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10년 만에 코스피 상장한 최초 스타트업
뷰티 디바이스가 급성장 견인, ‘에이지알’ 메가 히트
고객 만족하는 ‘제품력’·직원과 리더의 ‘동반성장’ 강조
전체 매출의 약 40% 해외서 발생, 미국이 최대 고객
2023년 10월 출시된 ‘부스터프로’는 한 대의 디바이스에 다양한 기술을 적용해 6가지 케어 기능을 제공하는 차세대 뷰티 디바이스다. [에이피알]
이를 발판으로 2월 27일 유가증권시장(KOSPI)에 상장했다. 설립 10년 미만의 스타트업이 코스닥이 아닌 코스피에 바로 상장한 것은 처음이다. 상장 무렵 증권가에서 매긴 이 회사의 미래가치는 2조 원에 달한다. 그만큼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기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30대 창업주 김병훈의 끈질긴 도전과 성과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는 직원과 리더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을 경영 철학으로 삼고 있다. [에이피알]
한국으로 돌아온 김 대표는 온라인·디지털·모바일을 접목한 사업을 구상하다 애플리케이션을 만든다. 두 번째 도전한 사업은 SNS 광고대행업. 그러나 이 역시 성에 차지 않았다. 그는 광고 대행이 아닌 직접 만들어 판매할 아이템을 찾다가 뷰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닌, 젊어지고 아름답고 싶은 욕망이 강력한 구매 동기가 될 거란 확신에서다.
2014년 11월 그가 처음 창업한 뷰티 회사 이름은 이노벤처스다. 이노벤처스는 자연주의 화장품을 표방한 브랜드 에이프릴스킨으로 창립 첫해 11월과 12월 두 달 동안 2억 원 매출을 올린다. 이듬해인 2015년에는 전년보다 60배 넘은 125억 원어치를 판매한다.
이후 패러다임 변화에 민감한 소비자 욕구와 니즈에 맞는 프리미엄·기능성 홈 뷰티 제품을 꾸준히 연구 개발해 선보이며 다양한 브랜드 라인업을 갖췄다. 2017년 론칭한 메디큐브(더마 코스메틱)를 비롯해 메디큐브 에이지알(AGE-R, 뷰티 디바이스·이하 에이지알), 포맨트(라이프스타일 뷰티), 에이프릴스킨(자연주의 화장품), 널디(스트리트 패션), 글램디바이오(건강기능식품) 등이다.
에이피알은 메디큐브와 널디를 순차적으로 론칭한 후 2018년 연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하며 자생력을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매년 성장을 거듭하다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2023년 연결 기준 매출액이 5238억 원, 영업이익은 1042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1.7%, 165.6%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19.9%로 전년보다 10.0%포인트 늘었다. 에이피알의 가파른 성장과 코스피 직상장을 이끈 견인차는 2021년 론칭한 홈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에이지알이다.
에이지알은 2023년 한 해 동안 105만 대의 뷰티 디바이스를 판매하며 메가 히트를 기록했다. 2022년 60만 대이던 판매량이 1년 사이 약 75%가 증가한 것이다. 에이피알은 뷰티 디바이스업계에서 국내외 누적 실적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투명한 경영 방식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국내외 누적 판매량은 현재 200만 대를 돌파했다. 에이피알 관계자에게 인기 비결을 묻자 “피부과 시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과 간편한 사용법, 비침습적 시술 인지도 상승으로 홈 뷰티 디바이스 수요가 크게 증가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해외에서도 에이피알의 성장세는 두드러진다. 2019년 미국과 중국, 일본 등으로 해외 진출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해외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2023년에는 뷰티 디바이스로 2022년(1437억 원)보다 42.8% 증가한 2052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39.2%가 해외에서 발생한 것이다.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에서는 2023년 사상 최대 매출액인 679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27.3% 증가한 수치다. 뒤이어 일본, 중국, 홍콩, 동남아 지역 순으로 매출이 상승했다.
뷰티 디바이스 7종의 힘
에이피알의 급성장을 이끈 뷰티 디바이스 제품들. 왼쪽부터 더마 EMS샷, 바디샷, 아이샷. [에이피알]
2022년 3월 출시된 ‘유쎄라 딥샷’은 두 개의 전극 헤드를 통해 고주파와 초음파로 피부 속 깊은 층까지 자극해 피부 관리를 돕는 기기기다. 같은 시기 출시된 ‘ATS에어샷’(단종)은 고전압의 전기를 초단시간 피부에 조사하는 원리로 작동되며 기존 화장품 도포 대비 흡수 속도, 깊이 등에서 개선된 효과를 나타냈다. 해당 기술은 특허기술 출원이 완료됐다.
