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양파 수확을 끝내고 수박을 심는 농부들(무안). 한여름 더위를 식혀줄 수박 출하도 7월이면 끝나고 이 밭에는 다시 김장무가 심어진다. 그렇게 밭은 쉼 없이 인간을 먹여 살린다.
차창을 내리자 밀려드는 매운 내에 정신이 퍼뜩 든다. 도로 옆에 쌓아둔 양파자루가 붉은 벽돌담처럼 길게 뻗어 있다. 이정표를 확인하지 않아도 신통한 코는 이미 전남 무안군에 진입했음을 감지한다. 전국 양파 생산량의 20%가 넘는다는 무안 양파는 게르마늄을 함유한 황토밭에서 자라 맛이 좋을 뿐 아니라 약용성분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양파를 사료로 먹여 키워 육질이 좋다는 양파한우, 매콤달콤한 양파김치 등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백련대축제’가 열리는 백련지의 연꽃들.
그러나 허리띠를 풀기 전에 볼거리부터 챙기는 게 이 고장에 대한 예의다. 첫 코스는 회산 백련지(白蓮池). 세상의 기운이 돌고 돌아 이곳에 모인다 해서 회산(回山)이란다. 요즘은 무안 하면 ‘백련지’부터 떠올리는 이들이 많지만 10만평 저수지가 연꽃방죽이 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일제 때 인근 농경지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이 저수지를 만들었다는데, 60~70여년 전 한 마을주민이 백련을 심은 것이 계기가 돼 연꽃밭으로 바뀌었다. 토사가 쌓여 수위가 낮아질수록 연꽃은 번성했고 1990년대 들어서는 10만평 저수지가 연잎에 가려 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됐다. 백련, 수련, 가시연, 왜개연, 홍련이 6월부터 9월까지 쉼 없이 핀다.
매년 연꽃의 절정기에 맞춰 ‘무안백련대축제’가 열리는데 올해는 8월14일부터 22일까지로 예정돼 있다. 그러나 연꽃을 바라보며 부처님의 ‘염화시중(拈華示衆)’을 체험해보겠다면 축제기간은 피하는 게 낫다. 그 무렵이면 백련교(280여m의 나무다리) 위를 사람에 밀려 다닐 정도기 때문. 대신 연꽃의 개화가 막 시작되는 6월말 백련지에 가보면 황소개구리의 ‘끄억’ 하는 울음소리와 ‘첨벙’ 하는 물소리에 흠칫 놀랄 만큼 고즈넉하다. 곧장 백련지로 가려면 서해안고속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오다 일로IC까지 내달아 815번 지방도로를 거쳐 820번 도로를 타면 된다. 이곳을 기점으로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무안을 음미해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