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호

인터뷰

‘통일 전도사’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보수 진보 떠나 김정은 답방 환영해야”

  • |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입력2018-10-31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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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는 겸손한 자세로 쓴소리 들어야

    • 통일보다 시급한 저출산, 획기적 대책 필요

    • 자랑하는 교회 아닌 나누고 베푸는 교회 되겠다

    • 통일, 서두르지도 늦추지도 말자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는 남북 화해 분위기에 대해 “시대적 요청”이라고 강조했다. [조영철 기자]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는 남북 화해 분위기에 대해 “시대적 요청”이라고 강조했다. [조영철 기자]

    그는 늘 그랬듯 중도를 내세우고 양 극단을 경계했다. “건강한 보수와 진보가 나라를 건강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남북 간 화해 분위기에 대해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부에 대해선 “겸손한 자세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영훈(64)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는 합리적 보수를 지향한다. 이른바 극우 보수나 강경 보수와는 결이 다르다. 진보 성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과 보수 성향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회장을 차례로 지낸 그는 현재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 공동대표를 맡아 교단 통합에 앞장선다. 

    그에게 올해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담임목사 재임 10주년에 교회 창립 60주년이다. 1958년 서울 대조동 천막에서 신도 5명으로 출발한 이 교회는 오늘날 88만 명이 등록한(20개 제자교회 포함) 세계 최대 교회로 성장했다. 

    그는 10월 4일 2박3일 일정으로 방북했다. 10·4선언 11주년 기념 남북공동행사에 참가하는 민관방북단 일원으로서였다. 인터뷰는 그 이틀 전인 10월 2일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실에서 진행됐다.

    세무조사로 깨끗한 교회 인정 받아

    - 늘 건강해 보이신다. 



    “긍정적 마음가짐이 비결이다. 늘 즐겁게 산다고 생각하면 건강할 수밖에 없다.” 

    - 얼굴이 좋으신 걸 보니 교회 내 골치 아픈 일이 없는가 보다. 

    “우리 인생에 문제가 없을 순 없다. 어떻게 소화하느냐가 중요하다. 나는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고 발전 과정으로 본다.” 

    - 내부 문제는 좀 정리됐나. 

    “그간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얘기해도 괜찮을 듯싶다. 2016년 ‘교회를 바로세우는 모임’에서 저와 교회를 국세청에 고발했다. 원로목사 시절부터 교회를 비판했던 사람들이다. 국세청 직원 6명이 6개월간 2010~2014년 5년치 교회 재정 관련 서류를 샅샅이 뒤졌는데 어떤 문제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대형 교회치고 참 깨끗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투명 경영을 공식 인정받은 셈이다. 그런 점에서 국세청 조사는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담임목사 취임 후 회계법인에 연 4000만 원씩 주고 교회 재정 검증을 맡겼다. 이를 근거로 법인세를 낸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연간 납세액은 40억 원가량으로 알려졌다. 교회는 법인세를, 담임목사를 비롯한 교역자는 소득세를 낸다고 한다. 

    - 원로목사 가족 문제는 잘 정리됐는지? 

    “조 목사님 큰아들이 해외에서 귀국한 후 몇 년간 문제가 됐었다. 지금은 별 충돌이 없다. 일부 사소한 일로 소송을 벌이는 정도인데 큰 문제는 다 해결됐다.” 

    - 가족이 여전히 여러 재단에 관여하지 않나. 

    “조용기자선재단 등 독립법인에 대해서는 교회가 관여하지 않는다. 국민일보나 한세대 등 각 재단이 잘 운영되길 바랄 뿐이다.” 

    질문지에 없는 질문에 불편할 법도 한데 여유롭게 받아넘긴다. 이어 “담임목사를 흔드는 세력은 없어졌느나”는 질문에 그가 웃으며 답했다. 

    “지금은 많이 약해졌다. 묵묵히 잘 견디다 보니 시간이 해결해주더라. 내 철학이 때리면 맞고, 욕하면 욕먹는 거다. 주변에서 나보고 맷집 좋다고 하는데(웃음) 다 하나님의 시간표 속에서 역사하는 것이다. 인간의 의지로 될 일이 아니다.”

    나무 심기, 보건소, 요양병원 건립 추진

    그가 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통일 얘기를 끄집어냈다. 