2022년 7월 선보인 ‘부스터힐러’(단종)는 피부 광채 케어(skin boosting care)를 누구나 쉽게 집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고안된 기기다. 세안 후 기초화장품을 눈가 등 얼굴 전반과 목 등에 도포해준 뒤 디바이스 헤드를 피부에 밀착해 문질러주면 된다. 이 기기에 적용된 ‘글로 포레이션(Glow Poration)’ 기술은 전기자극을 통해 표피에만 순간적 엠보홀을 형성해 기초화장품의 유효성분을 빠르게 통과시켜 피부 흡수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2023년 새롭게 출시된 ‘아이샷’은 근력이 약해진 눈가 라인 등에 전기에너지를 공급해 화장품 흡수율과 볼륨감을 개선하는 기기다. 아이샷 기술의 핵심은 ‘듀얼 볼류마이징(Dual Volumizing)’. 전기에너지를 직접 공급하는 ‘샷 모드’와 아이크림 등 화장품의 흡수율을 높이는 ‘부스터 모드’ 두 가지 기능이 있다. 같은 해에 출시된 ‘바디샷’은 몸매를 관리하는 기기다. ‘고주파(RF)’와 ‘중주파(EMS)’를 사용한다. 피부 탄력과 보디라인 개선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다.
2023년 10월 선보인 ‘부스터프로’는 기존 제품의 세대교체를 알리는 차세대 뷰티 디바이스다. 한 대의 디바이스에 다양한 기술을 적용해 6가지 케어(광채, 탄력, 볼륨, 모공, 진동, 테라피) 기능을 제공한다. 메인 모드는 부스터모드, 미세전류(MC)모드, EMS모드, 에어샷모드까지 4가지. 메인 모드에 맞춰 패턴을 바꾸는 진동(바이브레이션) 기능과 LED 조명을 조사해 추가적 피부 관리 효과를 기대하는 포토테라피 기능이 추가됐다. 피부와 접촉하는 페드부에 최신 피부 접촉 센서를 탑재해 피부에 닿을 때 LED 조명이 조사된다. 블루투스 기능이 더해져 에이지알 앱과 연동된다. 디바이스 리모트 컨트롤은 물론 사용 패턴을 자동 기록한 피부 케어 리포트도 확인할 수 있다.
‘부스터프로’ 모델 김희선이 기기를 보여주고 있다. [에이피알]
미·중·일 찍고 프랑스·멕시코까지 판로 확대
에이피알의 영문 사명 APR은 ‘Advance People's Real-life’의 약자로, ‘고객의 실생활을 개선시키는 기업이 되자’는 뜻을 담고 있다. 이는 김병훈 대표의 경영 철학이기도 하다. “에이피알은 고객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고, 만족감 이상의 감동을 선사하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을 지향한다”고 관계자는 전했다.특히 제품의 효능과 성능을 뜻하는 ‘제품력’은 김병훈 대표가 특히 중시하는 요소다. 김 대표는 “마케팅을 통한 판매 증진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고객을 팬으로 만들 순 없다”며 “뛰어난 제품력을 지닌 제품으로 고객이 만족감을 느껴야 해당 브랜드와 기업이 지속 가능한 경영을 이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품력과 함께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발판으로 꼽는 것은 사람이다. 에이피알은 우수한 인재를 영입해, 인재가 활약할 만한 환경을 만든 뒤, 기업과 인재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을 추구한다. 이런 이유로 김 대표는 직원과 리더의 동반성장을 강조한다. 에이피알의 회사 정중앙에 자리 잡은 기업 슬로건 ‘Let's Grow Together’(함께 성장하자)는 김 대표의 경영 방침을 상징한다.
에이피알은 창립 이래 지속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글로벌 뷰티테크 기업은 에이피알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이자 비전이다.
현재 에이피알은 미국, 일본, 중국(본토), 홍콩 등 주요 시장 외에도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 진출해 있다. 올해 태국, 카타르와 총판 계약을 이뤄냈다. 또한 우크라이나, 몰도바, 튀르키예, 멕시코, 몽골 등지에서는 총판 및 대리점 계약을 통해 메디큐브 브랜드의 판로를 개척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금도 에이피알은 다양한 국가로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유럽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자 지난해 프랑스에 법인을 개설했다. 총판 계약을 이뤄낸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지역뿐만 아니라 서유럽과 남유럽 진출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타진할 계획이다. 멕시코 총판 계약을 발판으로 뷰티 수요가 높은 중남미 지역에서도 계속 판로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혁신 기술’은 에이피알이 추구하는 또 하나의 비전이다. 에이피알은 뷰티업계의 다음 혁신이 기존 코스메틱과 정보기술(IT) 및 의학·화학·공학 기술을 접목한 ‘뷰티테크’에서 나올 거라 믿고 있다. 에이피알이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1월 뷰티 디바이스 전문 연구기관인 ‘ADC(APR Device Center)’를 설립한 뒤, 석·박사급을 포함한 의·공학(Medical Engineering) 분야 인재를 계속 모집하고 있다. 또한 지식재산권에도 관심을 기울여, 현재까지 약 30개의 특허를 등록했다. 출원 실적까지 포함할 경우, 이 회사가 보유한 지식재산권은 70여 개에 달한다.
에이피알은 보유한 인적 자산과 지적 자산에 더해 새로운 혁신 뷰티테크가 적용된 제품을 전 세계에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뛰고 있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손꼽히는 뷰티테크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에이피알이 K-뷰티테크의 꾸준한 발전과 성장을 이끌며 전 세계인의 실생활에 아름다운 변화를 일으킬 날이 머지않았다고 믿는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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