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균 수명은 늘어났지만 인간의 최고 수명은 그다지 늘어나지 않았다. 의학이 덜 발달하고 평균 수명이 30여 년에 불과했다던 먼 옛날에도 100세 넘게 장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천수를 누렸다고나 할까. 인간의 타고난 수명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다지 늘어난 것 같지 않다. 여전히 120세 정도가 최고 기록이다. 인간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삼천갑자동방삭’처럼 절대적인 수명이 늘어나는 것인데 말이다.
젊게 더 오래 사는 법
또 인간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10~20대의 젊음을 유지하면서 늙어가는것이지, 지금처럼 기운 빠진 늙은 육신으로 오래 버티는 것이 아니다. 현재 늘어난 평균 수명은 젊음을 연장시킨 것이 아니라, 늙음을 연장시킨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과학은 노화와 장수 쪽으로는 아직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저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식단을 조절하고, 과식하지 않고, 몸과 마음에 적절히 스트레스를 가하고, 즐겁게 생활하고, 명상하고, 술이나 담배처럼 몸에 해로운 것을 피하면 노화와 장수에 보탬이 된다는 일반적인 믿음을 간간이 확인시켜 주는 결과를 내놓는 정도다.
1990년 의학자 조레스 메드베데프는 노화를 설명하는 생물학 이론이 무려 300개가 넘는다고 말한 바 있다. 노화에 관한 연구가 일관된 체계를 이루지 못하고 단편적이라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최근 들어 노화와 장수의 비밀을 밝히려는 노력이 조금씩 성과를 거두고 있는 듯하다. 사람은 왜 늙는 것일까. 젊게 더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1980년대 초, 마이클 로즈는 초파리를 대상으로 다양한 실험을 했다. 그중에 노화를 다룬 고전적인 실험도 있었다. 그는 진화의 관점에서 노화 이론들을 실험을 통해 검증하겠다고 나섰다. 실험은 아주 간단했다. 그는 시험관에 초파리를 키웠다. 초파리가 알을 낳으면 그 알을 수거해 다시 새 시험관에서 부화시켰다. 초파리를 배양하는 사람들이 으레 매일같이 하는 일이었다.
초파리는 한 세대가 거의 2주에 불과하므로 짧은 기간에 실험을 할 수 있다. 그는 초파리를 두 집단으로 나눴다. 한쪽 집단에서는 맨 처음 낳은 알들을 수거해 부화시키고 그 초파리들이 자라면 마찬가지로 맨 처음 낳은 알을 수거해 다시 다음 세대를 부화시켰다. 다른 한쪽 집단에서는 가장 나중에 낳은 알들을 골라서 번식시켰다. 결과는 놀라웠다. 후자 집단의 평균 수명이 암컷은 33일에서 43일로 약 30% 증가했고, 수컷은 30일에서 44일로 약 13% 늘어났다. 후자 집단의 초파리들은 더 오랫동안 살아 있어야 후손을 남길 수 있으므로 수명이 늘어났다.
로즈의 이런 실험은 그전까지 주로 이론상으로 논의되던 노화와 수명 연구에 경험적 증거를 제공한 거의 최초의 사례였다. 로즈는 노화의 진화 이론을 지지하는 쪽이었다. 그전까지 생물학자들 중에는 자동차 같은 기계 장치가 오래 쓰면 쓸수록 점점 고장 나는 부품이 많아져서 결국 폐기해야 하는 것처럼, 생물의 노화도 나이가 들수록 손상된 것들이 점점 쌓이면서 진행되는 과정이라고 보았다.
자동차를 많이 쓸수록 더 빨리 낡는 것처럼 몸도 많이 쓸수록 더 빨리 늙는 것일까. 몸의 활동은 세포 수준에서 보면 각종 생화학 반응들을 토대로 이뤄진다. 그렇다면 생화학 반응이 더 활발하게 일어나면 더 빨리 늙지 않을까. 큰 동물에 비해 작은 동물은 체적에 비해 표면적이 넓으므로 신진대사가 더 활발해야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
세균은 영원히 산다
그렇다면 작은 동물이 더 빨리 늙는 것일까. 곰 같은 동물은 겨울잠을 잘 때 신진대사가 느려진다. 그러면 그만큼 더 수명이 늘어나는 것일까.
이런 의문은 몸의 활동이 어떻게든 노화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을 전제로 한다. 동물의 수명을 보면 그렇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프리카 코끼리의 수명은 60년, 개의 수명은 34년, 집쥐의 수명은 2.5년이다. 지렁이의 수명은 6년이고, 재갈매기의 수명은 41년이다. 흡혈박쥐의 수명은 20년이다. 큰 동물이 작은 동물보다 더 오래 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