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낭록 _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엮음, 레인메이커, 340쪽, 1만5000원
“급변하는 세상일수록 지식으로 무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새로운 정보를 섭렵하고 경영 이슈를 두루 꿰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지요. 평소 저축하듯 ‘내공’을 쌓아둬야 어떤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유익하게 쓸 수 있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요. 바쁜 업무에 치이다 보면 뭔가를 습득하고 생각을 환기시키기가 여의치 않습니다.”
얼마 전 어느 기업 임원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환경 변화를 발 빠르게 파악하고 그에 따라 전략적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리더라면 이런 스트레스에 대해 공감할 것이다. 더욱이 휘발성 지식과 얄팍한 트렌드가 범람하는 오늘날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닌 지식, 현장에서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을 제대로 가려내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다. ‘지혜(慧)의 주머니(囊)’라는 뜻의 ‘혜낭록’은 리더의 그러한 고충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이 마련한 선물이다.
2010년과 2011년, ‘DBR’은 강한 영감을 주는 글을 모아 특별 부록으로 ‘혜낭록’을 만들었다. 이 책이 각계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기업체 연수원과 여러 단체로부터 구입 문의가 쇄도했다. 그 과정에서 경영 현장의 높은 지식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고, 그에 부응하고자 단행본을 기획한 것이다.
지난 4년간 발간된 ‘DBR’에서 생각의 지평을 넓혀줄 307가지 핵심 콘텐츠를 엄선해 묶은 ‘혜낭록’에는 한국 최고의 경영 전문가와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대가(大家)들이 들려주는 혁신과 성장의 지혜가 담겨 있다. 사고의 틀을 흔들어줄 신선한 자극이 필요할 때, 격변하는 경영 환경을 뚫고 나아갈 자신감을 얻고 싶을 때 부담 없이 펼쳐볼 수 있다. 한 페이지씩 구성된 짧은 글 속에는 경영계와 학계의 고수들이 오랜 사색과 연구를 통해 터득한 혜안이 농축돼 있다. 이 책이 경영전략, 리더십, 창의와 혁신, 마케팅, 자기경영 등을 주제로 전달하려는 요체는 상식이나 이론이 아닌 통찰과 지혜다. 독자는 익숙한 관점에서 벗어난 생각거리를 발견할 수도 있고, 그동안 연륜과 경험을 통해 스스로 터득한 교훈을 재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 아무리 현명한 경영자라도 누군가의 조언이 절실할 때가 있다. 하루 업무를 시작하거나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아니면 이동하는 동안 토막 시간을 이용해 잠깐씩 ‘혜낭록’을 들춰보면 좋을 것이다. 위기를 돌파하고 성장 기회를 포착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이 유용한 나침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로 CEO를 비롯한 기업의 리더들을 염두에 두고 만든 책이지만, 조직에 몸담고 있는 모든 관리자와 일반 직원도 삶과 경영의 지혜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박원재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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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Apple _ 애덤 라신스키 지음, 임정욱 옮김
‘비밀 제국 애플 내부를 파헤치다’라는 부제가 붙은 책. 경제전문지 ‘포춘’의 선임기자인 저자는 실리콘밸리와 월가를 취재하며 애플의 속살을 깊숙한 곳까지 탐구한 저널리스트다. 그는 엄격한 비밀주의, 경쟁적인 분위기, 철저한 책임주의, 디자인 우선주의, 통합과 집중 등을 애플의 기업문화로 꼽는다. “애플 직원들은 회사에 목수가 나타나면 뭔가 중요한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직감한다. 새로운 벽이 세워지고 거기에 문이 생기며 보안장치가 마련된다. 투명했던 창문은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코팅 처리된다. … 그들은 회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을 것이고 아마 물어보지도 않을 것이다. 누군가가 자신들에게 설명해주지 않는다면 말 그대로 자신이 상관할 바 아니다”처럼 취재를 기반으로 한 생생한 뒷이야기가 읽는 재미를 준다. 청림출판, 304쪽, 1만5000원
