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호

업계 2위 삼성카드, '모니모'로 1위 신한 자리 노린다

[금융 인사이드] 업계 2위 삼성, 신한과 순익 격차 '100억'

  • 김민지 뉴스웨이 기자 kmj@newsway.co.kr

    입력2024-07-2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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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한과 순이익 격차, 3년 만에 2000억 원→100억 원대

    • 재무구조 탄탄… 연체율·대손비용·이자비용↓

    • 新성장동력 데이터·플랫폼… 슈퍼 앱 ‘모니모’에 총력

    • 親 카뱅·토스 2030세대 유인이 숙제

    삼성금융네트웍스 금융 통합 플랫폼 ‘모니모’. [삼성금융네트웍스]

    삼성금융네트웍스 금융 통합 플랫폼 ‘모니모’. [삼성금융네트웍스]

    삼성카드가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 추격에 고삐를 죄고 있다. 수익성 강화를 앞세운 보수적 경영전략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카드가 신한카드와 어깨를 견주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과거 신한카드는 자산 규모와 순이익에서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를 압도하는 1위였고, 삼성카드는 KB국민카드와 2위 싸움을 벌이는 상황이었다. 오히려 2015년엔 KB국민카드의 순이익(3546억 원)이 삼성카드(3322억 원)를 앞질러, 삼성카드가 3위로 밀리기도 했다.

    영업이익, 2년 연속 신한카드 앞질러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카드사 자산 총계는 △신한카드(42조6021억 원) △삼성카드(28조5839억 원) △KB국민카드(28조1405억 원) △현대카드(23조8829억 원) △롯데카드(2조2893억 원) △우리카드(17조3807억 원) △하나카드(13조5234억 원) △비씨카드(6조1823억 원) 순이다.

    ‌순이익 기준으로도 신한카드가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신한카드의 당기순이익은 6258억 원으로 1위를, 삼성카드는 6068억 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다만 삼성카드는 2021년부터 신한카드와 순이익 격차를 좁히고 있다. 2020년까지만 해도 두 회사의 순이익은 2000억 원가량 차이가 났다. 이듬해인 2021년엔 1000억 원대로 격차가 줄더니 2022년엔 191억 원까지 좁혀졌다. 지난해에는 신한카드가 6206억 원, 삼성카드는 6094억 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격차가 더욱 줄었다.

    다만 영업이익에서는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삼성카드가 신한카드를 앞질렀다. 지난해 삼성카드의 영업이익은 8100억 원으로 신한카드(8028억 원)를 근소하게 앞섰다. 올해 1분기에서도 순이익은 신한카드(1851억 원)가 삼성카드(1779억 원)보다 72억 원 더 많았지만 영업이익은 삼성카드가 2401억 원으로 신한카드(2370억 원)보다 42억 원 더 많았다.

    삼성카드의 1분기 카드 결제 총 취급고(카드 사용 금액)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감소한 39조943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개인·법인 신용판매(신용카드 일시불 및 할부) 취급액은 35조6036억 원으로 3.1% 줄었고, 금융 부문(장·단기 카드대출)은 2.5% 감소한 4조2478억 원, 할부리스 사업은 11.8% 감소한 917억 원으로 나타났다.

    취급액이 줄었으나 호실적을 거뒀다는 것은 효율성이 늘었다는 의미다. 삼성카드는 국세 및 지방세 납부에서 무이자 할부를 중단하는 등 선제적으로 수익성 관리에 나섰다. 효율 중심 경영 기조에 따라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했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업종에서 이용 금액이 줄어들며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 것이다.

    연체율 1.06%로 감소, 업계 유일

    또 한 가지 눈길을 끄는 점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연체율이 전 분기 대비 개선됐다는 점이다. 올 1분기 말 기준 삼성카드의 연체율은 1.06%로 전 분기(1.17%) 대비 0.11%포인트 개선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14%)과 비교해도 감소했다. 경쟁사들은 연체율이 일제히 상승했다. 1분기 말 기준 카드사 평균 연체율은 1.84%다.

    삼성카드는 지난해부터 위험 차주(借主)의 신용한도를 축소해 연체율과 부실 채권(NPL) 비율을 낮췄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대손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5% 감소한 1753억 원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삼성카드는 1월 6억 달러(약 8300억 원) 규모의 외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했다. ABS는 자산을 근거로 발행되는 증권이다. 카드사는 주로 매출채권을 담보로 한다. 자산가치가 보증돼 있어 여신전문금융회사채권(여전채)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 변제 순위가 신종자본증권보다 앞에 있어 금융비용 부담이 적다.

    삼성카드의 올해 1분기 이자비용은 1233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1.2% 감소했다. 판관비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전 분기보다는 3.8% 감축한 4681억 원을 집행했다. 이러한 결과엔 보수적 경영 기조가 한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카드는 2002년 신용불량자를 대거 발생시킨 ‘카드대란’ 당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지원으로 부도 위기를 피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금리인상기에 이자 비용 증가로 카드사들이 부침을 겪었으나 삼성카드는 일찌감치 낮은 금리로 차환했기 때문에 비교적 영향을 적게 받았다. 반면 신한카드는 큰 조달 규모로 고금리 장기화의 타격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고 있다고 평가된다.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예·적금과 같은 수신 기능이 없어서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채권시장이나 ABS 등으로 조달한다. 이 때문에 금리가 높아지면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2021년 하반기 이후 정책금리 인상 등으로 시중금리가 빠르게 높아졌고, 이로 인해 국내 카드사들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카드채의 신규 발행 금리가 크게 상승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 합산 기준 이자 비용은 3조8000억 원으로 2022년(2조7000억 원) 대비 40.1%나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도 이자 비용이 약 1조1000억 원이 소요돼 지난해 같은 기간 (8945억 원) 대비 18.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역전 위한 한 끗, ‘모니모’

    삼성카드가 그동안 내실 경영에 집중하며 성장을 거듭해 왔지만 올해도 이 같은 전략으로 신한카드를 추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본업인 신용판매 부분이 주춤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신용카드 취급고가 감소했고, 신용판매 실적도 34조8491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2.3% 줄었다.

