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 측면에서 경제학자 대부분이 주식순환 이론을 쓰레기 취급을 하면서 경기순환 이론은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현실은 놀라울 수밖에 없다. 혹 학계는 자기 주변에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정보나 언어를 해자(성벽 주변에 판 연못)처럼 둘러치고 스스로의 권위만 획득하려는 게 아닐까. 배제에 의해 상대적 우월성이 결정되는 것처럼, 자신의 ‘이론’에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보편적 주장이 가능한 것들을 일부러 배척하는 경향이 학계에 잠재하는 건 또 아닐까.
어쨌든 학계나 주식투자가나 부인할 수 없는 명제는 ‘경기는 순환한다’는 사실이다. 증권시장의 경험칙상 주가도 경기순환과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며 시차를 두고 순환한다. 그래서 현재 주가가 주가순환의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알려면 경기순환 이론에 대한 지식부터 쌓아야 한다. 경기순환 이론을 알면 주가순환의 단계가 보인다.
과연 경기순환 이론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그 이론은 얼마나 유용할까. 우선 경기가 일정한 사이클을 가지고 순환하게 만드는 요인부터 살펴보자. 경기순환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계절적 순환 요인이다. 봄에는 신학기가 시작되고, 연말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있으며, 여름에는 농작물과 여름상품이 출하된다. 어느해 여름이 지나치게 더우면 에어컨 판매가 유독 많이 늘고, 전력회사의 금고는 돈으로 넘쳐난다.
하지만 겨울이 유난히 추우면 경기는 위축되고, 대신 술 판매회사들의 실적이 좋아질 것이다. 또 어느해 태풍이 불고 가뭄이 들어 작황이 나빠지면 2007년 연말처럼 곡물가가 급등할 것이고, 이는 자동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야기하는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때에 따라선 태양의 흑점이나 별자리의 변화로 경기를 예측하려는 황당한 시도도 전혀 근거 없는 망발은 아니다. 이들이 날씨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인정되는 한 그렇다.
기업의 본능적 담합과 게임이론

정부와 독점금지법위반 소송을 벌인 빌 게이츠 MS사 회장.
그뿐 아니다. 시장에서 상품 가격을 결정하는 큰 축인 생산량의 과잉 또는 과소, 즉 재고가 얼마만큼 쌓일지조차 예측할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는 기본적으로 경쟁사회다. 게임이론에선 균형전략을 구사하는 기업들의 여러 선택과 ‘목초지의 비극’을 초래하는 욕망, 그것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힘이 제각각 그 경쟁에 참여하고 상호간에 작용한다. 그럼에도 자본주의 사회가 절대적으로 추구하는 한 가지 지향점을 말하라면 완전경쟁, 다시 말해 ‘유효경쟁’ 상태다. 독점과 과점은 바로 이런 자본주의의 절대적 지향점을 가로막는 독버섯이다.
만약 특정 기업이 독점을 하면 자본주의의 모순은 심화된다. 독점에 의해 수요와 공급의 자연스러운 균형은 깨지고, 그런 상황에서 자본 획득은 그 자체가 시장의 구조적 모순을 잉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점 혹은 과점은 자본주의의 적(敵)이다. 미국에서는 경쟁 기업이 없는 경우에도 한 기업이 단일 분야를 독점하면 기업을 분할하거나 기술이전을 명령하는 법체계까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유효경쟁은 반드시 생산물의 과다 또는 과소 생산을 유발한다. 게임에 나서는 기업들의 전략은 오직 하나, 재고량을 줄이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담합하지 못하는 한 재고량은 항상 들쑥날쑥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기업은 본능적으로 서로 담합하려 한다. 그래야 생산량 과잉 현상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OPEC(석유수출국기구)가 담합하지 않는다면 유가는 지금의 절반이면 충분하고, 2008년 우리의 기름값은 L당 최소 몇백원은 쌀 것이다. 하지만 앞서 게임이론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업의 행태는 전략적이다. 게임이론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