먹고 마시고 숨쉬는 것들의 반란 _ 샌드라 스타인그래버 지음, 이지윤 옮김
미국 미시간대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이타카대 상근 연구자로 근무 중인 저자는 대학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진학하던 시기에 방광암 진단을 받았다. 당시 의사로부터 ‘타이어 공장이나 알루미늄 공장에서 일한 적 있나요?’ ‘섬유 염색약에 노출된 적 있습니까’ 등의 질문을 받은 뒤 의학 서적을 홀로 뒤적인 끝에 방광암이 환경성 암이라는 사실을 안 그는 이후 ‘암과 환경의 복잡한 관계’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암 유발물질을 비롯한 독성 화학물질 중 어떤 것이 우리 주변의 공기, 음식, 물, 흙 속에 어느 정도 존재하는지 탐구하기 위해 ‘정부의 알 권리 법률 아래 수집할 수 있는 온갖 자료’를 확인한 저자는 우리가 얼마나 무책임하게 유해물질을 만들어내고 또 버리는지,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발암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아카이브, 478쪽, 2만 원
한밤중에 잠깨어 _ 정약용 지음, 정민 옮김
‘한시로 읽는 다산의 유배일기’라는 부제가 붙은 책. 한양대 국문과 교수인 저자는 ‘다산 정약용’에 천착해 여러 권의 책을 써왔다. 이번에 집중한 주제는 다산의 시편. 그중에서도 유배지에서 쓴 한시들이다. 스물두 살에 과거에 급제한 뒤 정조의 총애를 받으며 승승장구하다 마흔 살부터 18년에 걸쳐 유배생활을 한 다산은 유배지에서 일기 같고, 자기 독백과도 같은 한시를 썼다. ‘온 땅 가득 진창인데 갈기 늦게 요동치고 / 하늘 온통 그물인데 날개 마구 펼친 듯해 / 제산齊山에 지는 해를 뉘 묶어 잡아맬까’ 등을 통해 ‘세상에 대한 원망과 세태에 대한 분노, 구렁텅이에 빠진 자신의 모습에 대한 연민’ 등을 표현했다. 더불어 ‘마음을 추스르고 다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시들도 있어, 읽다 보면 위대한 학자의 ‘맨 얼굴’을 엿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문학동네, 296쪽, 1만3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세상의 모든 전략은 전쟁에서 탄생했다 _ 임용한 지음, 교보문고, 288쪽, 1만4000원
한 20년 전이다. ‘인문학의 위기’란 말이 세상의 화두였다. 대학에서도 기능적 지식이 중시되면서 이공계나 의대에서 역사와 같은 인문학 강좌는 퇴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필자 주변의 많은 학자가 분노했다. 인문학은 본래적 가치, 궁극적 사고를 가르치는 학문이다. 그것을 기능적 시각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식하고 무모한 짓이라고 말했다.
필자도 전적으로 동의했다. 그러면서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인문학의 궁극적, 본래적 가치의 실체와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것을 학생과 대중이 깨닫도록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당신의 책과 강의를 접한 사람이 그 본래적 가치를 깨달을 수 있겠는가? 아니면,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당신은 “인문학은 존귀하다”는 당위론에 기대어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필자 스스로 이 질문에 답하고, 대중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선택한 주제가 전쟁사였다. 전쟁은 전술, 전투행위, 혹은 신무기, 기후, 우연과 같은 기능적인 요소가 전면에 부각되지만, 동시에 그 배후에 있는 전략적 통찰의 힘을 가장 명료하게 보여준다. 그렇게 전쟁사 강의와 저술을 하다 보니 전쟁사의 교훈을 경영에 접목시켜달라는 의뢰가 왔다.
경제가 어렵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기개발과 경영전략, 전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럴 때 필요로 하는 지식에는 두 종류가 있다. 당장 실전에 써먹을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지식, 전쟁으로 치면 전술에 해당하는 내용과 좀 더 크고 원론적인 전략에 해당하는 지식이다.
