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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대한민국 건설의 최전선을 가다

“생태조경은 도시인에게 자연 되돌려주는 봉사”

한설그린 한승호 대표

  • 최호열 기자 │honeypapa@donga.com

“생태조경은 도시인에게 자연 되돌려주는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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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조경 자재 개발…옥상, 지붕, 벽면, 지하 등 영역 넓혀
  • ● ‘자랑스러운 조경인상’ ‘자연환경대상’ 휩쓸어
  • ● 녹색도시 건설에서 녹색도시 유지·관리로
  • ● “공공공사 실적공사비 제도 개선 절실”
  • ‘건설산업’ 하면 대형 종합건설업체를 떠올린다. 하지만 대형 건설사로부터 공종별 하도급을 받아 건설 현장 최일선에서 실제 시공하는 ‘전문건설업체’야말로 우리 건설산업을 실질적으로 떠받치는 주역이다. 대표적인 전문건설업체를 찾아 우리 전문건설 기술의 우수성을 살펴보고, 그들의 애환을 통해 건설업계의 구조적 문제점을 짚어보며 대안을 모색해본다.
“생태조경은 도시인에게 자연 되돌려주는 봉사”
1970년대 초,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때 일이다. 산을 깎고, 터널을 뚫다보니 푸른 산이 흉물스럽게 무너져 내렸다. 현장을 지나던 박정희 대통령이 “보기 흉하니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공사를 한 건설사는 그곳을 온통 녹색 페인트로 칠해놓았다. 다시 그 길을 지나던 박 대통령이 나무가 아닌 것을 보고 진노하자 부랴부랴 뿌리가 잘린 잣나무를 가져다 꽂아놓았다. 하지만 뿌리가 활착하지 못한 나무들은 6개월여 만에 대부분 말라죽고 말았다. 당시 조경에 대한 인식이 어땠는지를 보여주는 일화다.

말라죽은 나무들을 본 박 대통령이 청와대 관계자를 불러 국토를 제대로 가꿀 방법을 물었다. 청와대 조경을 담당하는 비서관이 “조경을 제대로 아는 전문가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관련 학과조차 없다”고 하자 “그럼 조경학과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그렇게 해서 1973년 서울대와 영남대에 우리나라 최초로 조경학과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온다.

(주)한설그린 한승호(61) 대표는 서울대 조경학과 74학번이다. 또한 그가 졸업하던 1981년 새로 생긴 서울대 대학원 생태조경학 석사과정 1기다. 계속 공부를 했다면 어렵지 않게 교수가 될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기술 혁신 중소기업

“석사 학위를 받고 국비장학생으로 덴마크 유학을 가게 돼 있었어요. 그래서 덴마크에서 20년 동안 조경 전문가로 활동했던 김성문 선생 사무실에서 출국 전까지 일을 도왔죠. 그런데 갑자기 작고하는 바람에 진행 중이던 공사들을 뒷마무리하느라 유학 갈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어요. 하는 수 없이 생계를 위해 1984년 집에서 제도판 하나 놓고 조경설계사무소를 차렸죠.”



유치원이나 아파트 놀이터에 목재 놀이기구를 설치하거나 소규모 조경 설계로 시작해 조금씩 영역을 넓혀나갔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달팽이 모양의 플라스틱 미끄럼틀도 그가 국내에서 처음 만들어 보급했다. 1985년 회사 이름을 지금의 한설그린으로 정했다.

“‘한국을 그린으로 건설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한설을 영어로 ‘handsel’이라고 쓰는데, 새로 개업할 때 주는 선물이란 뜻도 있고, 우리의 손(hand ) 기술을 판(sell)다는 뜻도 담고 있죠.”

대한민국 조경 1세대인 한 대표는 미개척 분야이던 생태조경에 뛰어들어 특유의 뚝심으로 한설그린을 이 분야 최고 기업으로 키웠다. 한설그린은 친환경 조경 분야의 기술혁신 중소기업으로 선정됐다. 시공능력평가액이 조경시설물 459억 원으로 전국 1위, 조경식재 250억 원으로 전국 11위 규모다. 지난해 38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사업영역도 다양하다. 에버랜드 캐러비안베이 목재 시설물을 비롯한 친환경놀이터 설치, 다목적 운동장 조성은 물론 아파트단지와 백화점 조경 분야에서도 독보적이다. 수서역과 흑석역 등 지하철 공간의 조경녹화도 한설그린 작품이다. 청계천변 생태습지, 인천송도녹지공원, 양재천 공원, 길동 생태공원 등 생태공원과 수변녹지 조성 사업도 벌였다. 현재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조경공사를 한다.

생태조경 선구자

“사람은 자연과 함께 있을 때 심신이 편안해집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인공지반에까지 조경을 통해 도심을 녹화하고 생태를 복원함으로써 살아 숨 쉬는 도시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도시에는 자연지반이 턱없이 부족해요. 그러니 자연히 건물의 옥상, 지붕, 건물 벽면, 지하 공간을 도시인에게 자연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으로 만들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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