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全大는 ‘여의도 대통령’ 이재명 대관식
사당화 논란 속 경기도·혁신당 非明 망명지 부상
권력 쥐었지만 호감도는 ‘글쎄’
거대 제1야당 좌우해도 차기 대세론 2% 부족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22대 총선에 당선한 의원들이 4월 12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동아DB]
이 전 대표의 정치적 위상은 ‘압도적’이다. 과거 ‘3김 정치’ 시절 제왕적 총재 수준을 뛰어넘었다. 민주당은 ‘이재명 일극 체제’다. 모든 현안과 이슈는 이 전 대표의 뜻대로 움직인다.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막강 파워가 반사이익이 크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구도의 힘이다. 탄핵 위협에 시달리는 윤석열 대통령, 봉숭아학당 수준의 최약체 집권 여당,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탈당에 따른 차기 라이벌 부재까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환경이다. 그래도 차기 대권까지는 아직 2% 부족하다. 대통령 지지율 회복, 국민의힘 환골탈태, 강력한 라이벌의 등장에 따라 상황은 뒤집힐 수 있다. 물론 가능성이 희박한 가정이다. 다만 현재의 가정은 언제든지 미래의 현실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 失政으로 李 장악력 점차 커져
민주주의 정치는 곧 선거다. 유권자들의 집단지성은 선거로 발현된다. 선거의 3요소는 구도, 인물, 바람이다. 핵심은 구도다. 물론 인물의 매력과 민심의 바람이 때로는 구도를 뛰어넘기도 한다. 2002년 대선 당시 노풍(盧風)으로 불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적에 가까운 역전승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는 한국 정치사에서 대단히 예외적 경우다. 누가 뭐래도 근간은 구도다.
민주당 전직 대표라는 직함을 떼고 또다시 차기 당대표가 확정적인 이 전 대표는 구도의 최대 수혜자다. 현직 윤 대통령은 물론 라이벌 차기 주자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민주당 대선 경선 라이벌이었던 이낙연 전 국무총리까지. 우주의 모든 기운이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김진욱 정치평론가는 “22대 총선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이재명 전 대표가 아니라 윤 대통령이라고도 할 정도로 반사이익을 누렸다”며 “이른바 ‘친명횡재 비명횡사’의 잡음에도 총선에서 대승할 수 있었던 것은 여권의 연이은 악재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 전 대표의 최대 행운은 인기 없는 현직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2대 총선 이후 20%대 중반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사실상 레임덕 초입 단계다. 현 정국 상황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전야와 유사하다는 평가도 나올 정도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지난 대통령선거 맞수였다.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비호감 대선’이라는 혹평 속에서 24만7077표 차이로 석패했다. 이후 선택은 뜻밖이었다. 곧바로 정치무대에 복귀했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로 원내에 진입한 뒤 민주당 전당대회를 거쳐 거대 야당의 수좌에 앉았다.
다소 무리한 선택이었으나, 현 정부의 메가톤급 악재가 줄줄이 터지면서 이 전 대표는 반사이익을 얻어 정치적 위상을 강화해 왔다. △이태원 참사 △새만금 잼버리 파행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대표직 연임’이라는 무리수가 가능한 것은 현 정부의 낮은 지지율과 실정 탓이다.
野 장악하는 동안 與 수시로 흔들려
이 전 대표가 야당을 장악하는 동안 여당은 수시로 흔들렸다. 현 정부 초반 국민의힘은 야당과의 전투보다는 내부 권력 다툼에 골몰했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준석 전 대표는 ‘윤핵관’과의 갈등으로 축출당했다. 이후 주호영·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를 거쳐 전당대회가 열렸지만 잡음이 속출했다. 유력 당권 주자였던 유승민·나경원·안철수 빅3의 도전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실패했다.
우여곡절 끝에 김기현 전 대표가 당권을 잡았으나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식물 상태가 됐다. 이후 인요한 혁신위원회를 거쳐 구원투수로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한동훈 전 대표를 영입했지만 결과는 모두 아는 대로다. ‘이재명 vs 한동훈’의 진검승부 구도에도 민주당은 사상 초유의 압승을 거뒀다. 국민의힘은 또다시 ‘황우여 비대위’를 선택해야만 했다.
이 전 대표의 맞상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결정된다. 지지율 1위를 달리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유력하다는 평가 속에서 예측 불허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권력인 윤 대통령과 미래 권력인 한 전 위원장의 관계 악화 때문이다. 한 전 위원장은 친윤 황태자로 출발했지만 총선 정국에서 사이가 멀어지더니 최근에는 비윤(非尹)·반윤(反尹)이 아니라 절윤(絶尹)이라는 극단적 표현마저 등장할 정도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김건희 여사가 ‘명품 백 수수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으나 답하지 않아 논란을 낳았다. [동아DB]
여권의 대충돌은 야권 차기 주자에게는 호재다. 1997년 대선과 2007년 대선이 이를 증명한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여권 현재 권력인 김영삼 전 대통령과 미래 권력인 이회창 전 총재의 대충돌로 반사이익을 얻었다. 2007년 대선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시 여권 현재 권력인 노무현 전 대통령과 미래 권력인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의 불협화음에 어부지리를 얻었다. 이 전 대표로서는 가만히 앉아서도 착실하게 이득을 챙길 수 있는 형국이다.
