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호

세상은 결국 ‘돈’의 힘으로 움직인다

[책 속으로 | 책장에 꽂힌 한 권의 책]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4-08-13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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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돈이다

    강승준 지음, 잇콘, 540쪽, 3만3000원

    강승준 지음, 잇콘, 540쪽, 3만3000원

    ‌세상은 결국 ‘돈’의 힘으로 움직인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전쟁과 학살은 끊임없이 계속돼 왔다. 사람이 사람을 사고파는 노예무역은 불과 100여 년 전까지 횡횡했고, 80여 년 전 제2차 세계대전 때에는 대규모 유대인 학살이 자행됐다.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했을까. 책 ‘역사는 돈이다’의 저자는 “그들이 옳고 그름이 아니라 이해득실에 따라 행동했기에 그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고 단언한다. 한마디로 양심보다 돈을 택했다는 것.

    십자군전쟁은 전쟁으로 빼앗은 땅을 나눠주겠다는 교황의 약속을 믿고 국왕과 영주들이 전쟁에 나섰으며, 위대한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프랑스대혁명이나 미국 독립선언도 그 배경을 살펴보면 불공정 과세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다는 것. 노예해방이라는 위대한 성과를 남긴 미국 남북전쟁도 실제로는 돈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즉 값싼 노동력인 흑인 노예에 대한 경제적 입장 차이가 전쟁의 직접적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류 역사가 ‘돈’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이렇게 강조한다. “세상사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정의와 명분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익 여부를 따지는 실리가 있다. 명분과 실리가 일치하면 좋겠지만 세상일은 정의로우면 이득이 안 되고, 이득은 되는데 이래도 되나 싶은 일이 적지 않다.” 그러면서 이렇게 주장한다. “세상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정치적 신념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현재 돈과 권력을 누가 가졌느냐다. 그 돈과 권력이 어떻게 흐르느냐에 따라 세상도 달라질 것이다.”

    나의 글로벌 직장 일기
    최수형 지음, 도서출판 경계, 320쪽, 1만7000원

    책 ‘나의 글로벌 직장 일기’는 23년간 유엔 산하 유네스코(UNESCO)에서 관리자로 근무한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마주하는 현실과 애환을 묶어낸 책이다. 유엔 기구를 ‘집’에 비유한다면 ‘나의 글로벌 직장 일기’는 그 집 안에서 영위하는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생활기인 셈. 저자가 경험한 국제기구의 현실은 ‘따로 또 같이’ 협력할 것이란 환상과는 달리 권한과 예산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이 일상화된 극한 직업의 현장이자,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겠다는 꿈을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공간이었다고 한다.

    그림 속 보석 이야기
    민은미 지음, 제이앤제이제이, 366쪽, 2만2000원

    보석은 영어로 젬스톤(Gemstone)이고, 주얼리(Jewelry)는 그 보석을 금과 은 같은 금속 틀에 끼워 옷이나 신체에 착용할 수 있도록 만든 장신구를 뜻한다. 즉 다이아몬드는 보석, 다이아몬드 반지는 주얼리인 셈이다. 두 사람이 하나의 가정을 꾸리기로 선포하는 결혼식에 사랑의 징표로 교환하는 주얼리는 인생의 가장 소중한 순간을 담은 가치품이라 할 수 있다. 책 ‘그림 속 보석 이야기’는 주얼리 전문가인 저자가 각 시대를 대표하는 동서양 거장들 그림 속에 담긴 주얼리를 통해 주얼리가 인간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설명해 준다.

    다크 넛지
    로라 도즈워스 외 지음, 박선령 옮김, 포레스트북스, 544쪽, 2만1000원

    현대사회는 기업들이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 각축을 벌이는 전쟁터다. TV 광고와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리는 문자메시지가 당신의 주의를 환기하고 있지 않은가. 이처럼 기업이 이익을 취하기 위해 소비자의 비합리적 소비를 유도하는 해로운 설득을 ‘다크 넛지’라고 한다. 데이터 기반의 소비자 행동 패턴 연구 결과로 ‘다크 넛지’ 활용 빈도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책 ‘다크 넛지’는 우리를 조종하려는 수많은 노력을 어떻게 간파하고 그 유혹을 이겨내야 하는지 다양한 해법을 담고 있다.