    “통일 문제도 그렇다. 인내하고 기다려야 한다. 자유한국당도 무조건 반대할 게 아니라 통일을 지지한다는 걸 전제로 비핵화 선행을 주장했다면 욕을 덜 먹었을 것이다. 우리만 옳고 저쪽은 무조건 나쁘다는 극단 논리가 계속되면 나라 미래가 없다. 통일은 국민 염원이자 대한민국 희망이다.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이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정치권이 국민에게 그런 꿈과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밥그릇 싸움만 하니 안타깝다.” 

    - 남북·북미 정상회담과 남북 화해 분위기에 대한 기독교적 해석은? 

    “올해는 남북관계에서 기념비적인 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격스럽다. 역사를 주관하는 하나님이 이 모든 일을 이끌어간다고 확신한다. 올해는 또 대한민국 건국 70주년이다. 70은 기독교에서 의미가 깊다. 바벨론에 의해 나라가 망해 포로로 끌려갔던 이스라엘 백성이 7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처럼 70은 희망과 회복을 뜻하는 숫자다. 희망을 주는 하나님을 믿기에 앞으로 우리나라에 더 좋은 일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 이 목사께서는 오래전부터 북한 돕기에 힘써온 것으로 안다. 

    “한국 교회는 먼저 기도로 통일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내가 한반도평화통일재단을 설립한 것도 그 때문이다. 2014년 문화관광부 인가를 받아 설립한 이 재단은 한반도의 평화로운 복음통일을 위해 매주 월요일 기도회를 연다. 통일시대를 여는 첫걸음은 인도주의적 지원이다. 우리 교회는 오래전부터 국제구호단체 굿피플을 통해 옥수수 심기와 빵공장 설립을 지원했다. 비록 오랫동안 공사가 중단된 상태지만 평양에 심장전문병원을 설립하는 일도 계속 추진 중이다. 한기총 대표회장 시절 교계에 제안했던 통일기금도 지속적으로 적립한다. 교회 예산 1%에 해당하는 금액을 통일 비용으로 마련하자는 캠페인이다. 앞으로도 뜻을 같이하는 교회들과 손잡고 북한 돕기를 계속할 것이다. 교계 차원에서 2억5000만 그루 나무 심기 운동을 전개하려 한다. 아울러 보건소 설립도 추진할 계획이다. 260여 군에 하나씩 마련한다는 방안이다. 나아가 요양병원, 장애인병원, 재활센터 건립을 추진하려 한다.”

    극보수 극진보 경계해야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 재임 10주년이기도 하다. [조영철 기자]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 재임 10주년이기도 하다. [조영철 기자]

    - 6월 문재인 대통령 방미를 앞두고 워싱턴에서 한미기독교지도자 기도회를 열었는데. 

    “한반도 평화와 한미관계 강화를 위한 특별기도회였다. 양국 교계 지도자, 정치인 등 300명이 모였다. 이어 애틀랜타, 뉴욕, 하와이에서도 기도회를 열었다. 현 정부의 남북관계, 한미관계에 기독교가 가교 노릇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정례 행사로 발전할 수도 있나. 

    “미국 국가조찬기도회가 열릴 즈음인 매년 2월 6일 한미 기독교 지도자가 모여 정기 기도회를 열기로 했다.” 

    - 북한을 불신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지금 남북관계 흐름을 어떻게 보나. 

    “그건 시대 요청이다. 누구도 바꿀 수 없고 되돌릴 수 없다. 올 1월 애틀랜타에서 열린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 서거 50주기 추모행사에서 첫 번째로 연설했다. 킹 목사의 연설을 인용해 ‘나에게 꿈이 있다. 세계 유일 분단국인 대한민국이 통일되는 꿈이다. 남과 북 소년소녀들이 손잡고 행진하는 꿈을 꾼다’라고 말했다. 참 기가 막히게도 몇 달 후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돼 모든 것이 하나님의 시간표에 의해 움직인다는 걸 알게 됐다. 통일 문제는 여야가 뜻을 모아야 한다. 야당도 들러리 선다고 반발하지 말고 통 크게 생각해야 한다. 정권 바뀐다고 손 놓을 일이 아니지 않은가. 통일대박론을 꺼낸 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고, 통일 문을 연 사람은 문 대통령이다.” 

    - 보수 기독교계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나오지 않나. 

    “그렇다. 그런데 통일 앞에 무슨 보수 진보가 있나. 단 김일성 주체사상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는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그런 본질적 문제는 거론하지 않고 무조건 반대만 하니 안타깝다.” 

    그는 “한국 교회는 민족 숙원인 평화통일과 번영을 위해 보수 진보를 떠나 대화하고 협력해야 한다”며 “함께 기도하고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 한국 기독교는 유난히 반공주의가 강하다. 

