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500여 선수 태운 보트 100척 개막식
대한민국 누적 금메달 96개, 파리에서 100번째 탄생
여고생 반효진, 여자 10m 공기소총서 첫 금 따낼까
육상 높이뛰기·수영 계영·남녀 양궁 등 초반 종목 관심↑
사격 김예지·유도 김민종·역도 박혜정 ‘제2의 ○○○’ 기대
근대 5종·사브르 단체·탁구 복식, 이번에도 메달?
역대 최다 메달 보유자 진종오(사격), 김수녕(양궁)
여자 핸드볼과 마라톤에서 나온 귀한 금메달
수영대표팀 황선우가 6월 18일 충북 진천군 진천국가대표선수촌 수영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공개 훈련을 하고 있다. [뉴스1]
대한민국 100번째 금메달 주인공은?
이번 대회 특징 중 하나는 128년 올림픽 역사에서 처음으로 남녀 선수 출전 비율이 50대 50으로 똑같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에서 남녀 선수가 똑같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명제 아래 수십 년간 노력해 왔는데 파리 대회에서 출전 비율의 평등이 실현됐다.
파리 올림픽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경기장(메인스타디움) 밖에서 개막식이 열린다. 개막식은 2024년 7월 26일 오후 8시 24분(현지 시간) 그리스 대표단이 오스테를리츠 다리(Pont d’Austerlitz)를 떠나 이에나 다리(Pont d’Iéna)로 향하면서 시작된다.
1만500여 명의 각국 올림픽 대표 선수들은 다양한 크기 및 종류의 보트 100여 척에 승선해 차례로 물을 가른다. 관중은 6㎞에 이르는 센강 상·하변 관람석과 다리 위 곳곳에 설치한 80여 개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보트 퍼레이드를 즐긴다. 센강 개막식은 개최국 프랑스 선수단의 마지막 보트가 오후 11시 50분께 이에나 다리에 도착한 후 트로카데로에서 피날레를 장식한다.
대한체육회는 파리 대회 목표를 금메달 5개, 종합 15위 안팎이라고 밝혔다. 장재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장은 “대한체육회가 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았다”면서 “대회 초반 사격 등에서 성과가 좋으면 더 나은 성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1948년 런던 올림픽에 사상 처음으로 태극기를 앞세우고 출전한 이후 지금껏 여름 대회에서 96개의 금메달을 땄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4개 이상 따면 대망의 ‘골드 100’ 클럽에 가입한다. 여름 올림픽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올림픽 빛낼 ★
한국은 여름 올림픽에서 금메달 96개로 세계 13위다. 2012년 런던 올림픽(5위 :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9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8위 :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에서는 ‘톱 10’에 들었지만 2020년(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1년 열렸다) 도쿄 올림픽에서 10위권 밖인 16위(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로 처졌다.
한국이 대한체육회가 목표로 한 금메달 5개를 넘어 그 이상을 획득하려면 금메달 5개가 걸린 양궁에서 4개, 상승세를 탄 수영에서 2개, 그 밖에 태권도·탁구·펜싱·유도·근대 5종·육상에서 금메달을 획득해야 한다. 장재근 선수촌장 말대로 개막 직후 출전하는 여자 공기소총(7월 28일 오전)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 메달 획득에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여고생 여갑순이 여자 공기소총에서 세계신기록인 498.2점을 쏴 세계 랭킹 1위 베셀라 레체바(불가리아) 등을 꺾고 금메달을 따면서 상승세를 타 금메달 12개로 종합 7위에 오른 바 있다.
5월 27일 충북 진천군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사격 국가대표 미디어데이에서 10m 공기소총 반효진이 훈련 도중 카메라를 보며 활짝 웃고 있다. [동아DB]
올림픽 육상은 IOC 212개 가맹국이 모두 도전하는 종목이기에 입상 경쟁이 특히 치열하다. 한국 육상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황영조가 금메달을 땄고,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이봉주가 두 번째 메달(은메달)을 땄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인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손기정과 남승룡이 일장기를 달고 금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2023년 10월 18일 전남 목포시 목포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104회 전국체육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우상혁(경기)이 대회신기록 2.32m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우상혁의 라이벌인 카타르의 무타즈 에사 바르심(32·189㎝)이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바르심은 10년 전인 2014년 2m43㎝를 넘은 바 있다. 세계기록(2m45㎝)에 2㎝밖에 뒤지지 않은 엄청난 기록이다. 바르심은 2020년 도쿄 올림픽, 2016년 런던 올림픽에서 내리 금메달을 차지했다.
