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心)·영(靈)·신(神)의 연산식
정신과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신이 뭔지를 알아야 한다. ‘정신이란 물질에 반대되는 개념이며 동시에 우주에 편재하는 비물질적인 실재의 총칭’이라는 것이 김 교수의 정의다.
“정신에도 좁은 개념과 넓은 개념이 있어요. 좁게는 ‘육체의 반대’로 인간에 국한해서 마음(心)이라고 하겠고, 넓게는 ‘물질의 반대’로 자연 전체, 나아가 우주가 포함되지 않을 수 없는 개념이지요. 우주와 물질과 정신의 관계를 나타낸 그림이 바로 태극이에요. 이 정신을 크게 나누면 다시 심(心), 영(靈), 신(神), 세 가지가 되지요. 마음은 육체와 정신이 결부된 개념으로 인간에게 내재하는 정신의 형태이고 영(靈)은 인간에게서 육체를 뺐다고 할까 무시했다고 할까, 아무튼 그런 상태입니다. 신(神)이란 정신의 지고지상한 상태이며 절대적이고 우주적인 개념이지요.”
그러면서 김봉주 교수는 종이 위에 친절하게 연산식을 하나 썼다.
‘심(心)=육체+정신(개념), 영(靈·개념)=인간-육체, 신(神)= 절대정신, 우주의지.’
그 친절한 연산을 보면서 나는 실소한다. 과학과 공식이란 실은 이렇게 궁색하고 초라한 것일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정신을 굳이 심과 영과 신으로 나누는 데는 이유가 있다. 셋이 별개의 실재가 아님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마음이나 영이나 신은 정신적 실재이지만 각기 다른 존재가 아니라 동일 존재의 다른 상태라는 것. 즉 물이 얼음이 되고 수증기가 되면서 서로 다른 상태를 오가듯 마음과 영과 신 또한 레벨이 다를 뿐 동일한 실재라는 주장이다.
물론 김 교수가 처음 하는 주장은 아니지만 그걸 확실히 인정한다는 건 우주관의 변혁이다. 내가 즉 절대정신이 될 수 있다는 뜻이고 내 마음이 곧 우주의지라는 것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결코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다.
정신의 각 수준이나 범위는 명확한 경계선을 그을 수가 없다는 게 정신과학자들의 주장이다. 그것은 각 개인이나 사물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살아 있을 때는 마음이다가 죽으면 영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개념상 그렇다는 것일 뿐. 심령(心靈)은 글자 그대로 심과 영을 합한 말이다.
“셋의 구분은 컬러 스펙트럼의 색깔과 같아요. 정확하게 어디까지가 빨강이고 어디서부터 노랑인지를 말할 수는 없어요. 대충 그 언저리만을 짐작하는 거죠. 의식의 수준으로 치면 마음은 주로 현재의식이 차지하며, 영은 잠재의식 내지 무의식이 차지하고, 신은 무아의식(이드) 및 초자아(슈퍼에고)가 관계되는 부분일 겁니다. 현재의식, 잠재의식, 초의식으로 구분하는 것도 일리가 있고, 의식, 영의식, 제3의식으로 구분하는 것도 비슷한 개념인 거 같아요.”
물질계와 정신계
김 교수의 평생 연구는 어쩌면 정신이란 개념 정리에 가장 큰 비중을 할애한 것도 같다. 그러나 개념이 바로 본질이다. 개념의 적용 범위를 명확하게 알면 각론은 저절로 정연해질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이전에 못 보던 정의를 김봉주 교수의 책에서 봤다.
물질계: 선-1차원, 평면-2차원, 입체-3차원
정신계: 마음-4차원, 영-5차원, 신-6차원
3차원까지가 저차원이고 4차원부터가 고차원이다. 그 이상의 고차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4차원이란 단어가 고차원을 통칭한단다. 3차원 세계에 사는 인간은 4차원을 머리에조차 담을 수 없다. 하루살이에게 내일이란 개념이 담기지 않듯. 그 고차원이 늘 궁금했다. 고차원이란 과연 뭘까. 끈질기게 묻는 것이 무식한 인터뷰어의 배짱이고 저력이다.
“고차원은 정신계죠. 여기서 주의할 게 있어요. 세계라고 하니까 물질계처럼 정신계가 따로 있는 것으로 여기지만 그건 아니라는 겁니다. 고차원은 3차원을 초월한 세계니 형(形)이나 체적으로는 무(無)요, 허(虛)의 세계죠.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감지할 수도 없죠. 그러나 실재하죠. 인지하려면 직관해야 하지만 대개는 물질을 통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간접적으로 현시됩니다.
고차원을 짐작하기 위해 학자들이 들고 온 게 3차원 세계에서 2차원 동물을 생각해보는 방법입니다. 평면에 괄태충 1,2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그들은 2차원동물이라 3차원을 몰라요. 사람이 괄태충1을 들어 올려 다른 곳으로 옮겨놓는다고 칩시다. 괄태충2는 자기 옆에 있던 1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옮겨갔는지 전혀 모르죠. 갑자기 사라졌으니 그저 기적이라고 하겠죠. 그를 옮긴 인간을 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1960년대 저명한 원자물리학자인 독일 괴팅겐대학의 파스칼 조단 교수는 차원에 관해 굉장히 흥미로운 발언을 했어요. ‘멀리 떨어져 있는 두 물체를 생각해보자. 3차원 공간에서는 둘이 서로 근접할 수가 없다. 그러나 3차원 이상의 공간이라면 전혀 달라진다. 그건 마치 한 장의 종이 위에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점이 내가 종이를 접는 순간 금세 맞닿을 수 있는 것과 똑같다’고 했어요. 아인슈타인이 ‘우주공간은 굽어 있다’고 말한 것과 서로 통하는 거 아닙니까.”
우리의 과학적 사고라는 것이 곧 철저히 3차원 안에 갇힌 생각이다. 정신세계가 4차원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아주 머나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몸에, 또는 지구에, 우주에 겹쳐 있는 어떤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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