    “그렇다. 나도 월남 가족이다. 철저하다.” 

    - 공산주의와 타협하는 데 대한 경계심과 의구심이 가시지 않는 듯싶다. 

    “그런 점이 있다. 하지만 그런 불신을 전제로 하면 대화가 안 된다. 우리가 큰집으로서 아량을 갖고 품어야 한다. 체제 간 괴리감은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70년간 헤어져 서로 다른 이념을 갖고 살아왔는데 하루아침에 하나가 될 순 없다. 20년쯤 한 집안 두 체제로 살다가 완전한 통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전에 자유 왕래라도 하면 좋겠다. 독일 통일에 큰 힘이 됐던 게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기독교가 앞장선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유 왕래다. 개성공단을 문 닫을 게 아니라 그런 것을 10개쯤 만들었다면 오히려 북한이 달라졌을 거다.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맛을 들이면 빠져들 수밖에 없다. 시간 끌지 말고 모든 문을 열어야 한다. 경제 문화 교육 스포츠 의료 종교까지.” 

    - 일반 보수 기독교계 목소리와 좀 다른 듯싶다. 

    “일반 보수가 아니라 극보수다. 그쪽 목소리가 크니 그렇게 비칠 뿐이다. 극보수는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 그쪽에서 나를 공격한다. 빨갱이 아니냐고. 어느 분야든 극단은 위험하다. 극보수 극진보를 경계해야 한다. 건강한 보수와 진보가 나라를 건강하게 만든다.” 

    - 한교총은 어떤가. 

    “중도 보수와 중도 진보가 합쳤다고 보면 된다.”

    대통령 일부 참모 문제 있는 듯

    보수 기독교계는 현재 한교총을 중심으로 통합 논의가 한창이다. 주요 교단 대부분이 한교총에 가입한 상태다. 이 목사는 “연내 모든 교회가 한교총으로 통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및 정치권 인사를 많이 만난 것으로 안다. 얘기해보면 어떤가.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다만 대통령을 보좌하는 일부 사람들이 잘못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리더의 책임 중 하나가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것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쓴소리를 들어야 한다. 보수든 진보든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지 않으면 정당성을 잃어버린다. 이번 정부도 그렇다. 겸손한 자세로 비판을 들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경제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데도 마이웨이를 고집한다. 비판 수용 여부가 그 집단의 건강성을 보여준다.” 

    - 국론 분열에 대한 종교적 해법이 있다면? 

    “정치 지도자들이 선거에서 표를 얻으려 갈등과 분열을 부추긴 면이 있다. 이제 교회가 표를 결집해 지속적으로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인들을 저지할 필요가 있다. 많이 가진 사람이 없는 사람을 배려하고 양보해야 한다. 교회가 이런 일에 앞장서야 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이 줄어들 것이다.”

    평화 위장한 이슬람 과격파 경계해야

    - 동성애와 동성 결혼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기독교 근본정신은 사랑이다. 동성애에 빠진 사람을 혐오하거나 적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성 간 결합은 다른 문제다. 하나님의 창조 섭리에 어긋나고 자연법칙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저출산 시대 가정 붕괴를 부추길 수도 있다. 교회는 윤리적 종교적 차원에서 동성 간 결혼이 합법화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 이슬람 난민이 이슈다. 

    “무슬림 중 상당수가 본국에 처자를 둔 채 한국 여성과 중혼한다. 이슬람에서는 일부다처제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또한 남자가 여자를 때리는 게 죄가 아니다. 여성을 남성의 부속물로 여기는 탓이다. 교회가 이슬람의 급속한 유입을 경계하는 것은 신앙 문제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도덕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다. 난민을 가장한 이슬람 선교사, 테러분자, 과격주의자가 뒤섞일 수 있으니 정부에서 철저하게 난민 심사와 관리를 해야 한다.”
     
    - 종교 포용성 면에서 편협하다는 소리를 듣지는 않을까. 

    “종교 간 평화 공존을 추구해야 한다. 다만 과격주의자, 폭력주의자가 들어와 국가 근간을 흔드는 건 막아야 한다.” 

    - 이슬람 신도 대다수는 평화주의자를 자처한다. 

    “평화주의자를 문제 삼는 게 아니다. 평화를 위장한 과격파를 경계하자는 것이다.” 

    -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유대교와 이스라엘에 대해선 우호적이다. 

    “기독교 뿌리가 유대교라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신앙적 공통분모가 많다.” 

    - 박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때 이스라엘 국기가 등장한 것은 어떻게 보나. 

