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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학을 위한 하소연

우리 문학을 위한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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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학을 위한 하소연
지난해 출판계의 키워드는 ‘불안’이었다. 북핵 문제에다 이라크전쟁, 불안한 정국, 심각한 불경기, 청년실업, 가정파탄으로 인한 자살 급증, 게다가 전국을 강타한 태풍 ‘매미’까지 우리 국민은 일년 내내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인지 사람들은 인생의 ‘제2막’에서 행복해지고 싶어했고, ‘인생대역전’을 바라는 심정으로 책을 찾았다. ‘10억 만들기’와 ‘아침형 인간’ 등의 책이 대중의 큰 호응을 받으면서 중요한 코드가 되었다. 때문에 ‘절박한 개인의 부각’이 지난해 연말 발표한 ‘출판계 10대 뉴스’의 첫 번째 뉴스로 꼽혔다.

그 다음 출판계 뉴스로는 ‘문학시장의 침체와 인터넷 소설의 유행’을 들 수 있다. 몇몇 인기작가의 질 낮은 작품에 ‘주례사 비평’을 달고 과다 광고해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던 소설시장은 지난해 상업적으로는 거덜난 꼴이 됐다.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은 소설은 판매부수 5000부를 간신히 넘겼을 뿐이고, 거의 모든 일간지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책마저 시장에서는 초판 3000부도 팔리지 않았다. 책 대여점에 책을 공급하는 총판시장에서조차 명망 작가들의 소설은 완전히 외면 당했다.

귀여니의 ‘그 놈은 멋있었다’(황매)를 비롯한 인터넷 소설, 새로 출간된 ‘해리포터’ 5권 시리즈(문학수첩), 요시모토 바나나, 무라카미 하루키나 에쿠리 가오리 등 일본소설, 황석영의 ‘삼국지’(창비)나 장편소설 ‘심청’(문학동네) 정도가 그나마 화제를 불러일으킨 책들이다.

이러한 출판계 10대 뉴스를 발표하고 나서 나는 한 문학출판사 대표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시인이기도 한 그는 ‘출판시장을 객관적으로 다루면서 왜 유독 문학시장만을 심하게 다루느냐’고 질책했다. 그는 ‘출판계 10대 뉴스를 접하고 나자 눈앞이 아득해지더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의 항의를 받고 나서 나 또한 순간 아찔했다.



나는 유신말기인 1970년대 후반에 대학을 다녔다. 신동엽과 김수영, 정지용, 김기림의 시를 남몰래 읽으며 수없이 울음을 삼켰다. 백낙청의 ‘민족문학과 세계문학’, 염무웅의 ‘민중시대의 문학’ 등의 평론집을 읽으며 세계관을 형성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문학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던 시절이었다.

내가 출판계에 입문해 처음 기획한 책은 ‘농민문학론’(신경림 편)과 ‘신동엽-그의 삶과 문학’(구중서 편)이다. 당시만 해도 저작권 개념이 확실하던 때가 아니라, 필자 동의만 있다면 재수록하는 것이 관례로 통했다. 두 책은 그런대로 반응이 좋았고 의미도 있었다. 그러나 책에 실린 적지 않은 글들이 창작과비평사에서 펴낸 출판물에 실려 있었기 때문에 뒤가 구린 바가 없지 않았다.

아니나다를까? 어느 날 창비에서 내게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짐짓 모른 체하고 넘어갈 순 없었다. 창비는 내게 특별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문학 지망생이던 나는 ‘문학사상’이나 ‘현대문학’을 주로 구독하다가 고등학교 2학년 때 통학버스에서 낯선 대학생으로부터 ‘창작과비평’을 읽어보라는 권유를 들은 후 내내 ‘창작과비평’을 읽어왔다. 이 잡지에 실린 글들은 단번에 나를 사로잡았다. 오죽했으면 1980년 계엄령 위반 혐의로 감옥에 들어갔을 때 내가 들고 있었던 것은 달랑 ‘창작과비평’ 56호 한 권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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