경쟁이 치열하고 각박할수록 사람들은 전술과 실용적 지식, 성공담에 목말라 한다. 그러나 딱 한번만 심호흡을 하고 생각해보면 아무리 뛰어난 비법이라도 그 내용이 강연과 책으로 등장하는 순간 낡고 공개된 비법이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실용적인 지식이 필요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실용적인 지식일수록 효과를 보려면 적용과 재창조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것이 창의적 전술이고, 전쟁에서든 경영에서든 성공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창의력을 상상력과 혼동한다. 애니메이션적인 상상력도 중요하고, 그것이 필요한 곳도 있지만, 보통의 경영 현장에서 정말 필요한 창의력은 과거의 경험과 타인의 경험을 변화된 상황에 맞게 재창조하는 힘이다. 오늘날 경영 현장에서 인문학을 중시하고 인문학적 통찰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역사를 바꾼 전쟁, 세상에 기억되는 명장들의 승리는 전략적 승리다. 겉으로 보면 아주 기발한 계략이나 신무기로 인해 얻은 것처럼 보이는 승리도 본질을 파고 들어가면 전략적 통찰의 결과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책에서 필자는 우리의 경영 현장에 비추어 올바른 전략적 통찰의 방법을 찾고, 역으로 올바른 전략적 통찰과 선택을 방해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찾아보았다.
임용한│한국역사고전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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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기술 그리고 하루 1달러 생활에서 벗어나는 법 _ 폴 폴락 지음, 박슬기 옮김
저자는 세계 11개 국가에서 가난한 농부를 위한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 국제개발사업(IDE)의 설립자다. 그동안 하루 1달러 이하의 돈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을 지켜본 저자는 무상원조로는 결코 빈곤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가난한 자 스스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돈을 벌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그는 소외된 90%를 위한 ‘적정기술’의 필요성도 강조한다. “문제는 세계 디자이너의 90%가 부유한 상위 10%의 수요를 충족시킬 제품을 개발하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 이런 말도 안 되는 비율을 뒤집고 소외된 90%의 소비자에게 다가가야 한다. … 이들은 가격을 위해 질은 어느 정도 양보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시중에는 이들의 수요를 맞출 상품이 없다”며 소형화, 무자비한 가격 적정성 추구 등을 새로운 디자인 원칙으로 제시한다. 새잎, 344쪽, 1만5000원
우표로 그려낸 한국 현대사 _ 나이토 요스케 지음, 이미란 옮김
저자는 일본 총무성 산하 우표박물관 부관장으로 우편자료를 통해 국가나 지역의 역사를 해석하는 ‘우편학’ 전문가다. 그가 우표, 엽서, 우편요금 수령증 등 각종 자료를 통해 1945년 8월 15일부터 이명박 대통령 취임까지의 한국 현대사를 조망한 책. 저자는 북한이 매년 8월 15일 해방기념 행사를 열다가 1950년에만 6월 20일에 해방 5주년 기념우표를 발행했다며 ‘해방 5주년 기념우표를 본래의 해방기념일보다 2개월이나 빨리 발행한 것은 … 8월 15일에 기념우표를 발행하는 것이 곤란하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 용의주도하게 무력남침을 개시했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해주는 상황증거’라고 하는 등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부제는 ‘한 일본인 우표 수집가의 눈에 비친 역사의 순간 181장면’이다. 한울아카데미, 404쪽, 3만 원
군중행동_ 에버릿 딘 마틴 지음, 김성균 옮김
“경마장에서 트랙을 달리는 한 마리 경주마도 군중 대표자가 될 수 있는데, 그 한 마리 말이 다른 경주마들보다 단 몇 ㎝라도 앞서서 결승선을 통과하면 관중 5000명을 가장 격렬한 기쁨과 환희로 들뜨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사회학자로 뉴욕 쿠퍼유니온대 부설 국민연구소 교수였던 저자의 일갈이다. 1920년 출간된 이 책에서 저자는 군중을 ‘모든 탁월한 정신을 똑같이 평범하게 절단하거나, 미숙한 이기적 자의식을 성숙한 의식처럼 늘리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같다’고 평가한다. 그는 군중의 욕망이 집단소요와 같은 정치행위는 물론 인종주의, 왕따, 마녀사냥 등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는 과정을 살피면서, 개인이 군중행동에 휩쓸리지 않은 채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려면 인문주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까만양, 264쪽, 1만5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 1·2
_ 한중일 3국 공동역사편찬위원회 지음, 휴머니스트, 1권 391쪽·2권 379쪽, 각권 2만3000원
수십 년 전, 수백 년 전의 역사 때문에 국가 간, 국민 간에 다툼이 일어나는 이유는 상대를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최소한의 기본 전제가 부정되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에서 세계화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역사문제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원인의 상당 부분은 과거의 침략과 지배 사실을 부정·왜곡·비하하는 일본의 우익과 일부 보수 세력에게 있다. 이에 대해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사람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고, 외교관계 또한 비틀거리는 현상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이에 한중일의 뜻있는 사람들은 2001년부터 동아시아의 역사화해를 위해 노력해왔다. ‘언제까지 싸우고만 있을 것인가. 서로 만나 이야기하면 공동의 역사 인식을 가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공동 역사 교재를 출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한국의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산하 한중일공동역사교재위원회 소속 학자와 교사, 중국의 중국사회과학원 근대사연구소를 비롯한 여러 학자, 일본의 학자 및 시민단체와 교사 등이 만났다. 우리는 2005년 동아시아의 첫 공동역사교재인 ‘미래를 여는 역사’를 발행했고, 최근 다시 6년간의 협력을 통해 ‘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 1, 2권을 출판했다.
