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연중기획 | 대한민국 건설의 최전선을 가다

“생태조경은 도시인에게 자연 되돌려주는 봉사”

한설그린 한승호 대표

  • 최호열 기자 │honeypapa@donga.com

“생태조경은 도시인에게 자연 되돌려주는 봉사”

3/3
■ 건설업계 죽이는 ‘주범’ 실적공사비 제도

건설업계가 어려움에 처한 원인 중에는 경기침체로 인한 수주물량 감소도 있지만, 저가 수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가장 심각하다. 저가 수주의 대표적 주범으로 ‘실적공사비 제도’가 꼽힌다. 2004년부터 실시한 실적공사비 제도는 공공공사를 발주할 때 예정공사비를 과거 유사한 공사의 실적공사비를 토대로 산출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선 이 제도가 공사비 산정 기준을 현실화해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실은 오히려 건설업계를 저가 수주의 늪에 빠뜨린 주범이 됐다고 본다.

이유는 간단하다. 계약단가가 예정가격보다 낮을 수밖에 없는 국내 입·낙찰제도와 기계적이고 경직된 실적단가 산출방식으로 낙찰률에 비례해 공사비를 지속적으로 하락시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처음에 1000원으로 산정한 공사를 한 업체가 80%로 낙찰받아 시행했다면, 다음에 벌어지는 비슷한 공사는 1000원이 아닌 800원을 예정가격으로 입찰에 부친다. 그러면 낙찰가는 다시 80%인 640원으로 떨어지고, 다음 공사는 640원을 예정가격으로 산정해 입찰에 부친다.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예정가격을 보정한다지만, 지난 10년 동안 공사비 지수는 64.6%, 노무비 지수는 56.8% 상승한 반면, 실적공사비는 2.3% 상승에 그쳤다. 물가변동 등을 고려하면 57.5% 하락한 수준이다. 건설업계로서는 구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시장가격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에 낙찰받은 원도급 건설사는 손실보전을 위해 다시 저가에 하도급 발주를 하기 때문에 전문건설사들은 더 큰 피해를 본다. 이는 자재장비 납품업자 등의 경영난을 유발하고, 저가·불법 하도급 및 임금체불로 이어져 건설근로자의 생계까지 위협하는 등 사회적 문제를 양산한다.

경직된 공사비 산정 기준



공공공사 수주를 안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10건 이상의 대규모 입찰이 매번 유찰로 파행을 겪을 정도로 건설사들이 공공공사를 회피한다. 대형건설사들은 해외공사 수주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중견사들은 공사 물량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공공공사 입찰에 참여할 수박에 없다. 공사를 수주하지 못하면 6개월 이내에 망하고, 수주하면 1년 이내에 부도난다는 말이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다.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에서 내년에 올해보다 3% 증가한 24조4000억 원의 SOC예산을 투자할 방침이지만, 적정한 공사비가 지급되지 않으면 ‘풍요 속의 빈곤’을 초래할 뿐이다.

정부도 문제점을 공감하고 2007년, 2012년, 2013년 3차례에 걸쳐 제도를 손질했지만 구조적 결함을 개선하지는 못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실적공사비를 폐지하는 의원 입법이 발의됐고, 올해 3월엔 건설, 주택, 전기 등 17개 업계 단체가 참여한 ‘실적공사비 폐지를 위한 범업계 T/F’가 구성돼 정부에 연명탄원서를 제출했다.

기획재정부는 9월 24일 계약단가만 활용해 실적단가를 산정하는 현행 제도를 계약단가 외에 하도급단가와 입찰단가 등 다양한 공사비 자료를 활용해 실제 시장거래가격을 반영할 수 있도록 ‘국가계약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세부사항은 내년 1월까지 확정해 하위 법령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기존 계약 및 발주 제도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 한 무늬만 바꾸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실 실적공사비는 스마트한 제도다. 영국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30년째 시행하면서도 큰 불협화음 없이 잘 돌아간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건설산업 붕괴 주범으로 뽑히는 이유는 뭘까. 이종상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은 “예정가격보다 일정 비율 낮은 금액으로 입찰할 수밖에 없는 경직된 입낙찰 제도와 공사비 산정에 대한 명확한 철학의 정립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은 국민 세금의 투자가치 달성(VFM·Value for Money)이라는 명확한 철학 아래 시공 규모, 현장 조건, 작업 조건 등에 대한 보정을 각각 구분해 면밀하게 시장단가를 보정함으로써 수요자와 공급자가 인정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Fair · Reasonable Price)을 도출한다. 따라서 동일 공종이더라도 지역과 공사규모에 따라 실적공사비가 달라진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공사비 산정 기준은 단하나의 단일 계량값을 사용한다. 이러한 경직된 공사비 산정 기준과 방식이 시장과 동떨어진 허수가 또 다른 허수를 만드는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진정한 복지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공생의 동반성장을 추구하는 실질적인 작업이 필요한 때라는 인식이 아쉬울 따름이다.

“생태조경은 도시인에게 자연 되돌려주는 봉사”

세종시 국립도서관 조경 조감도, 여수엑스포에서 선보인 벽면 조경, 김포 한강래미안 아파트 조경(왼쪽부터).



신동아 2014년 11월호

3/3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생태조경은 도시인에게 자연 되돌려주는 봉사”

댓글 창 닫기

2020/0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