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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이설 기자의 ‘미술 재테크 A to Z’ 체험 취재

“첫 작품 ‘상한가’는 한 달 월급, 궁합 맞는 ‘옐로칩 작가’를 찾아라”

‘왕초보’ 이설 기자의 ‘미술 재테크 A to Z’ 체험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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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는 지난해 산 그림이 두 배로 뛰었단다. 방송에서는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본 것 같은 그림이 경매에서 수십억원에 낙찰됐다는 뉴스가 나온다. 신문마다 ‘미술 재테크 열풍’ 기사가 쏟아진다. 고상한 취미생활을 즐기며 돈까지 벌 수 있다니 이 아니 좋은가. ‘어디 나도 한번…’ 생각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 망설이는 당신을 위한 실속 가이드.
‘왕초보’ 이설 기자의 ‘미술 재테크 A to Z’ 체험 취재
TV에 비친 갤러리는 지나치게 말쑥하다. 화이트 조명을 받으며 깔끔하게 ‘각 잡힌’ 미술관과 갤러리 광경은 다소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그래서일까. 다른 문화생활과 달리 미술은 유난히 친해질 기회가 없는 편이었다. 음악은 라디오를 통해, 영화는 영화관과 케이블 채널에서, 문학은 도서관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지만 그림을 볼 수 있는 곳은 미술관과 갤러리가 유일했다.

미술 문턱이 낮아지기 시작한 건 최근이다. 전시회와 화랑이 많아진 데다 무엇보다 ‘미술 재테크’ 열풍의 영향이 크다. 연일 보도되는 ‘미술 재테크’ 기사를 보고 있으면 미술과 관련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들은 괜히 손해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작가 작품 수십억 낙찰’ ‘경매가 최고가 또 경신’ 같은 기사를 접할 때면 더욱 그렇다. 마치 홈쇼핑 채널 같다.

기자도 미술 재테크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지인에게 “△△△의 작품을 얼마에 샀는데, 그게 두 배로 뛰어서 돈 좀 벌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기도 했다.

“대박은 없다”

‘왕초보’ 이설 기자의 ‘미술 재테크 A to Z’ 체험 취재

미술 재테크의 1단계는 ‘그림과 친해지기’. 전문가들은 “초보자라면 장르 구분 없이 다양한 전시를 접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100만원짜리 그림을 구입해 10배 이상 가격이 뛰는 경우는 로또에 당첨되는 것만큼 어렵습니다.” “그림으로 재테크에 성공하는 사람보다는 실패하는 이가 더 많죠.” 미술 재테크에 ‘대박’은 없다는 확언. 그럼 도대체 미술 재테크 붐은 왜, 어디서 나온 것이란 말인가.



미술시장에 예전보다 많은 돈이 몰린 건 사실이다. 정부 제재로 부동산 투자의 매력이 떨어지자, 주식으로 재미를 본 이들이 세계적으로 뜨고 있다는 미술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몇몇 인기 작가의 작품값은 수억원을 가볍게 넘겼다. 수년간 소장해온 작품이 갑자기 가격이 치솟아 꽤 큰 차익을 챙겼다는 이들도 여기저기서 나왔다.

하지만 이런 호황은 일부 작가와 컬렉터에 한정된 얘기라고 한다. 전국의 작가 가운데 미술시장에서 작품이 거래되는 작가는 10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인기 작가의 범주는 더 좁고, 그들의 작품값은 수억에서 수십억을 호가해 이너서클(inner circle)에 속한 몇몇 큰손만 작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일부 대형 갤러리와 양대 경매 회사가 판도를 좌우하는 현재의 미술시장은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몇 년 뒤 작품값이 오를 것을 염두에 두고 현재 수십만원 안팎 하는 젊은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는 건 어떨까. 차고 세일(garage sale)에서 헐값에 산 그림이 명화로 드러나 단숨에 부자가 됐다는 해외 토픽의 주인공을 꿈꿔도 될까. 업계 관계자들은 이 역시 힘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앞으로 어떤 작가의 작품값이 오를지 누구도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물론 참고할 만한 기준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이야기는 뒤에서 다시 하기로 하자).

그렇다면 생각을 좀 바꿔도 좋지 않을까. 기필코 그림으로 돈을 벌겠다는 자세보다는 미술을 즐기는 법, 그림과 친해지는 법, 가족과 지인을 위한 그림 한 점 제대로 사는 법을 배우고 싶다는 자세로 말이다. 눈에 쏙 들어 구이한 작품값의 가격이 요행히도 크게 뛰어 재테크에 성공한다면 그건 좋은 그림을 알아보고 즐긴 안목에 대한 ‘덤’이라고 생각하자. 너무 ‘모범적’이지 않으냐고? 글쎄, 돈 왕창 벌어보겠다고 큰맘 먹고 질렀다가 두고두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쿨(cool)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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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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