1권에서는 19세기와 20세기 3국의 국제관계사를 ‘한·중·일 - 동아시아 - 세계’라는 세 차원에서 조밀하게 추적했다. 1권을 읽으면 ‘책봉-조공’ 문제, 1895년 독일과 프랑스가 러시아 측에 가담해 일본을 견제한 삼국간섭, 그리고 1904년 러일전쟁 당시 열강의 구도가 식민지 획득 경쟁에 미친 영향 등을 알 수 있다. 1920년 청산리전투가 제1차 세계대전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1926년 시작된 중국 국민당의 북벌과 항일운동이 어떤 상관성을 갖고 있는지 등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1945년 이후 냉전체제가 형성되고 변용되는 과정이 동아시아 국제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것이 남북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도 소개했다.
2권에서는 한중일 세 나라의 교류의 역사,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형성된 문화의 차이를 8개 주제(헌법, 도시, 철도, 이주, 여성, 교육, 매스미디어, 전쟁과 기억)로 나누어 정리했다. 각 주제는 모두 독립돼 있는 만큼 관심 있는 부분만 선택해 읽어도 좋지만, 모두 읽는 것을 권한다. 지금까지 3국의 어떤 연구도 각국의 관계사를 고려하면서 이러한 주제를 동등하고 깊이 있게 다룬 적이 없다.
이 두 권의 책은 11년간 진행해온 역사 대화의 산물이다. 생각이 달라도 만나서 이야기하면 함께할 길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외교의 끝은 전쟁이란 말이 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좁히려는 대화를 지속하는 노력만이 갈등을 완화하고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신주백│연세대 국학연구원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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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외출 _ 실라 로보섬 지음, 최재인 옮김
영국 맨체스터대에서 젠더와 노동사, 사회학 등을 가르치는 저자는 ‘가디언’ ‘타임스’ 등 여러 매체에 기고하는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그가 100년 전 미국과 영국에서 ‘새날을 꿈꾼’ 여성들의 삶을 조명한 책. 미국의 정치학자 메리 파커 폴렛이 쓴 ‘우리는 이제 우리가 하는 일, 그 일이 놓여 있는 조건들, 우리가 사는 집, 우리가 마시는 물, … 나아가 실제로 우리의 일상적인 생활 모두가 정치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점점 더 분명하게 깨닫기 시작했다’는 글에서 알 수 있듯, 당시 ‘새날을 꿈꾸는’ 여성은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사회적 통념에 맞서야 했다. 바지를 입고, 거리를 걷고, 대학에 진학하고, 카페와 술집에 가는 것조차 ‘기행’으로 여겨지던 시대에 ‘발칙한 상상’을 실천으로 옮김으로써 새로운 세상을 일군 이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부제는 ‘페미니즘 그 상상과 실천의 역사’다. 삼천리, 480쪽, 2만3000원
히스토리아 _ 주경철 지음
