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곳곳에 놓인 토산품들은, 서가를 가득 메운 필름들의 ‘평면성’을 넘어 소수민족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남기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사 모은 것들이다.
온 세계가 서구화·산업화에 열중해 있는 동안 괄시받고 천대받아온 소수민족의 삶을 필름에 담으며 20여 년의 시간을 보냈다. 이어 붙이면 180km에 달하는 필름과 곳곳에서 사 모은 토산품은 그들을 ‘있는 그대로’ 기억하고 싶은 욕망의 결과물이다.
그 모든 것들을 한자리에 모아둔 나의 서재는 산밑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폐활량’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발버둥이다. 나는 오늘도 이곳에서 흰 눈 덮인 계곡을 가득 메우던 티베트 승려들의 ‘옴마니 반메옴’을 떠올린다. 그들을 향해 다시 셔터를 누르는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