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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속 없는 나홀로 ‘美生’?

미국 경제 ‘부활의 노래’

실속 없는 나홀로 ‘美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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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기업의 생산기지 이전은 미국과 미국 외 지역의 경기 차별화로 이어졌다. 금융위기 이전 글로벌 경제의 분업 구도는 ‘미국 소비’와 ‘그 외 지역 생산’으로 단순화할 수 있었다. 미국은 제조업을 등한시했고, 미국 외 국가가 만든 물건을 수입해 썼다. 그러나 미국 기업들이 본국으로 귀환하기 시작하자 다른 국가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회복이 더딘 동북아 경기, 신흥국 증시 침체 등은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에 가려진 그림자가 아닐 수 없다.

네 번째 요인으로는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꼽을 수 있다.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들이 21세기 글로벌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증시의 강세를 이끄는 종목은 애플로 대표되는 신(新)기술주다. 2009년 이후 기술주가 주로 거래되는 나스닥 지수의 상승률은 279%에 달한다. 주로 전통적 공장 굴뚝주로 이뤄진 다우지수의 상승률 175%를 훨씬 웃도는 성과다. 실리콘밸리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이를 금융적으로 뒷받침하는 나스닥. 이 역동적 시장의 존재는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든든한 기둥이라 하겠다.

미국 경제 부활의 요인으로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달러가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기축통화라는 점이다. 기축통화를 보유한 나라는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 있어 태생적 비교우위를 가진다. 기축통화를 가진 국가에선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 없다. 중앙은행이 인쇄기를 돌려 돈을 찍어내면 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 많은 이가 ‘달러 시대의 종말’을 경고했다. 중국의 재야 경제학자 쑹훙빙이 지은 ‘화폐전쟁’류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통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면 달러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논거였다. 논리적으로 틀린 주장은 아니다. 공급이 많으면 가치가 떨어짐은 경제학 상식이기 때문이다.

3분기 美 금리 오를 듯



그러나 현실 세계에선 달러의 시대가 저물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아무리 돈을 찍어내도, 심지어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돼도 달러는 기축통화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냈다. 이는 달러를 대체할 자산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제적 공동체로서의 유로존이 가진 약점이 노골적으로 노출되는 상황에서 유로화가 달러를 대체할 수는 없었다. 20년 불황에서 이제 막 벗어나고 있는 일본 엔화 역시 달러의 권위를 따라갈 수 없었다. 새로운 경제대국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는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오히려 달러 가치가 강하게 치고오르는 양상이다.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선진국들 중 가장 빠르고, 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정책도 종결됐기 때문이다. 러시아, 브라질 등 일부 신흥국에서는 외환위기 조짐마저 나타난다. 외환위기는 달러가 부족할 때 발생한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기는커녕 특정 국가에서 달러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중앙은행이 공격적으로 유동성을 주입했는데도 통화가 스스로의 가치를 지켜냈다는 점은 미국 경제에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2015년에도 미국 경제는 순조로운 확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FRB의 통화정책 변화는 미국 경제가 정상적인 회복 경로에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FRB는 양적완화 정책을 지난해 10월로 종결했다. 시장은 FRB가 올해 3분기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중앙은행은 경기가 나쁠 때 금리를 인하하고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금융완화정책을 쓴다. 반대로 경기가 너무 팽창돼 과열이 우려되면 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축소한다. 그러나 올해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이를 경기 과열 우려에서 비롯된 긴축조치로 볼 수는 없다.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관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요즘 같은 경기 회복 속도를 감안할 때 제로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온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미국에서 금리 인상 시기가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 경제가 정상화했다는 증거다. 금리를 올려도 감내할 수 있을 정도까지 경제가 회복됐기 때문에 FRB가 긴축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PER 충분히 높아

한편 다른 많은 국가는 여전히 금리를 낮추고 있다. 이는 상당수 국가의 경제 상황이 여전히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유럽중앙은행(ECB)이 1월 양적완화를 발표했고, 중국은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은행 지급준비율도 낮췄다. 이 밖에 캐나다 터키 인도 러시아 노르웨이 등도 잇따라 금리 인하에 나섰다. 경기 회복의 온기가 미국에서 미국 밖으로 잘 확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고용지표 개선도 미국 경제가 안정 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재차 확인해준다. 1월 미국의 비농업 부문 신규 취업자 수는 25만7000명 증가했다. 11개월 연속 매월 2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이 지점에서 고용지표가 가진 ‘후행적 성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신규 고용에 대단히 신중하다. 미국처럼 노동 유연성이 높은 나라도 직원을 해고하려면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상황이 나빠지면 기계야 가동을 중단하면 되지만, 직원을 해고하는 일은 이보다 훨씬 어렵다.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도 있고, 직원을 해고할 경우 남은 직원들의 사기 저하도 만만찮은 문제다. 그래서 기업은 경기가 충분히 회복됐다고 확신할 때 신규 채용을 늘리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요즘 미국에서 신규 고용이 증가하는 것은 기업들이 향후 경기를 낙관적으로 전망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앞에서 봤듯 시장이 예상하는 올해 미국 GDP 성장률은 3.2%이다. 미국 경제가 마지막으로 3%대 성장을 한 것은 2005년. 10년 만에 3%대 성장률에 복귀할 가능성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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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 |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 hakkyun.kim@dwse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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