이낙연 탈당에 조국·김경수 고전까지…라이벌 ‘실종’
민주당 내부로 눈을 돌려보자. 이 전 대표에 맞설 경쟁자가 없다. 김두관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지만 이 전 대표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은 전무하다.지난 대선 경선 이후 최대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22대 총선 과정에서 민주당을 탈당하고 새로운미래를 창당했으나 실패했다. 정치적 재기는 사실상 불투명하다.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안철수 의원이 탈당하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을 명실상부하게 장악한 것과 유사한 흐름이다.
물론 22대 총선에서 경이적 성과를 거둔 조국혁신당의 존재는 다소 부담스럽다. 호남에서 비례대표 득표율에서 앞섰을 뿐만 아니라 최근 정당 지지율도 10% 안팎이다. 다만 조국 대표는 차별화보다는 연대와 협력을 한층 강조하고 있다. 친문 진영의 다크호스로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거론하는 이들도 있지만 복권 없는 사면 탓에 운신의 폭은 제한적이다.
‘친명횡재 비명횡사’로 일컬어진 민주당 공천 과정은 크고 작은 잡음에도 성공적이었다. ‘총선 압승’이라는 성적표를 보자 비주류는 숨을 죽였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홍영표 전 원내대표, 전해철 전 장관 같은 친문 핵심 인사는 물론 박용진, 조응천 전 의원 등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독자 세력을 확립했던 비주류도 전부 국회를 떠나게 됐다.
친문 핵심 인사로 분류되는 전해철 전 의원은 6월 17일 경기도 도정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됐다. [동아DB]
김진욱 정치평론가는 “22대 총선 이후 이재명 대표 체제로 민주당이 완전히 개편됐다”며 “현 상황에서는 이견을 낼 수 없다. 이재명 전 대표가 가장 강력하고 유력한 대선 후보인 것은 물론 이 전 대표를 능가할 만한 차기 주자가 사실상 없다. 정당은 차기 대권 주자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측면에서 불가피한 측면”이라고 분석했다.
차기 지지율 20%대 중반, 스스로 경쟁력 입증해야
이 전 대표는 정치 인생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주식에 비유하면 역대 최고점이다. 또 다시 신고가를 돌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압도적 우위의 정치적 위치가 무색하게 이 전 대표의 차기 지지율은 20%대 중반에 머물고 있다.
한국갤럽의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 여론조사(7월 2~4일 실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이 전 대표는 1위를 기록했지만 선호도는 23%에 그쳤다. 이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17%,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5%, 홍준표 대구시장·오세훈 서울시장 각각 3%,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2%,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1% 등의 순이었다. 실제 2022년 6월 이후 분기별로 실시된 한국갤럽의 차기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전 대표는 2022년 9월 27%로 최고치를 경신한 뒤 이후로는 지지율이 20%대 초중반에 머물렀다. 22대 총선 압승 직후인 4월 3주차 조사에서도 지지율은 24%에 불과했다.
여야 유력 잠룡 10여 명이 경쟁하는 다자 구도에서는 35% 이상 또는 40%대에 안착하면 확실한 대세론을 누린다고 평가한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표의 차기 주자 적합도는 20%대 중반 수준이다. 이는 역대 대선 경쟁에서 대세론을 누린 주자들과 비교해도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 노무현 정부 시절 고건 전 국무총리, 이명박 정부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 문재인 정부 시절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35% 안팎의 압도적인 대세론을 누린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김진욱 정치평론가는 이와 관련, “다자 구도는 착시다. 결국 마지막은 여야 간 일대일 싸움”이라면서 “민주당 안팎에서 대항마를 꼽기도 힘든 상황이다. 조국 대표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모두 핸디캡이 있고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총리 등도 이 전 대표와 지지율 갭이 너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범야권 경쟁자로 꼽히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뉴스1]
유리한 구도가 허물어지면 이 전 대표 역시 힘을 잃는다. 게다가 이 전 대표에게는 최대 아킬레스건인 ‘사법 리스크’ 역시 실존하는 위협 요인이다.
‘개딸’ 믿고 중도 확장 않는다면 장래 어두워
이 전 대표의 확장성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개딸’로 불리는 열혈 지지층도 존재하지만 ‘죽어도 이재명은 안 된다’는 극단적 비토층도 있다. 한국갤럽의 ‘정계 주요 인물 개별 호감 여부’ 여론조사(6월 18~20일 실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이 전 대표의 호감도는 그리 높지 않다. 오세훈 서울시장 36%, 조국 대표 3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33%,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31%, 홍준표 대구시장 30%,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27%의 순으로 나타났다.
야권 지지층은 조 대표에게 64%, 이 전 대표에게 58%가 호감을 표시했다. 야권 핵심 지지층인 40대(조국 46%·이재명 43%)와 50대(조국 50%·이재명 43%)와 외연 확장의 대상인 중도층(조국 33%·이재명 31%)에서도 조 대표가 우위였다. 오차범위를 고려하면 통계학적으로 무의미하지만 이 전 대표로서는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이 전 대표가 민주당을 명실상부하게 장악했다면 이제 남은 건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전 대표가 레임덕 수준의 여권 상황에도 더욱 확실한 대세론을 누리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여론 지형을 보면 중도층이 윤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지만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해서도 여전히 유보적이거나 비판적”이라면서 “기존 지지층과 ‘개딸’로만 대선으로 갈 수 없다. 중도의 관점에서 보면 이재명 전 대표의 앞길은 여전히 첩첩산중”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