미국의 주본 헤리슨(25·1m93㎝)은 흑인 특유의 탄력을 앞세워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개인 최고기록은 2m33㎝이지만, 이번 대회에서 2m35㎝는 무난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의 장메라토 템베리(31·1m89㎝)는 8년 전인 2016년 모나코 다이아몬드 리그에서 2m39㎝를 기록한 후 꾸준히 2m35㎝ 안팎의 기록으로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안드리 프로첸코(35·1m94㎝)도 10년 전인 2014년 2m40㎝를 넘었는데, 최근 2m30㎝ 안팎의 기록을 내고 있다.
남자 자유형 400m, 김우민 금메달 기대
한국 수영이 남자 계영 800m에서 금메달(또는 메달)을 딴다면 한국 스포츠 역사가 바뀌게 된다. 한국은 1948년 런던 올림픽에 처음 태극기를 앞세우고 출전한 이후, 287개(금메달 96개, 은메달 91개, 동메달 100개) 메달을 땄지만, 기본 종목인 육상과 수영에서 4명이 출전하는 계주와 계영 종목에서는 메달을 한 개도 따지 못했다.김우민은 2023년 9월 29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대회 수영 400m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동아DB]
양재훈의 약점은 2024년 2월 카타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때 나타났다. 한국은 1번 영자 양재훈이 구간기록 1분47초78로 8명 가운데 최하위인 8위로 들어왔고, 이어 김우민(1분44초93)이 3위로 올라섰고, 3번째 영자 이호준이 1분45초47로 3위를 유지했다. 마지막 영자 황선우(1분43초76)가 끝내 2위까지 끌어올렸는데, 1위 중국(7분01초84)에 불과 0.10초 뒤진 7분01초94의 기록으로 2위를 차지했다.
2023년 9월 24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100m 결선 경기에서 황선우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동아DB]
경영 국가대표 이호준(위), 김영현이 6월 18일 충북 진천군 진천국가대표선수촌 수영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황선우는 2022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200m에서 루마니아의 다비드 포포비치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황선우는 2023년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200m 종목에서는 영국의 매슈 리처즈와 톰 딘에 이어 동메달을 획득했다. 후쿠오카 대회 당시 레이스 막판 1위로 치고 나가다가 리처즈와 딘에게 역전패를 당했다.
황선우는 2024년 2월 14일 카타르 도하 어스파이어돔에서 벌어진 2024년 국제수영연맹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4초75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 3번째 도전만에 대망의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황선우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자유형 200m 예선에서 1분44초62로 한국신기록이자 세계 주니어 신기록을 수립하며 전체 1위로 통과했다. 준결승에서는 1분45초53, 전체 6위로 8명이 겨루는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는 1분45초26으로 예선보다 저조한 성적으로 7위에 그쳤다. 예선에서 기록한 1분44초62를 결승에서도 재현했다면 동메달까지 딸 수 있었지만 경험 부족으로 인해 체력 관리에 실패했다.
황선우는 도쿄 올림픽 이후 세 차례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모두 메달을 땄고, 특히 올림픽을 앞두고 올해 2월에 열린 2024년 도하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선우는 파리 올림픽에서 미국의 루크 홈슨, 독일의 루카스 마르텐스, 영국의 매슈 리처즈, 덩컨 스콧, 루마니아의 다비브 포포비치와 금메달을 놓고 다툰다. 황선우가 금메달을 따려면 1분44초대 초반 또는 1분43초대에 진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우민이 2월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이어 파리 올림픽에서도 주종목인 자유형 400m 금메달을 딸 것인지도 관심을 모은다. 자유형 400m는 독일의 파울 비더만이 전신 수영복이 허용되던 2009년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세운 3분40초07의 세계기록이 아직 경신되지 않고 있다.
