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든 기업이든 젊어야 성장할 수 있다. 저성장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이웃나라 일본만 봐도, 그 이면에는 국가 전체의 ‘고령화’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그 어떤 나라보다도 심각하다는 사실이다. 현재 추세대로 간다면, 21세기 최초로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 될 것이란 예측까지 나올 정도다. 국가와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고민하는 기업호민관실에서 출산, 보육 문제를 고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하는 엄마나 전업주부들은 보육문제 때문에 출산을 기피하게 된다고 하소연한다. 정부가 보육예산을 많이 확보했다고 해도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2008년 12월 말 통계만 봐도 전국에 약 3만3499개의 공·사립 보육시설이 있지만 믿고 맡길 곳이 없다는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엄마들뿐 아니라 아이들의 보육을 맡고 있는 어린이집 원장이나 보육교사들의 불만도 대단하다.
이들은 매년 연례행사처럼 광장으로 혹은 국회의원회관실로 뛰어나와 살려달라고 외친다. 정부는 많은 예산을 들여 보육에 힘쓴다고 하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아우성을 치는 이상한 현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먼저 보육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기업호민관실에 접수된 사설 법인보육시설 관계자들의 목소리는 한결같다. “국가만 믿고 사재를 털어 보육법인을 설립했지만, 긍지와 자부심은커녕 심신의 상처와 캄캄한 미래에 대한 걱정만 남았다”는 것이다. 전북에 위치한 A 법인보육시설(어린이집) 원장의 얘기다.
“아이들을 키우는 일에 대한 보람은 사라지고 희망도 안 보여요. 너무 억울한데, 말을 하고 싶어도 공무원들 무서워서 함부로 목소리를 낼 수도 없어요. 공무원은 주인이고, 우린 노예나 다름없는 처지입니다. 한마디로 종속관계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문을 닫아야 하니까.”
정부만 믿고 전 재산 투자
A법인의 사례와 같은, 개인 설립 보육법인의 상당수는 1995년 시작된 정부의 보육시설 3개년 확충계획 때 만들어졌다. 정부는 보육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보육시설 설립을 독려했다. 평소 보육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던 많은 사람이 이때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자 대부분은‘돈’보다는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하면서 동시에 교육사업가로서의 꿈을 실현한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개인 자금이 들어간 보육시설이 전국에서 속속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들이 감당해야 할 현실은 생각과 달랐다. 경북 소재 D 보육시설 원장의 얘기다.
“속사정 모르는 친구들은 보육 사업을 한다고 부러워들 하는데 실상은 미칠 지경입니다. 15년 전 은행 직원으로 있다가 정부의 보육시설 3개년 확충계획 때 정부만 믿고 퇴직금이랑 부모님 재산이랑 몽땅 털어 어린이집을 열었어요. 그런데, 제 월급이 지금 200만원 정도입니다. 그 돈으로 부모님을 부양하고 아이 3명을 포함해 7인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대기업 직원으로 일하다가 결혼과 함께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 전공을 살려 그동안 저축한 돈과 시댁 재산, 그리고 은행 대출을 합쳐, 약 10억원을 투자해 법인 어린이집을 시작한 광주의 E 원장은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크게 후회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