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호

황석영 삼국지 vs 옌볜 삼국지

  • 글: 김현미 신동아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04-03-02 18: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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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석영 삼국지 vs 옌볜 삼국지
    또 ‘삼국지’다. 최근 현암사가 ‘그림판 삼국연의-삼국지’를 선보였다. ‘그림판 삼국지’에는 간추린 내용에 왕훙시 등 중국화가 61명이 그린 665점의 컬러삽화가 수록돼 있다.

    물론 이것은 전초전에 불과하다. 현암사는 4월 중 ‘완역판 삼국지’를 내놓을 예정이어서 ‘이문열 삼국지’와 ‘황석영 삼국지’의 2파전이 된 삼국지 시장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현암사 삼국지는 국내 번역물이 아니라 1996년 옌볜인민출판사가 펴낸 한국어 ‘삼국연의’(전 4권)를 가져온 것이다.

    현암사 형난옥 대표는 “1990년대 초부터 국내에서 ‘삼국지’ 번역자를 찾았으나 초역에만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어 비교적 성실하고 정확하게 번역했다는 평을 듣고 있는 옌볜인민출판사본(本)을 채택했다”고 말한다.

    옌볜본은 1990년대 초 청년사에서 ‘정본 삼국지’란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으나 정식 계약을 맺고 출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암사측은 옌볜본이 저본(底本)으로 삼은 인민문학출판사본과 일일이 원문 대조를 하고, 옌볜식 우리말의 어색한 번역을 다듬는 데 3년이 걸렸다고 한다.

    원전에 가장 충실한 삼국지는?



    그러나 또 하나의 삼국지 탄생을 앞두고, 지난해 출간된 ‘황석영 삼국지’가 옌볜본과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국민일보’(1월26일자)가 삼국지 전문가로 알려진 아시아대 정원기 교수(중문학·정원기 삼국지연구소 운영)에게 의뢰해 황석영 삼국지 ‘적벽대전’ 43~50회 부분을 대조한 결과, 옌볜본(청년사본)의 오류를 답습한 곳이 20여군데나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원기 교수는 “이문열 삼국지는 작가의 해석이 가미된 것이어서 번역의 오류 등을 따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나, 황석영 삼국지는 ‘정역’ ‘표준번역’ 등을 내세웠기 때문에 입장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석영씨는 ‘국민일보’(2월10일자)에 실린 반론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근거로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에 당혹과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특히 옌볜본과 유사하다고 한 정교수의 지적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황석영씨는 반론문에서 “정교수가 검토한 부분은 ‘삼국지’ 전체로 볼 때 극히 일부분이며, 6~7군데의 지적 사례 역시 근거가 취약하다”고 했다.

    한편 ‘신동아’ 2003년 10월호‘삼국지 팬 울린 한국판 삼국지’에서 한글판 삼국지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는 옌볜 출신 작가 리동혁씨는 옌볜본 ‘삼국지’가 과연 충실한 번역인지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옌볜인민출판사는 1962년 처음 한글판 ‘삼국지’(2권)를 낸 후 1970년대 말 3권짜리, 1996년 다시 4권짜리로 개편했다.

    그러나 리씨에 따르면 최초의 옌볜본은 북한에서 나온 ‘박태원 삼국지’와 일본어 ‘삼국지’를 참고해 출판사 편집인이 번역한 것으로 중국어 원문에 충실한 번역이라 보기 어렵다는 것. 리씨는 이 사실을 당시 옌볜인민출판사에 근무하던 원로를 통해 직접 확인했다고 한다.

    또 1970년대, 1990년대에 나온 옌볜본 삼국지 역시 1960년대 판본의 오류를 그대로 답습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리씨는 옌볜대학 출신들이 번역소조를 만들어 옌볜본 삼국지를 번역했다는 것도 잘못 알려진 사실이며, 만약 그렇다면 최소한 대표 번역자의 이름이라도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 논쟁에 불을 붙인 정원기 교수는 ‘삼국지’에 실린 한시(300여편)를 해석한 책을 출간할 예정이고, 이 작업이 끝나는 대로 본격적인 ‘삼국지’ 완역에 본격적으로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삼국지’ 논쟁은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가. 올 여름 다시 한번 삼국지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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