2007년 호주 멜버른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박태환이 깜짝 금메달을 땄다. 박태환은 2011년 중국 상하이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했다.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면서 자유형 400m의 황제로 군림했다.
2024년 2월 12일 도하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김우민이 3분42초71의 기록으로 정상에 올랐다. 호주의 일라이자 워닝턴은 김우민에게 불과 0.15초(3분42초86) 뒤져 은메달을 땄으며, 동메달을 목에 건 독일의 루카스 마르헨트(3분42초96)도 김우민에게 0.25초밖에 뒤지지 않았다.
파리 올림픽 자유형 400m 금메달은 3분42초대를 돌파한 선수가 따낼 것으로 예상된다. 김우민, 호주의 일라이자 워닝턴과 새뮤엘 쇼트, 독일의 루카스 마르헨트, 브라질의 길레르미 코스타, 튀니지의 아후메드 하프나우이 등 대여섯 명의 선수가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양궁 ‘올림픽 10연패’ 대기록 도전!
2024 파리 올림픽을 포함한 2024년 주요 국제대회에 출전할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 최종 엔트리에 선출된 김우진과 이우석, 김제덕, 전훈영, 임시현, 남수현(왼쪽부터)이 4월 11일 경북 예천시 진호국제양궁장에서 2024 양궁 국가대표 최종 2차 평가전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남자는 세계 랭킹 1위 김우진과 이우석·김제덕, 여자는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 임시현과 전훈영·남수현 등이 출전해 최소 3개, 최다 5개의 메달을 휩쓸 것으로 보인다. 여자 양궁 단체전은 한국이 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9대회 연속 금메달을 땄다. 파리 올림픽에서 ‘올림픽 10연패’라는 대기록에 도전하는 것이다.
한국 양궁에 도전하는 국가는 미국,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프랑스 등이다. 올림픽 양궁은 1900년 파리 올림픽에서 처음 채택돼 1920년 앤트워프 올림픽까지 열리다가 1924년 파리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에서 빠졌다. 1972년 뮌헨 올림픽부터 다시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지금까지 45개의 금메달이 주어졌다.
45개의 금메달 가운데 한국이 60%에 해당하는 27개의 금메달을 독식했다. 한국에 이어 8개의 미국이 2위, 이탈리아가 2개로 3위다. 금메달을 1개 이상 획득한 나라가 11개국뿐이다. 일본은 금메달은 1개도 없고 은메달 3개, 동메달 4개로 12위에 머물러 있다. 메달을 1개 이상 딴 나라도 22개국에 그친다.
사격 금1·은2·동1 획득 목표
‘사격 황제’ 진종오가 은퇴한 후 침체기에 빠진 한국 사격이 파리 올림픽에서 명예 회복을 노린다. 한국은 사격 15종목에 14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사격은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7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개 등 메달 17개를 따낸 효자 종목이다. 진종오가 은퇴한 이후인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은메달 1개(김민정)를 땄을 뿐 금메달은 없었다.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비(非)올림픽 종목인 러닝타깃 단체전에서만 금메달 2개가 나왔다.
김태호 대한사격연맹 부회장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이 꼭 필요하다”며 “남은 기간 철저하게 준비해 국민께 사랑받는 종목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장갑석 대표팀 총감독은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 획득이 목표”라며 “2~3종목을 제외하고는 선수들 실력이 백지장 한 장 차이다. 모두 메달을 딸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5월 27일 충북 진천군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사격 국가대표 미디어데이에서 10m 공기권총과 25m 권총의 김예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아DB]
앞서 언급했듯 대회 초반에 열리는 여자 공기소총 10m에서 여고생 반효진 선수가 좋은 결과를 얻으면 그 여파가 사격뿐 아니라 전 종목에 전달될 가능성이 있다.
유도 김민종·허미미, 역도 박혜정에 주목
유도에서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금맥이 터질 것인가. 한국 유도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과 동메달 각 1개씩을 따면서 전성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부터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 매 대회 금메달이 끊이지 않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금메달(81㎏ 김재범, 90㎏ 송대남) 이후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메달 2개, 동메달 1개), 2020년 도쿄 올림픽(은메달 1개, 동메달 2개)에서 잇따라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한국 유도는 6월 카타르 2024년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남자 100㎏ 이상급의 김민종과 재일교포 출신의 여자 57㎏급 허미미 선수에게 금메달을 기대한다.