“오늘 우리가 겪는 모든 일은 대부분 오랜 인류사에서 유사한 사례들을 찾을 수 있을 터이고, 그런 역사의 경험을 찾아 우리의 경우와 비교해보면 무엇인가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런 생각에서 오늘의 세상사를 역사적 사실과 연관시켜 되짚어보는 글을 썼다. ‘문명과 자연의 만남’ ‘문화의 스펙트럼’ ‘역사 속의 사람들’ ‘갈등과 전쟁의 역사’ ‘사유와 상상의 힘’ 등 5가지 주제로 구성된 이 책에는 영국 귀족 자제의 놀이였던 축구가 세계인이 즐기는 스포츠가 된 이유, 이탈리아 나폴리의 서민 음식인 피자가 세계로 확산된 과정 등에 대한 읽을거리가 담겨 있다. 또 로마의 상층 계급이 납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다 납중독에 걸린 것이 제국의 몰락으로 이어졌다는 가설 등 ‘역사의 이면에 숨어 있는 예기치 않은 흥미로운 측면’들도 소개한다. 산처럼, 350쪽, 1만8000원
머뭇거리면 청춘이 아니다 _ 고레히사 마사노부 지음, 민경욱 옮김
‘당신의 가슴을 뛰게 할 45인의 인생 수업’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아인슈타인, 조앤 롤링, 데일 카네기 등 ‘꿈을 이루고자 하는 간절함과 포기하지 않는 열정’으로 큰 성공을 거둔 인물 45인의 인생 이야기를 담았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전학을 되풀이하고 대학도 재수한 아인슈타인, 출판사에서 열두 번이나 퇴짜를 맞은 조앤 롤링 등의 사례를 통해 ‘시련 때문에 좌절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자기계발 컨설턴트인 저자는 서른두 살 때 사업에 실패해 무일푼이 된 경험이 있다. 당시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실패를 거듭하다 65세에 이르러 비로소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KFC의 기반을 닦은 커넬 샌더스의 이야기였다. 샌더스에게서 ‘포기하지 않는 용기’를 배웠다는 저자는 “이 깨달음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책을 썼다”고 했다. 블루엘리펀트, 252쪽, 1만2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그림 너머 그대에게 _ 이주향 지음, 예담, 271쪽, 1만3000원
렘브란트의 밧세바는 고뇌하는 여인인데, 샤갈의 밧세바는 행복하게 다윗과 융화돼 있다. 아마도 샤갈은 부끄럼 없는 순결한 사랑의 힘을 믿었던 것 같다. 렘브란트의 모세는 심각한데, 샤갈의 모세는 온화하다. 아마도 샤갈은 사랑으로 부드러워지고, 부드러워진 그 힘으로 그가 보고 느끼고 누렸던 생의 비밀을 그림으로 표현해낸 것 같다.
그림이 이렇게 보이는 나는 샤갈을 좋아하고 렘브란트를 부담스러워 하는 걸까? 아니다. 나는 렘브란트는 또 렘브란트대로 좋아한다. 아니, 어쩌면 내가 가장 친근하게 느끼는 화가가 렘브란트일 것이다. 그래서 내 책 ‘그림 너머 그대에게’에는 렘브란트의 그림이 많다.
여러 권의 책을 냈지만 ‘그림 너머 그대에게’는 제목부터 아끼게 되는 책이다. “그림 너머 그대에게, 그림 너머 그대에게”를 반복해 발음하다 보면 눈앞에 한 남자가 떠오른다. 아시는가. 렘브란트의 ‘탕자의 귀향’ 속 아버지! 그리움이 켜켜이 쌓인 아버지의 눈은 기다림으로 아예 눈이 먼 것 같다. 피로에 지친 아들의 등에 얹힌 아버지의 따뜻한 손도 눈만큼이나 정직하다. 저런 손길, 저런 눈길을 알아야 생을 믿고 사랑을 믿게 되지 않을까? 나는 생각한다. 그리움이란 아픔과 기다림과 사랑이 버무려진 가장 깊고 가장 근원적인 생의 비밀이라고.
‘그림 너머 그대에게’는 ‘나를 찾아가는 철학적 그림여행’이라는 기획으로 행복하게 만든 책이다. 한 일간신문에 ‘이주향의 철학으로 그림읽기’라는 제목으로 매주 연재했던 글이기도 하다. 한 주 한 주 글을 쓰면서 가장 많이 한 일은 엉뚱하게도 산책이었다. 남산을 정말 많이도 걸었고, 걸으면서 메모도 많이 했다. 남들은 고통 중에 글을 쓴다는데 나는 행복하게 글을 썼다. 그때는 렘브란트가, 밀레가, 고흐가, 루벤스가 모두 나의 연인이었다. 그리고 또 한 세계를 넘어왔다.
