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호

카뱅·케뱅·토뱅… 네 번째 인터넷은행에 필요한 혁신

[경제를 읽다, 산업을 짚다] ‘크레딧 인비저블’, 제1 금융권 안으로 포용해야

  • 신무경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입력2024-08-0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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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최초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 도입한 케이뱅크

    • 부채 부담 덜어준 카카오뱅크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 수수료 없앤 토스뱅크 평생 무료 환전 외화통장

    • 당연하지 않던 것, 일상으로 만드는 수준 넘어야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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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논의가 무르익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금융산업의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 언제든 신규 인가를 내주겠다는 뜻을 밝힌 게 도화선이 됐다. 최근 들어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인터넷전문은행 깃발을 꽂기 위해 어필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그동안 제1~3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금융산업 경쟁 활성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그런 노력이 과연 한국 금융산업의 경쟁을 끌어냈을지 의문이 드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인터넷전문은행 3곳에 주문했다. 그동안 행한 혁신 사례를 모아달라고.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자신들이 혁신이라 꼽는 사례들을 공식적으로, 최초로 정리해 줬다. 해당 내용에서 금융당국이 제4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때 반영해야 할 부분이라든지, 신규 진입할 인터넷전문은행이 향해야 할 지점이 어딘지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주담대를 모바일로…온라인 신분증 인식 고도화

    케이뱅크는 국내 최초로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 서비스를 도입해 2020년 8월부터 실시했다. [케이뱅크]

    케이뱅크는 국내 최초로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 서비스를 도입해 2020년 8월부터 실시했다. [케이뱅크]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내놓은 가장 큰 혁신 사례는 국내 최초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아담대)이다. 2020년 8월 대환대출을 시작으로, 2022년 구매 자금 대출 서비스까지 이어졌다. 비대면 아담대 대환을 통해 올해 5월까지 약 1만6000명이 이자 총 247억 원을 덜었다. 1인당 평균 이자 절감액은 151만 원 수준. 6월 말 기준 아담대 잔액은 5조 원을 넘어섰다. 이 서비스는 2023년 5월 금융권 전체에서 스마트폰으로 대출을 유리한 조건으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인프라’의 초석이 됐다.

    2021년 10월 내놓은 ‘금리보장서비스’도 눈여겨볼 만하다. 예금금리가 가입한 지 2주 안에 오르면 인상된 금리를 소급 적용하는 서비스다. 기준금리 인상기에는 예금금리가 수시로 변화하는데, 관련 고객 불만을 반영한 서비스인 셈이다.

    등기 변동이 발생하면 실시간 알림을 제공하는 ‘우리 집 변동 알림’도 같은 맥락이다. 고객이 알림을 보고 앱에 접속하면 무료로 등기부 등본을 확인할 수 있다. 2022년 10월 출시된 서비스인데 최근 전세 사기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한 상황에서 포용 금융을 제공하고자 한 것이다.

    ‘통장 묶기 즉시 해제’도 2024년 1월 금융권 최초로 도입했다. 계좌 지급정지 고객이 이의를 제기하면 거래 패턴을 분석해 억울한 사례라 판단 시 지급정지를 풀어주고 있다. 피해자 계좌에 돈을 입금한 뒤 보이스피싱으로 신고해 계좌를 지급정지 상태로 만든 뒤, 지급정지 해제를 빌미로 금전을 요구하는 신종 범죄를 막으려는 조치의 일환이다.

    한국판 계 모임부터 주담대 수수료 폐지까지

    카카오뱅크는 2018년 ‘26주 적금’을 출시해 적금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다. [뉴시스]

    카카오뱅크는 2018년 ‘26주 적금’을 출시해 적금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다. [뉴시스]

    카카오뱅크가 시장에 내놓은 신선함의 대표 사례는 ‘26주 적금’이다. 26주 동안 납부 금액을 늘려가는 적금 상품으로, 2018년 6월 출시했다. “적금은 매달 정액을 내야 한다” “6개월, 1년 단위로만 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한편으로는 금융상품을 게임처럼 즐길 수 있도록 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된다.

    2018년 12월 출시한 ‘모임 통장’도 인기를 끌었다. 기존까지는 총무가 계좌를 발급하면 깜깜이로 운영돼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었는데 회계가 완전히 투명해진 것이다. 이른바 한국식 ‘계 모임’ 문화에 변화를 끌어냈다.

    개인적으로 가장 높이 평가하는 부분은 2017년 7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부터 줄곧 이어온 ‘중도상환수수료 면제’가 아닐까 싶다. 손쉽게 이자 장사한다는 비판을 받는 은행권에 주담대 중도상환수수료 폐지라는 어젠다를 던지고 있기도 하다. 은행권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주담대 중도상환수수료 개편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제로에 수렴하는 수수료를 제공할 수는 없다는 태도여서 카카오뱅크의 행보와 비교되는 상황.

    은행에도 브랜딩을 입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점도 꼽을 수 있다. 모회사 카카오의 이모티콘을 카카오뱅크에 그대로 녹인 것. 카카오뱅크는 곧 노란색이고, 카카오톡이고, 카카오프렌즈 이모티콘임을 각인했다. 지금은 우리은행 위비, 신한은행 신한프렌즈 등에서도 이런 노력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여전히 특정 연예인, 스포츠 선수를 회사 브랜딩과 일치시키는 곳도 있지만.