2023년 8월 24일 충북 진천군 진천선수촌에서 유도 국가대표 김민종. [동아DB]
2024 파리 올림픽에 참가하는 유도 국가대표 허미미가 6월 13일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D-50 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박혜정(경기)이 2023년 10월 17일 전남 완도군 완도농어민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 제104회 전국체육대회 역도 여자일반부 87kg 이상급 용상 경기 결승전에서 바벨을 들어 올리고 기뻐하고 있다. 박혜정은 용상 170kg을 들어 종전 169kg보다 1kg 무거운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뉴시스]
태권도 최경량급 ‘노골드’ 설움, 박태준이 씻어낸다
태권도 국가대표팀 박태준, 서건우, 김유진, 이다빈(왼쪽부터)이 6월 25일 충북 진천군 진천선수촌 태권도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한국 태권도의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는 남자 최경량급인 58㎏급에서 올림픽 금메달이 한 개도 없다는 것이다. 남자 58㎏급의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13번의 대회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6번이나 정상에 올랐지만, 올림픽에서는 아직 금메달이 없다. 이대훈(2012년 런던 올림픽 은메달), 김대훈(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동메달), 장준(2020년 도쿄 올림픽 동메달) 등이 번번이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파리 대회에는 약관 20세의 박태준이 이 체급 첫 번째 금메달에 도전한다. 박태준은 파리 올림픽 최종 선발전에서 장준에게 2대 0으로 이겼다. 이전까지는 6번 모두 졌는데, 6전7기에 성공했다.
태권도는 이 밖에 여자 57㎏급 김유진, 남자 80㎏급 서건우, 여자 67㎏ 이상급 이다빈 등에게 금메달을 기대한다.
근대5종·사브르 단체·탁구 복식, 메달 재도전
안세영이 6월 25일 충북 진천군 진천선수촌 핸드볼경기장 훈련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김가은과 2차 스페셜 매치를 펼치고 있다. [뉴스1]
안세영은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영국 오픈 등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천위페이,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 등 라이벌이 있지만 오른쪽 무릎 부상이 괜찮다면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백하나(왼쪽)와 이소희가 2023년 10월 7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복식 결승 중국 천칭천-자이판과의 경기에서 수비를 하고 있다. [뉴스1]
근대5종은 승마(경기 시작 20분 전에 말을 랜덤으로 배정), 펜싱(에페), 수영(200m 자유형), 레이저 런(육상+사격, 10m거리 5개 표적) 등 5종목을 혼자서 해내야 하는 ‘만능 스포츠맨’을 가리는 종목이다.
한국은 근대5종 국가였지만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첫 메달(동메달, 전웅태)을 땄고, 6월 중국 정저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전 종목에 입상하며 사상 처음 종합우승(금메달 4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을 차지해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획득 가능성을 높였다. 근대5종은 간판스타 전웅태, 김선우와 여자부의 성승민 등에게 금메달을 기대한다.
최근 한국의 올림픽 효자 종목은 펜싱이다. 펜싱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김영호가 남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금메달, 남자 에페 개인전에서 이상기가 동메달을 따는 등 2개의 메달을 획득한 이후 효자 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6개의 메달(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을 따낸 이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빠짐없이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펜싱은 남자 사브르, 여자 에페 및 사브르 단체전에 출전한다. 단체전 출전권을 딴 이 3개 종목에서 3명씩 개인전에 출전할 수 있다.
5월 27일 충북 진천군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참가 펜싱 국가대표선수 미디어데이에서 남자 사브르에 출전하는 오상욱, 도경동, 구본길, 박상원(왼쪽부터)과 여자 에페에 출전하는 강영미, 이혜인, 송세라, 최인정(왼쪽부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여자 에페는 도쿄 올림픽 은메달,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송세라·이혜인·강영미·최인정이 그대로 출전한다. 이 밖에 단체전 출전권을 얻지는 못했지만 남자 플뢰레의 하태규와 남자 에페의 김재원 등이 세계 랭킹을 통해 개인전에 출전한다.
