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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홈 남매의 亂, 측근 꼬드김이 원인?

캐스팅보트 쥔 구미현 목적=지분 매각?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4-05-29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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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른 지분율, 줄어든 배당금이 남매 갈등 씨앗

    • 구지은 vs 구본성·미현 남매 연합전선

    • 노조 “구본성·미현, 이영렬 이사직 수용 철회해야”

    4월 서울 강서구 마곡동 아워홈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구미현 씨는 구본성 전 부회장과 손잡고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구지은 부회장의 재선임을 부결시키고 자신의 남편과 본인을 사내이사로 올렸다. [아워홈]

    4월 서울 강서구 마곡동 아워홈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구미현 씨는 구본성 전 부회장과 손잡고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구지은 부회장의 재선임을 부결시키고 자신의 남편과 본인을 사내이사로 올렸다. [아워홈]

    최근 세간의 관심이 아워홈 창업주 3세들이 벌이는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의 난’에 쏠렸다. 일반적으로 재벌가의 경영권 분쟁은 대중의 비상한 관심을 끌지만, 아워홈의 싸움이 유독 더 궁금증을 자아내는 건 흥미로운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아워홈은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고 구자학 회장이 2000년 LG유통에서 분리 독립하면서 설립한 범LG가(家) 식자재 유통업체다. 거기에다 범LG그룹에서 장자 계승 원칙을 깨고 고 구자학 회장의 1남 3녀 중 3녀인 구지은 부회장이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점 등은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4남매 중 유일하게 구지은 부회장이 2004년 아워홈에 입사해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는 와중에 2016년 장남이자 최대주주이던 구본성 전 부회장이 장자 승계 원칙을 주장하며 입사해 둘 사이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다는 점도 관심을 높이는 요인이다.

    경영권 분쟁 만드는 장녀 구미현의 변심

    이번 분쟁의 핵심은 유력한 후계 1순위로 부상했던 구지은 부회장에게 구본성 전 부회장이 공세를 취하면서 후계자 자리를 수년째 뺏고 뺏기는 상황이 반복되며 승계 구도가 혼란에 빠졌다는 데 있다. 문제는 이 분쟁의 캐스팅보트를 쥔 이가 아워홈 경영에 관여한 바 없는 전업주부이자 장녀인 구미현 씨라는 점이다.

    아워홈 경영권 분쟁이 2016년부터 지금까지 4회에 걸쳐 일어나는 동안 구미현 씨는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지은 부회장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판을 흔들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아워홈 대표이사를 맡은 2016년 당시 구미현 씨는 장남과 연대했고, 구지은 부회장은 경영권에서 밀려나 자회사인 캘리스코 대표이사로 이동했다.



    2021년 6월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복 운전으로 상대 차량을 파손하고 차에서 내린 운전자를 친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자 구미현·명진·지은 세 자매는 구본성 전 부회장을 몰아내고 공동 매각 합의를 체결하며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재계에 따르면 공동 매각 합의에는 지분 매각을 포함해 세 자매가 주주총회에서 같은 안건을 내고 의결권을 행사할 때 누군가 배반하면 위약금을 물게 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지은 부회장은 경영 복귀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회사가 영업손실 93억 원을 기록하자 경영 정상화를 명목으로 배당금을 줄이는 한편 직원 임금을 큰 폭으로 인상했다. 줄곧 지분 매각을 요구했던 구미현 씨는 구지은 부회장이 협약을 깼다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배당금까지 줄어들자 구미현 씨는 다시 구본성 전 부회장의 편을 들었다. 구미현 씨가 지난 10년간 받은 배당금은 260억 원 이상이다.

    구미현 씨는 구본성 전 부회장과 아워홈 매각을 시도하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는 구지은 부회장 편에 서서 회사 측이 제시한 배당안 안건을 가결했다. 그러나 올해 또다시 마음을 바꿨다. 구미현 씨가 구본성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줘 4월 17일 열린 아워홈 정기주주총회에서 구지은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부결한 것이다. 더욱이 이날 구지은 부회장 대신 구미현 씨와 그의 남편 이영렬 전 한양대 의대 교수가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분쟁 양상은 더욱 복잡해졌다. 구지은 부회장의 대표이사직 임기는 6월 3일까지다.