    삼성카드가 신한카드를 제치고 1위로 등극하기 위해서는 신사업 실적이 가시화돼야 한다. 특히 삼성금융계열사(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의 통합 생활금융 플랫폼 ‘모니모’의 역량을 높이는 것이 관건으로 여겨진다.

    모니모는 2022년 4월 삼성금융네트웍스가 출시한 금융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출시 2주년을 맞았지만 아직까지 성과가 드러나고 있진 않다. 삼성금융계열사들은 전통 금융사와 빅테크·핀테크 간 협력·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선 디지털 전환과 서비스 혁신을 이뤄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모니모를 탄생시켰다.

    삼성생명·화재·증권은 모니모 구축을 위해 총 391억 원의 비용을 출자했고, 운영은 삼성카드가 맡기로 했다. 업계는 모니모가 삼성금융계열사 2300만 명 회원을 확보한 ‘공룡 플랫폼’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카카오뱅크의 회원 수는 1470만 명, 토스의 회원 수는 1200만 명이었는데, 이들 금융 앱 대비 총 사용자 규모가 컸기 때문이다.

    예상과 달리 모니모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모니모가 업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이유는 뒤늦은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이 꼽혔다. 마이데이터는 은행 계좌와 신용카드 이용 내역 등 금융 데이터의 주인을 금융회사가 아닌 개인으로 정의하는 개념이다. 금융소비자가 금융 앱에서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동의하면 금융 앱은 해당 금융소비자가 보유한 은행 계좌나 카드, 보험, 증권 등의 계좌를 한데 모아 맞춤 상품을 추천하거나 관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

    삼성카드는 2022년 대주주 삼성생명이 ‘대주주 용역계약 업무처리 부적정, 암보험금 부지급’과 관련해 금융위원회의 징계를 받으면서 신사업에 제재가 걸렸다. 이 때문에 모니모의 마이데이터 서비스 장착도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모니모는 지난해 11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오픈했지만 이미 2022년 초부터 대부분의 금융사가 마이데이터 서비스 제공을 시작한 터라 소비자를 유입시킬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긴 어려웠다.



    友軍 KB로 약점 보완, 카뱅·토스 이길지는 미지수

    6월 4일 서울시 중구 삼성본관에서 삼성금융네트웍스를 대표해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왼쪽 다섯 번째)와 이재근 KB국민은행장(왼쪽 여섯 번째), 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 모니모 관련 업무 담당 임원, KB국민은행 관련 임원 등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날 삼성금융네트웍스는 4일 KB국민은행과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삼성금융네트웍스]

    6월 4일 서울시 중구 삼성본관에서 삼성금융네트웍스를 대표해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왼쪽 다섯 번째)와 이재근 KB국민은행장(왼쪽 여섯 번째), 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 모니모 관련 업무 담당 임원, KB국민은행 관련 임원 등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날 삼성금융네트웍스는 4일 KB국민은행과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삼성금융네트웍스]

    이보다 더 근본적 이유는 금융플랫폼 시장을 선점한 빅테크(Big tech)의 아성을 깨기 어렵다는 것. 특히 삼성금융네트웍스는 금산분리 규제로 금융 계열사 가운데 은행이 존재하지 않아 모니모가 ‘은행 없는 슈퍼 앱’으로 전락했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됐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3월 모니모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지난해 같은 기간(274만 명) 대비 75.3% 증가한 480만 명으로 집계됐다. 1년 새 이용자 수가 급증하기는 했으나 토스(1959만 명)나 카카오뱅크(1796만 명)에 비하면 아직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6월 4일 삼성금융네트웍스는 KB국민은행과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모니모 회원 전용 입출금통장을 협업 첫 상품으로 선보이기로 했다. ‘모니모-KB 제휴통장’(가칭)은 모니모에서만 가입이 가능하며, 삼성금융과 모니모를 잘 이용할수록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보험료나 카드 결제 대금을 제휴 통장으로 자동이체하거나, 앱을 자주 방문하는 경우 추가 금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금까진 선불충전금인 ‘모니머니’로 삼성카드 결제 대금이나 삼성생명·화재의 보험료를 결제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부턴 제휴 통장을 통해 카드 대금이나 보험료를 결제할 수 있게 된다.

    비슷한 선례로 2022년 네이버페이가 하나은행과 함께 선보인 ‘네이버페이머니하나통장’이 있다. 이 통장은 선불충전금 ‘네이버페이 머니’를 입금해 사용하면 연 4%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삼성금융네트웍스와 국민은행 역시 시중은행의 입출금 통장과 차별적 수준의 금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상품 출시를 위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혁신금융서비스는 신기술·신산업 육성을 위해 기존 금융 규제를 최장 4년간 유예하는 제도다. KB국민은행과의 제휴로 그간 모니모의 한계로 지적됐던 확장성은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모니모는 ‘모니모페이’도 출시할 예정이다. 모니모페이는 삼성카드, 모니머니를 이용해 온·오프라인에서 결제할 수 있는 앱카드 형태의 서비스다. 이를 위해 삼성카드는 지난 6월 특허청에 ‘모니모페이’라는 상표권을 출원했다. 다만 금융 앱의 핵심 사용자인 ‘2030세대’를 얼마나 끌어모을 수 있을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젊은 층이 카카오뱅크나 토스 등 빅테크 플랫폼을 정통 금융사 플랫폼보다 훨씬 친숙하고 사용하기 쉽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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