탁구는 중국의 우승 비중이 워낙 높기에 한국의 금메달을 보기가 어렵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37개의 금메달 가운데 중국이 87%인 32개를 휩쓸고 있다.
중국 외 국가들의 금메달리스트를 보면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단식 유남규, 여자복식 양영자-현정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단식 얀오베 발드네르(스웨덴),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단식 유승민, 혼합복식이 처음 채택된 2020년 도쿄 올림픽 미토타니 준-이토 미마조(일본)가 있다.
여자 탁구대표팀 전지희(왼쪽)와 신유빈이 2월 19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체전 조별리그 대한민국과 쿠바의 경기에서 휴식을 취하며 동료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올림픽 빛낸 ★
한국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을 딴 이후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11번의 대회에서 한 번도 빼놓지 않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각각 13개의 금메달을 땄고, 1988년 서울올림픽,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각각 12개 금메달을 땄다. 금메달 1개를 획득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을 제외하면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과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가장 적은 6개의 금메달에 획득했다.
16개 종목에 걸쳐 금메달을 따왔는데, 그중 양궁이 27개로 여름 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의 30% 가까이 된다. 국기인 태권도가 12개로 양궁의 뒤를 잇고 있고, 레슬링과 유도가 11개로 공동 3위, 사격이 7개로 5위에 올라 있다. 배드민턴(6개), 펜싱(5개)이 6위와 7위, 복싱·역도·탁구가 각각 3개로 공동 8위를 달린다. 기계체조와 핸드볼은 각 2개로 공동 11위, 골프·수영·야구·육상이 1개로 공동 13위다.
개인 최다 금메달 공동 1위는 각각 4개를 따낸 진종오(사격)와 김수녕(양궁)이다. 진종오는 금메달 4개와 은메달 2개, 김수녕은 금메달 4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다. 메달의 질 면에서 진종오가 약간 앞선다고 봐야 한다. 진종오는 50m 권총에서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3연패를 이뤄냈다. 진종오의 ‘같은 종목 올림픽 3연패’ 기록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서도 보기 드문 불멸의 기록이다.
한 대회 개인 최다 금메달은 양궁의 안산이다. 안산은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양궁 3관왕(혼성·여자단체·개인)에 올랐다. 파리 올림픽 국가대표 1~3차 선발전에서 24명 가운데 16위에 그치며 탈락해 올림픽 출전이 무산됐다. 안산의 파리 올림픽 탈락은 “한국 양궁은 올림픽 본선보다 국내 선발전이 더 어렵다”는 통설을 증명했다.
제21회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양정모. [뉴스1]
한국은 1948년 런던 올림픽에 태극기를 앞세우고 처음 출전한 이후 28년 동안 일곱 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1956년 멜버른 올림픽 복싱 밴텀급 송순천, 1964년 도쿄 올림픽 복싱 밴텀급 정신조, 레슬링 자유형 플라이급 장창선,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복싱 플라이급 지용주, 1972년 뮌헨 올림픽 유도 미들급 김의태 등 5명이 결승까지 올랐지만 은메달에 그쳤다.
양정모(71)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 자유형 페더급(62㎏급)에서 한국 선수로는 첫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 올림픽 첫 금메달 외에도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2연패했다.
양정모가 금메달을 딴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 경기 방식은 벌점제였다. 리그전을 벌여 승패의 유형(판정승, 판정패, 폴승, 폴패 등)에 따라 선수에게 벌점이 주어지고, 벌점이 일정 수준 누적되면 탈락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양정모는 몽골의 제베그 오이도프와 마지막 경기에서 판정패를 당하고도 벌점에서 앞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벌점에서 우세했기에 판정으로만 패한 다면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 당시 폴패를 당하지 않으려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한 이유다. 양정모는 몬트리올 올림픽 금메달로 박정희 당시 대통령에 의해 시행된 병역특례 혜택의 첫 수혜자가 됐다.