    아워홈의 끊임없는 경영권 갈등의 시발점은 4남매가 고르게 나눠 가진 지분율이다. 현재 아워홈 지분은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 구지은 부회장이 20.67%, 구미현 씨가 19.28%, 차녀 구명진 전 캘리스코 대표가 19.6%를 갖고 있다. 나머지 약 2%도 오너 일가 자녀 등 가족이 보유하고 있다. 4남매 가운데 아무도 아워홈 지분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지분율 구조상 누가 누구와 연합하느냐에 따라 판세가 결정돼 분쟁 양상이 더욱 복잡해졌다.

    상법 383조는 아워홈 같은 자본금 10억 원 이상 규모의 기업에 대해 최소 3명 이상의 사내이사를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아워홈 사내이사는 구미현 씨와 그의 남편 이영렬 전 교수 두 명뿐이다. 앞서 4월 17일 열린 아워홈 주주총회에서 구본성 전 부회장은 구미현 씨와 이영렬 전 교수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가결하고, 자신을 기타비상무이사로, 그의 장남 구재모 씨와 황광일 전 중국남경법인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청구했다. 기타비상무이사는 비상장사인 아워홈에서 사외이사와 같은 역할을 하며 경영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자리다.

    구지은 부회장으로선 사내이사 재신임이 필요한 상황이라 5월 31일 임시주주총회가 이번 경영권 분쟁의 주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2022년 5월 15일 고(故)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발인식에 참석한 구지은 부회장, 구명진 전 캘리스코 대표, 구본성 전 부회장, 구미현 씨(왼쪽부터 차례대로)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뉴스1]

    2022년 5월 15일 고(故)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발인식에 참석한 구지은 부회장, 구명진 전 캘리스코 대표, 구본성 전 부회장, 구미현 씨(왼쪽부터 차례대로)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뉴스1]

    측근의 꼬드김과 부추김

    그렇다면 아워홈 3세들은 왜 이 상황까지 끌고 온 것일까. 표면적으로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남매간 감정이 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른 이유가 더 있었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측근들의 입김’이다.

    업계에선 구미현 씨가 돈을 목적으로 지분 매각을 바라는 것과 달리 구본성 전 부회장은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움직일 것이란 해석에 힘이 실린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구미현 씨의 지분을 자신에게 우호적인 사모펀드를 통해 매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미현 씨는 바람대로 돈을 챙길 수 있고, 구본성 전 부회장은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임시주주총회에 아들 구재모 씨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올렸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1994년생인 구재모 씨는 2019년 8월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진에 합류하고 2020년 12월 사내이사에 등재된 적이 있지만 아워홈 경영에 참여한 경험은 없다. 구재모 씨가 이번에 사내이사에 오르면 본격적으로 경영 수업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점을 누군가 파고들어 구본성 전 부회장을 꼬드기고 부추겼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본성 전 부회장이 2022년 회사의 정상적 경영과 가족 화목을 위해 보유 지분을 전부 매각하고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가 최근 돌연 경영권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아 측근이 구본성 전 부회장을 부추겼을 여지가 없지 않다. 이런 와중에 구미현 씨의 지근거리에 있는 측근들도 구지은 부회장에게 불리한 얘기를 지속적으로 전하면서 지분 매각 가능성을 상기시켰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워홈 노동조합은 구지은 부회장을 지지하며 구미현 씨, 이영렬 전 교수의 사내이사 선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아워홈은 구지은 부회장 체제에서 2021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해 매출 1조7408억 원, 영업이익 약 257억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영 악화로 적자 성적표를 받은 후 1년 만에 정상화한 것이다. 2023년엔 해외 부문 사업 성과가 두드러져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9835억 원, 943억 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반면 구본성 전 부회장 체제에서 아워홈의 영업이익은 2016년 815억 원에서 2020년 –93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는 구본성 전 부회장이 아워홈의 결산배당금을 2016년 68억 원, 2017년 74억 원, 2018년 171억 원, 2019년 456억 원까지 높였기 때문이다.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낸 2020년에도 배당금으로 776억 원을 챙긴 바 있다. 아워홈 노동조합은 4월 23일 성명서를 통해 “회사의 성장에는 관심이 없고 사익을 추구하는 구본성 전 부회장은 대주주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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