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호

인생은 결국 빛을 따라 걷는 여정, 그 빛은 가족이다

[에세이]

  • 오평선 작가

    입력2024-06-3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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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평석 작가는 “인생의 무게는 누구에게나 버거울 수 있다. 하지만 그 길을 걷는 발걸음의 무게는 내가 정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Gettyimage]

    오평석 작가는 “인생의 무게는 누구에게나 버거울 수 있다. 하지만 그 길을 걷는 발걸음의 무게는 내가 정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Gettyimage]

    평소 흔하고 익숙하고 당연하게 느끼는 것들이 정작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반적으로 뒤늦게 느낀다. 흔히 잃어봐야 귀하다는 것을 안다고 한다. 나도 그랬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을 하고 나서야 철이 들었는지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이기 시작했다. 언제든 내 주변에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들, 그런 자만 때문에 오히려 소홀히 했던 것들이 무엇인지 선명해졌다.

    너무 많이 가지려 해 불행하다

    물질적 풍요가 넘치는 세상에서 왜 우리는 마음의 풍요를 느끼지 못할까. 아마도 남과의 비교, 외부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하는 심리적 욕구가 주범인 것 같다. 사회는 이런 원초적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고, 인간은 그 장단에 춤을 추고 있다. 행복과 불행은 내 안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멀리서 찾으려 한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대상을 두고 그것과 비교해 가며 행복과 불행을 저울질한다. 나를 포함한 다수는 가지지 못해 불행한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이 가지려 했기에 불행한 것 같다. 정작 가지려 했던 것들이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었는지는 돌아봐야 한다. 내가 꼭 필요한 것이라기보다는 남과 비교하다 보니 맹목적으로 가지려 했던 것들이 뜻밖에 많다. 이런 단순한 진리를 삶을 마무리할 무렵에야 느낀다면 삶을 새로고침할 기회도 얻지 못하고 후회의 한숨을 쉬며 떠날 것이다.

    절정은 또 다른 추락의 시작이다. 단풍도 절정에 들면 반드시 추락한다. 사람들 세상살이도 자연의 이치와 흡사하다. 인간은 욕망을 끝없이 펴고 절정에 이르러 지고 만다. 절정의 끝은 추락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한다. 추락의 순간에 다다라야 그 이치를 되짚는다. 누구에게나 절정과 추락은 있다. 어느 높이까지 절정을 경험했는지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아름다운 낙엽으로 지는지도 중요하다.

    나도 대략 30년을 다른 사람보다 산 정상을 일찍 정복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옆을 살필 여유조차 반납하고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조차 잊고 살았다.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정상을 향해 부지런히 한 발씩 옮기면서 올라갔다. 그러며 내가 소홀히 했던 중요한 것들에 대해 변명거리를 거기에서 찾았다. 내가 이러는 이유는 가족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것이라고 자위하며 살았고, 역설적으로 산을 높이 올라갈수록 가족과의 거리는 더 멀어졌다.

    일찍 오르면 오래 머물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는 사람마다 차이만 있을 뿐 분명한 것은 때가 되면 깨진다. 누구나 산에서 내려오게 된다. 그러며 자신을 돌아보며 후회한다. 돌아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손을 내밀어보지만 이미 멀어졌음을 느낀다.



    앞으로 걸어갈 길은 내가 바꿀 수 있다

    죽음이 내 코앞에 다가섰을 때, 그 짧은 순간 떠올랐던 것만 소중히 대하기로 했다. 그 뒤 내일은 없고 오로지 오늘만 있다는 마음으로 산다. 그랬더니 미루는 버릇이 많이 잡혔다. 60년 가까이 스스로 허리띠를 옭아매고 살았는데 결국 내가 그 견고한 빗장을 풀었다. 누릴 것이 있으면 바로 누린다. 반기에 한 번은 아내와 가보지 못한 나라를 여행한다. 가족에게 표현할 것이 있으면 바로 한다. 마음속에 담아두고 썩히지 않는다. 꼭 써야 할 것은 망설이지 않고 쓴다. 과소비는 불필요한 것에 무리하게 돈을 쓰는 것이지 필요한 것을 위해 쓰는 것은 당연하니 주저하지 않는다. 세상으로부터 들어오는 모든 것에 감사하고 감동받을 준비가 돼 있다. 감동이라는 감정 표현을 절제하지 않는다.