여자 핸드볼에서 써낸 드라마틱한 역사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 핸드볼 고병훈 감독은 한국의 금메달이 결정된 후 “이제 우리 핸드볼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종목이 되겠구나 싶어 자부심을 느꼈고, 처음으로 핸드볼 한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여자 핸드볼의 금메달 획득은 한국 올림픽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여자 핸드볼이 금메달을 따기 전까지는 개인 종목에서만 금메달을 구경할 수 있었다. 다만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여자 배구가 구기종목 사상 처음으로 메달(동메달)을 딴 바 있다.
서울올림픽 당시 한국 여자 핸드볼 선수들은 유럽 선수들에 비해 체격은 물론 체력까지 열세였다. 여자 핸드볼 선수들은 약점을 보강하기 위해 태릉선수촌에서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했다. 한국은 옛 소련과 결승전을 치렀다. 다섯 번의 동점과 두 번의 역전을 하는 등 박빙 승부였다. 강한 투지와 이기겠다는 신념으로 난적 소련을 21대 19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여자 핸드볼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내 2연패에 성공했다. 한국은 평균 신장이 7㎝나 큰 노르웨이와 치른 결승전에서 빠른 스피드와 조직력을 앞세워 7골 차(28대 21)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은 인기 종목에서 금메달이 나왔다는 데 의미가 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2년 전에 열린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사회인 야구 선수 중심의 일본, 한 수 아래의 대만에 밀려 동메달에 그친 터라 잔뜩 독이 올라 있었다. 베이징 올림픽 야구는 우선 8개 팀이 한 차례씩 맞붙는 풀리그 방식으로 진행됐다. 출전 팀 모두 7경기를 치른 후 상위 4개 팀이 1위-4위, 2위-3위 팀 간의 준결승전을 하고, 결승전과 3-4위전을 통해 메달을 가렸다. 콜드게임과 연장전 승부치기도 도입됐다.
한국은 리그전에서 쿠바, 미국, 일본, 대만, 캐나다, 네덜란드, 중국을 모두 물리치고 7전 전승을 거뒀다. 준결승에서 일본을 6대 2로 물리쳤고,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3대 2로 이겨 9전 전승으로 대망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당시 한국 팀의 엔트리는 막강했다. 역대 최고의 좌·우완 투수로 불리는 류현진과 김광현이 원투 펀치를 이뤘고, 역대 최고의 잠수함 투수 정대현이 ‘히든 카드’로 포함됐다. 투수는 봉중근·송승준·한기주·오승환·권혁·임태훈·장원삼 등 10명, 포수는 진갑용과 강민호 2명, 내야수는 이대호·이승엽·김동주·정근우·박진만·김민재·고영민 등 7명, 외야수는 김현수·이진영·이종욱·이용규·이택근 등 5명이었다.
여름 올림픽은 수영으로 시작해 육상으로 끝난다. 전반은 수영, 중반에 수영과 육상이 겹치다가 후반에 육상으로 막이 내린다. 수영(209개 가맹국)과 육상(212개 가맹국)이 메달 수가 가장 많고, 가맹국 수가 많기 때문에 다른 종목에 비해 메달을 따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올림픽에서 수영을 메인 종목, 육상을 ‘메인 종목 중 메인 종목’이라 한다.
육상에서도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를 가리는 남자 육상 100m, 가장 지구력이 좋은 사람을 고르는 남자 마라톤이 특히 주목받는다.
‘신동아’ 일장기 말소 사건
한국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손기정이 금메달, 남승룡이 동메달을 땄다. 당시 두 사람은 일장기를 달고 시상대에 올라야 했다. 손기정, 남승룡의 메달 획득을 보도하면서 ‘신동아’(1936년 9월호)와 동아일보는 가슴에 달린 일장기를 삭제한 사진을 내보냈다.1936년 ‘신동아’ 9월호에 실린 손기정(중앙), 남승룡 선수의 메달 획득 보도. [동아DB]
황영조의 기록은 2시간13분23초였다. 모리시타는 황영조보다 22초 뒤진 2시간13분45초. 두 사람은 37㎞ 지점부터 선두를 다투며 골인 지점 직전인 몬주익 언덕에 나란히 올랐다. 약 40㎞ 지점이던 몬주익 언덕 내리막길에서 황영조가 피치를 올려 모리시타를 따돌렸다. 골인 지점인 올림픽 스타디움 관중석에는 고(故) 손기정이 자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