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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유통 공룡’ 롯데, 전방위 공격경영으로 올인

상처 입은 ‘유통 공룡’ 롯데, 전방위 공격경영으로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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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년간 한국 유통업계 부동의 1위로 군림해온 롯데가 안팎으로 시련을 겪고 있다. 철옹성 같던 업계 1위 자리를 신세계에 내줘 자존심을 상한 데다 불법 대선자금 제공의혹까지 겹쳤다. 부채 규모가 이례적으로 증가하면서 자금시장 일각에서도 우려스런 시각이 감지된다. 이에 롯데는 전방위 공격경영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데….
상처 입은 ‘유통 공룡’ 롯데, 전방위 공격경영으로 올인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위)· 신동빈 부회장 父子

롯데는 ‘유통왕국’이다. 한국에서 롯데의 땅을 밟지 않고 상품을 유통시키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롯데는 1979년 12월 서울 소공동에 롯데백화점 본점을 열고 유통업에 뛰어든 이후 백화점 21개, 할인점(롯데마트) 32개, 대형 슈퍼마켓(롯데슈퍼) 40개, 편의점(세븐일레븐) 1300여개를 거느린 광역 네트워크를 구축해 전국 주요 상권을 장악했으니 웬만한 물류는 롯데의 촘촘한 그물망에 걸려들기 마련이다. 지역, 고객층, 상품 구색에서 전 영역을 커버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해마다 고속 성장을 거듭해온 롯데 유통부문은 매출 규모에서 1981년 이래 단 한 차례도 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고 부동의 업계 1위를 지켜왔다.

롯데쇼핑이 이끄는 유통부문은 ‘껌이나 만들던’ 롯데를 오늘날 대한민국 재계 랭킹 5위에 올려놓은 주역이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매출 추정치는 약 8조5000억원으로 롯데그룹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넘는다. 롯데쇼핑 1개 계열사 매출이 나머지 34개 계열사 총매출의 60%에 달한다는 얘기다. 롯데쇼핑은 자체 사업을 영위하면서 점포 건설, 식·음료 판매, 광고 발주 등을 통해 롯데건설,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호텔, 대홍기획 등 관련업종 계열사 매출에도 크게 기여한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롯데가 최근 들어 다소 주춤거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흔들린다’고 표현할 정도는 아니지만, 몇 년 전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다. 우선 그룹 간판인 유통부문의 기세가 예전 같지 않은 데다, 그 동안 ‘롯데식 경영’의 장점으로 꼽혀온 요소들의 ‘유효기간’이 의문시되고 있는 것. 여기에다 비자금을 조성해 불법 대선자금을 전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안팎으로 시름이 겹쳤다.

22년 만에 1위 내줘

롯데쇼핑은 지난해 3분기 1조7079억원의 매출을 올려 같은 기간 1조7874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신세계보다 795억원이 뒤졌다. 소공동 롯데백화점 개장 1년여 만인 1981년 신세계를 누르고 정상에 올라선 롯데가 22년 만에 유통업계 1위 자리를 내준 것이다.



신세계의 역전은 지난해 도입된 새 회계기준에 힘입은 바 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부터 유통업체 임대매장의 매출을 총매출 대신 임대수수료로 계산하는 새 회계기준을 적용했다. 이에 따라 임대매장 위주의 백화점 비중이 높은 롯데쇼핑 매출이 크게 줄었다. 가령 삼성전자가 롯데백화점 임대매장에서 200만원짜리 냉장고를 판매할 경우 옛 회계기준으로는 삼성전자와 롯데백화점에 각각 200만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그러나 새 회계기준에 따르면 삼성전자에만 200만원의 매출이 발생하고 롯데백화점에는 유통업체 몫으로 떨어지는 수수료만 매출로 잡힌다. 롯데로서는 좀 억울한 면도 있지만, 어쨌든 브레이크 없는 22년 독주에 제동이 걸렸으니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몇몇 증권사와 신용평가회사들은 롯데의 경영효율에 대해서도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내놓고 있다. 롯데는 백화점부문에서 여전히 확고한 시장지배력을 가졌으나 국내 백화점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더 이상 비약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할인점 등 경쟁이 치열한 부문에선 힘겨운 승부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가 2002년부터 점포 증설과 M&A를 통해 공격적으로 사업확장을 시도하자 재무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롯데쇼핑의 차입금 규모는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채비율은 아직 180%대 정도지만, 3∼4년전 차입금이 1조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던 것과 비교하면 급속한 증가세다. 롯데쇼핑은 올 들어서만 두 차례에 걸쳐 42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신용평가회사들은 롯데쇼핑 회사채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지만, ‘향후 경쟁상황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는 식의 평가의견을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삼성증권은 롯데쇼핑에 대한 채권투자지수를 ‘S4’에서 ‘S5’로 하향조정했다. ‘S1’∼’S3’는 향후 신용등급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할 때, ‘S4’는 등급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할 때 부여하는 지수인데 비해 ‘S5’∼’S7’은 등급 하락 가능성을 고려한 지수다.

불법 대선자금 제공의혹도 입맛이 개운찮다. 다른 기업들도 비자금을 조성하고 불법 자금을 건넸지만, 롯데의 경우 수사에 유달리 비협조적이어서 단단히 미운털이 박혔다. 검찰의 거듭된 출두 요구에도 신격호(辛格浩·82) 회장·신동빈(辛東彬·49) 부회장 부자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소환된 임원들은 “일절 돈을 건넨 적이 없다”며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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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h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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