그동안 아등바등 성실하게 살아오면서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다.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하면서 믿게 된 것이 있다. 한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는 것! 법률사무소에 다니던 마티스가 화가가 된 계기는 병이었다. 요양원에서 1년을 보내면서 심심풀이나 하라고 어머니가 사다준 그림도구가 우리가 아는 마티스의 시작이다. 고생만 했던 아내 카미유를 잃은 모네는 기차 여행을 하던 중 마음이 머무는 곳을 보았다. 햇살 좋은 지베르니였다. 43세에 그 찬란한 곳에 정착한 모네는 거기서 또 43년을 살며 스스로 가꾼 수련 정원만 그리다 그곳에 뼈를 묻었다. 인생은 내가 전전긍긍하는 그곳에서가 아니라 생각지 않은 곳에서 매듭이 생기고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매듭이 풀린다. 어쩌면 매듭이라고 생각한 그곳이 다음의 ‘나’의 성장점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생각지 않은 곳에서 다가온 그림이 자기 패를 보여주며 나의 패를 보여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내게 물었다. 너는 누구인가?
이주향│수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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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처럼 떠나다 _ 박정욱 지음
프랑스 소르본 4대학에서 고고미술사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현재 파리 국립고등사회과학원 EHESS의 연구원장이다. 그가 스페인 북부 항구 까다께스부터 바르셀로나와 시쩨 해변에 이르기까지, 화가 피카소가 생전에 머물렀던 스페인의 절경을 여행한 기록을 묶은 책. 까다께스는 작은 어촌으로, 피카소가 여름 휴가차 몇 달간 머무른 곳이다. 저자는 과거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이 마을의 삐뚤빼뚤한 벽과 경사진 골목길을 따라 걸으며 ‘피카소의 입체파는 까다께스 골목에서 시작됐다’고 결론 내린다. 화가가 어린 시절을 보냈고 미술공부를 시작했으며 첫 전시회를 열기도 한 바르셀로나에서는 그의 단골집이던 ‘일곱 개의 문 레스토랑’과 피카소 미술관 등을 방문해 지난 흔적을 더듬는다. 저자가 촬영한 감성적인 현장 사진도 여러 장 수록돼 있다. 에르디아, 216쪽, 1만2000원
연애 _ 김여진 지음
홍익대 청소노동자 시위, 한진중공업 시위 등에 참여하면서 ‘소셜테이너’로 주목받고 있는 저자가 지난 1년간 쓴 에세이를 묶었다. ‘연애’를 제목으로 삼은 건, 그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가장 행복했고, 가장 아팠고, 그러면서 완전히 몰입했기에 나중에 기억에도 많이 남은” 것이 연애였다면서, “돌이켜보면 난 연애하던 습관대로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하고 세상일에 관심을 가졌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이 키워드 속에는 그의 진짜 연애담뿐 아니라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의견과 인도 빈민가에서 봉사활동을 한 경험, 대학 시절 시위에 참여한 과정 등까지 담기게 됐다. 스스로를 ‘배우’이며 ‘배우(!)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저자가 이 책을 헌정한 사람은 ‘몇 번이고 날 울린 김진숙’(민주노총 지도위원)과 ‘몇 번이고 날 참아준 김진민’(남편)이다. 클, 306쪽, 1만3000원
언세드 _ 닐 에이브럼슨 지음, 정경옥 옮김
수의사 헬레나는 네 살짜리 어린이 수준의 언어를 구사하는 침팬지 ‘신디’의 의사소통과 지능 발달의 수수께끼를 푸는 프로젝트에 관여해왔다. 헬레나가 사망한 뒤 ‘신디’가 생명을 잃을 수 있는 동물 실험 대상이 되자, 동료 제이시는 헬레나의 남편이자 변호사인 데이비드에게 도움을 청한다. 데이비드가 이 문제를 풀어가면서 생명 존중의 당위성과 동물의 존엄에 대한 논의와 성찰이 이뤄지는 소설. 진지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전개로, ‘시간 여행자의 아내’ 등을 제작한 닉 웨슬러가 영화화를 결정해 화제가 됐다. 저자는 변호사이자 동물권익보호 운동가로, 동물과 관련된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뉴욕 시티 변호사협회’의 창립 회원이다. 제목 ‘언세드(unsaid)’는 ‘하지 못한 말’이라는 뜻으로, 헬레나가 남편에게조차 숨길 수밖에 없었던 과거 사건을 암시한다. 블루엘리펀트, 420쪽,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