로 군산여고, 원광대 국어교육학과를 거쳐 MBC PD수첩 취재리서처로 근무했다. 민주당에 영입된 뒤 2016년 제 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서울 서초갑 지역구에 출마, 낙선했다. 이후 2017년 대통령선거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부본부장, 2022년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 선대위 부본부장을 지냈다.그는 서초구에서만 총 4번을 출마해 4번 낙선했다. 2016년 총선 2년 뒤인 2018년 제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는 서초구청장에 출마했으나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당시 서초구청장)에게 밀렸다. 당시 민주당 후보로는 서울시에서 유일하게 낙선했다. 낙선했음에도 2019년 1월 민주당 서울 서초구 갑 지역위원장에 선임됐다.
2020년 제 21대 총선에서는 서울 서초구 갑 선거구에 출마. 윤희숙 전 의원과의 경쟁에서 고배를 마셨다. 2022년 3월 9일 재보궐 선거에서는 조은희 의원(8만4364표)과 재대결했으나 세 배가 넘는 표 차이(2만8399표)로 패배했다. 연이은 낙선으로 6월 1일 제 8회 지방선거에서는 서초구청장에 나서지 않았고, 서초구 갑 지역위원장도 내려놓았다.
이 사무부총장은 지난해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당 순회경선에서 진행을 맡아 당원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이 사무부총장은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수차례 낙선에도 사무부총장, 대선 선대위부본부장 등 당내 요직을 맡을 수 있었던 이유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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