    토스뱅크의 대표 혁신 사례는 2022년 3월 내놓은 ‘지금 이자 받기’다. 수시입출금통장에서 매일 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 그동안 기성 은행은 이자를 관행적으로 월이나 분기마다 지급해 왔다. 반면 토스뱅크는 매일 남은 잔액을 기준으로 이자를 주고, 전일 이자에 대해서도 이자가 붙는 일 복리 구조로 만들어 혜택을 빠짐없이 제공하려 노력했다. 2023년 3월에는 같은 서비스 구조를 입힌 ‘먼저 이자 받는 정기예금’도 내놨다. 얼마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지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돋보였는데, 출시 33일 만에 판매액 1조 원을 돌파했다.

    2022년 10월에는 ‘매달 내는 돈 낮추기’라는 이름의 여신 상품에도 해당 구조를 도입했다. 10년 미만의 원리금 균등 상환 대출 상품을 이용 중인 고객이, 자신이 원하는 때에 상환 기간을 최초 대출 기간을 포함해 최장 10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자금 경색을 겪는 고객에게 숨통을 틔워준 셈이다.

    토스뱅크는 2021년 10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과 동시에 금융 사기 피해 고객을 대상으로 ‘안심 보상제’를 운영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부정 송금 등 피해 고객을 대상으로 한 보상 정책이다. 그간 보이스피싱에 대한 피해는 오롯이 피해자가 감내해야 했다. 토스뱅크의 자발적 사회적 책임은 제도화로 이어져 전체 은행권의 배상 의무로 이어졌다.

    1월 토스뱅크 외환 서비스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평생 무료 환전 외화통장을 소개하는 김승환 프로덕트오너(PO). [뉴시스]

    1월 토스뱅크 외환 서비스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평생 무료 환전 외화통장을 소개하는 김승환 프로덕트오너(PO). [뉴시스]

    ‌2024년 1월 ‘평생 무료 환전 외화통장’을 내놓으며 평생 무료 환전을 시작했다. 환전을 위해 환율 우대 쿠폰을 받아야만 하던 불편한 관행을 없앤 것이다.
    “새로운 콘텐츠로 트렌드를 이끌어가고 싶다.”

    인터넷전문은행의 혁신 사례를 갈무리하다 최근 한 인터넷전문은행이 전한 메시지가 귀에 들어왔다. 카카오뱅크가 지난 6월 환전 수수료 없이 최대 1만 달러를 보관할 수 있는 ‘달러박스’ 서비스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낸 메시지다. 하나의 금융서비스를 ‘콘텐츠’로 인식하고 접근한 점이 돋보였다.

    금융 콘텐츠로 트렌드 이끌어

    콘텐츠의 본질은 더 많은 사람이 읽고, 쓰고, 맛보는 것이다. 오늘 등교·출근해서 친구·동료에게 “이 기사 봤어?” “이 드라마 봤어?” 묻듯이. 일상 상황에서 “이 금융서비스를 쓰자”고 말하는 게 당연한 상황을 만드는 것을 지향하는 듯 보였다.



    ‌앞서 살펴봤듯 그동안 인터넷전문은행은 모임 통장부터 이자 선지급 예금, 비대면 주담대, 환전 수수료 무료 등 많은 서비스를 내놓으며 일상을 바꿔왔다. 우리 집 변동 알림이라든지, 안심 보상제 같은 서비스는 은행의 사회적 책임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보여줬다. 이제는 모임 통장을 사용해 곗돈을 내는 것이, 수수료를 내지 않고 환전하는 것이 당연해졌다. 당연하지 않던 것들을 일상으로 만들어준 여러 금융서비스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그동안 이뤄낸 성과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제4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진입을 위해서는 스마트폰으로 편리하게 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건전성과 자본력뿐만 아니라 새로운 혁신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4 인터넷전문은행을 하겠다고 나선 곳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대형 금융회사를 예비 주주로 모셨다고 발표한다. 그 말은 건전성, 자본력이라는 숙제는 어려움 없이 풀 수 있다는 뜻이지만 혁신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부침은 있었지만 제1~3 인터넷전문은행이 잘 갖춰나간 부분이기도 하다.

    ‘크레디트 인비저블’ 해결해야

    그렇다면 남은 과제는 하나. 당국에서 말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추구해야 할 본질적 의미의 혁신이 절실하다. 당연하지 않던 것을 일상으로 만들어준 금융서비스로는 부족하다는 것. 그렇다면 그 혁신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6월 발표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할 때는 차별화된 신용평가 체계를 구축하고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지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일 NICE리서치센터 센터장은 “학생, 주부, 경력단절 여성, 고령층, 자영업자, 외국인 등 신용정보가 부족한 ‘크레디트 인비저블(credit invisible)’의 신용을 수집하고 평가할 수 있는 체계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이 나아가야 할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남은 숙제는 제1 금융권이 외면해 온 크레디트 인비저블을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제1 금융권 안으로 포용하는 일이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강점인 데이터 확보, 가공 능력으로 고도화한 신용평가시스템을 어떻게든 만들어보라는 주문이다. 카드 사용이나 대출 상환 이력, 통신비 납부 이력 같은 손쉬운 신용평가 정보 말고, 그동안 신용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았던 데이터를 대출 심사할 때 써보고 제도화해 달라는 것이다. 100년 묵은 시중은행도, 제1~3 인터넷전문은행도 못 한 일이라 쉽지는 않으리라 여겨지지만. 최소한 선언으로 끝맺지 않을, 크레디트 인비저블의 신용을 비저블(visible·알아볼 수 있는) 할 비전과 용기, 추진력을 가진 ‘비저블 뱅크’가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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