    강준만의 투쟁

    윤춘호 지음, 개마고원, 268쪽, 1만7000원

    윤춘호 지음, 개마고원, 268쪽, 1만7000원

    진보 반동과 싸우는 진보 논객 강준만을 말하다

    ‌강준만은 전사였다. ‘전사이다’(is)가 아니라 ‘전사였다’(was)고 썼다. 위선과 기만을 조준하던 강준만은 과거형이다. 저자의 구분대로라면 ‘전기’ 강준만(1995~2004)이다. 소통을 화두로 삼던 2005~2011년은 ‘이행기’ 강준만이다. 표표히 ‘진보 비판’에 진력해 온 2011년부터 현재는 ‘후기’ 강준만이라 부른다.

    개인적 일화를 경유한다. 전기 강준만이 끝난 2005년 대학에 입학했다. 도서관에 앉아 그가 쓴 책을 독파했다. 전기 강준만의 활동을 주제로 석사학위 논문을 썼다. 이후 그에게 e메일을 보냈다. 9년 전 일이다. 그 뒤로 이따금 그와 소통했다. ‘신동아’ 연재 ‘강준만의 회색지대’는 그 과정에서 탄생했다.

    말하자면 전기 강준만에 대한 논문을 썼고, 후기 강준만 시절엔 기자와 필자로 협업했다. 이렇게 말하니 ‘진보’를 자처하는 지식인이 힐난하듯 물었다. 강준만은 이제 보수 논객 아니냐고. 저자도 적절히 인용하듯 강준만은 “보수에 애정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보수가 잘되길 바라지만 보수가 잘되게끔 애쓰고 싶은 생각이 없다.

    정작 변한 건 진보 엘리트다. 권력에 중독된 채 적과 동지의 이분법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진보 반동이다. 저자의 문장으로 결론을 대신한다. “강준만이 서 있는 곳이 진보가 아니고, 강준만이 말하는 것이 진보가 아니라면, 그것은 강준만의 변화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진보의 좌표가 변하고 진보의 영역이 줄어들었기 때문 아닐까.”



    설탕 중독
    대릴 지오프리 지음, 이문영 옮김, 부키, 288쪽, 1만8000원

    설탕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달콤한 설탕의 유혹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저자가 설탕을 ‘마약’에 비유하는 이유다. 문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설탕이 훨씬 더 몸에 해롭다는 점이다. 당 독소라 불리는 최종당화산물은 정상 세포의 구조와 기능을 파괴해 각종 질병과 노화를 일으킨다. 암세포는 당을 먹고 자란다는 것도 밝혀졌다. ‘암세포’에게 먹이를 줄 것인가, ‘설탕’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칠 것인가. 오늘의 선택에 당신의 미래 건강이 달렸다.

    그대들의 불안에 바치는 書
    조준호 지음, 저녁달, 264쪽, 1만7800원

    모든 영역에서 극한 경쟁을 벌이는 한국인의 삶은 늘 힘들고 피곤하다. 이 와중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를 엄두를 내지 못하는 젊은이가 많다. 현재도 어렵지만 미래 전망을 더 어둡게 보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미·중 패권 다툼으로 접근 가능한 시장은 갈수록 줄고, 심각한 저출생으로 점재성장률은 더 떨어질 공산이 크다. 과연 대한민국에 희망은 있을까. 저자는 “분명히 희망이 있다”고 강조한다. 평소 정치적 견해차로 양 갈래로 나뉘어 옥신각신하다가도 막상 국가적 어려움이 닥치면 힘을 모아 해결해 내는 저력을 발휘해 왔다는 점에서다.

    그대들의 불안에 바치는 書
    조준호 지음, 저녁달, 264쪽, 1만7800원

    모든 영역에서 극한 경쟁을 벌이는 한국인의 삶은 늘 힘들고 피곤하다. 이 와중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를 엄두를 내지 못하는 젊은이가 많다. 현재도 어렵지만 미래 전망을 더 어둡게 보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미·중 패권 다툼으로 접근 가능한 시장은 갈수록 줄고, 심각한 저출생으로 점재성장률은 더 떨어질 공산이 크다. 과연 대한민국에 희망은 있을까. 저자는 “분명히 희망이 있다”고 강조한다. 평소 정치적 견해차로 양 갈래로 나뉘어 옥신각신하다가도 막상 국가적 어려움이 닥치면 힘을 모아 해결해 내는 저력을 발휘해 왔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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