    아끼다 똥 되는 것을 미루는 바보짓은 졸업했다. 내게 운 좋게 내일이 주어지면 그 역시 그날만 보고 살 것이다. 그리 살다 보면 최소한 후회는 덜한 삶을 살 것 같다. 그러다 눈감으면 편안한 마음으로 깊은 잠에 빠지면 되지 뭐.

    하루살이는 미루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 오늘만 알고 내일이란 자체를 모른다. 유충으로 약 1년을 보내다 성충이 돼 대략 하루를 사니 그 하루가 얼마나 소중할까. 행복은 늘 내 코끝을 맴돈다. 너무 멀리 보면 잘 안 보이고 가까이 보면 늘 내 곁에 있다.

    인생의 무게는 누구에게나 버거울 수 있다. 하지만 그 길을 걷는 발걸음의 무게는 내가 정할 수 있다. 인생이 계획대로 살아지기는 쉽지 않다. 그냥 되는대로 사는 것이다. 내 팔을 뻗어 닿는 만큼만, 내 힘이 닿는 만큼만 살면 마음도 편안해지고 행복감도 올라간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누구도 바꿀 수 없지만, 앞으로 걸어갈 길은 내가 바꿀 수 있다.

    “인생엔 각자 안고 가야 하는 돌멩이들이 있는 거죠. 세상 편해 보이는 사람 주머니에도 자기만의 무거운 돌멩이가 있는 겁니다.”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영송(김영민 분)이 홍범자(김정난 분)에게 한 말이다. 누구든 말하지 못해서 그렇지 어떤 아픔이든 가지고 살 것이다. 아픔이라는 놈과는 평생을 함께 가야 하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라면 그냥 그러려니 하자. 싸우지 말고 그럭저럭 지내보는 것도 좋겠다.

    놓아줄 것, 비울 것, 나눌 것

    극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동화극 ‘파랑새’는 행복은 가까이에 있으며 파랑새는 마음속에 살고 있다는 교훈을 준다. [Gettyimage]

    극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동화극 ‘파랑새’는 행복은 가까이에 있으며 파랑새는 마음속에 살고 있다는 교훈을 준다. [Gettyimage]

    산을 오르며 눈길도 주지 않은 들꽃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게 된다. 내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면 놓아줄 것, 비울 것, 나눌 것을 생각하고 실천한다면 어디선가 작은 빛이 내게 손을 내밀 것이다. 인생은 결국 빛을 따라 걸어가는 것이다. 그 빛은 가족이다.

    1911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벨기에 극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동화극 ‘파랑새’는 행복은 가까이에 있으며 파랑새는 마음속에 살고 있다는 교훈을 준다. 즉 행복이란 내가 모를 어떤 곳에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손안에 들어 있다는 뜻이다. 전 세계 850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파울로 코엘료의 장편소설 ‘연금술사’는 누구나 살아가며 자신만의 보물을 찾고 싶어 하지만 그 보물은 아득히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삶 속에 있다는 인상적인 깨달음을 준다.

    당신과 함께 걸어와 준 사람이 보이는가. 지금 당신 앞에 있는 이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임을 잊지 말라.

    오평선
    ● 1964년생
    ● 現 오평선 진로적성연구원 원장
    ● 저서: ‘그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꽃길이 따로 있나, 내 삶이 꽃인 것을’, ‘한번쯤은 오직 나만을 위해’, ‘꼴찌 아빠 일등 아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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