    “그건 이해할 수 없다.” 

    - 우리 민족이 이스라엘 12지파 중 하나라는, 이른바 한민족 선민론(選民論)은 어떻게 보나. 그걸 믿는 기독교 신자들이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나왔다고 한다. 


    “그건 가설이다.” 

    - 이단적 주장인가. 

    “예전부터 극소수가 그런 주장을 폈다. 그걸 일반화하면 위험하다. 역사적, 유전적 근거가 없는 얘기다. 집회 현장에 미국 국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나온 건 이해가 안 된다. 당시 내가 지나가는 말로 ‘한 손에 태극기, 한 손에 촛불을 들자’고 했다. 다 같은 국민이고 부모이고 아들딸인데 반대편에 섰다고 원수처럼 여겨서야 되겠냐고. 이제 남북이 하나 되려는 마당에 남남갈등이 심해서야 되겠나.”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답방하면 남남갈등이 크게 부각될 듯싶다. 

    “국가적 예우 차원에서 환영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북한에서 환영받았으니 우리도 환영하는 게 맞다. 중국 난징대학살기념관에 가면 관람 코스 벽면에 이런 문구가 있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 북한에 대해서도 잊지는 말되 용서하고 품을 수 있어야 한다.” 

    그는 “한국 교회는 선민론에 집착하지 말고 하나님이 한국에 준 귀한 사명을 이루는 데 힘을 다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 교회 사명은 예수 그리스도 복음을 전파하고 소외된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아울러 통일시대를 대비하고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빛과 소금 노릇을 다하는 것이다.” 

    - 명성교회 사태로 담임목사 세습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먼저, 세습이라는 용어는 부적절하다. 권력 세습을 떠올리게 한다. 성경을 보면 제사장이 아들에게 승계한다. 세습보다는 승계라는 표현이 맞는 듯싶다. 주변을 보면 후임 담임목사를 잘못 세워 교회가 분열되고 혼란과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 적합한 인물이 아닌데도 담임목사가 자식을 무리하게 후임에 앉히면 교회가 큰 어려움에 처한다. 반대로 능력을 갖춘 적합한 인물임에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배제하는 것도 옳지 않다. 나라 주권이 국민에게 있듯, 교회 후임자도 구성원들이 추천해 선정한다면 전임 목사 가족이든 아니든 상관없다고 본다.”

    나눔 운동, 기업이 자발적으로 앞장서야

    - 교회법이나 규정으로 강제할 일이 아니라는 건가. 

    “신도들이 객관적 민주적 절차를 통해 후임자를 정하면 문제없다.” 

    - 그 점에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모범 사례로 꼽힌다. 


    “당시 조 목사께서 담임목사 후보자들 중 누구도 후계자로 지명하지 않았다. 자유의사로 투표하게 했다. 그분 결단으로 한국 교회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고 본다.” 

    - 종교인 과세 논란이 일단락됐다. 여전히 남은 문제가 있다면? 

    “종교인이라도 수입이 있으면 세금을 내는 게 당연하다. 지난해 이 문제가 논란이 된 것은 종교인 과세를 반대해서가 아니라 정치가 종교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국내 많은 성직자는 이미 자발적으로 납세한다. 우리 교회만 해도 1978년부터 교역자 소득세를 내왔다. 과세 정책을 시행하면서 종교인을 배려하는 제도를 함께 제시하면 좋겠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납세한 종교인이 은퇴하면 그 돈을 연금으로 돌려받는다. 아울러 기초수급대상자처럼 생활고를 겪는 가난한 교회 목회자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그는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양극화, 저출산 등 사회 현안에 대한 질문에도 적극적으로 답변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부의 양극화를 해결하려면 가진 사람이 먼저 내놓아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러려면 우리 사회에 기부 문화가 정착되고 널리 확산돼야 한다. 정부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업이 기부와 나눔 운동에 자발적으로 나서야 한다.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선한 의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무리한 정책 추진으로 경제가 곤두박질치는 등 갖가지 부작용이 발생했다. 경제 전문가와 기업, 국민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 사회 구성원 모두 만족할 만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교회 출산장려금 더 올릴 생각

    저출산에 대해선 그가 특별히 할 말이 많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이 문제에 관한 한 오래전부터 남다른 정책을 펴왔기 때문이다. 이 교회는 2012년부터 출산장려금을 지급해왔다. 첫 번째 출산 때는 50만 원, 두 번째는 100만 원, 세 번째는 200만 원을 지원한다. 지난해까지 5년간 총 3044가정에 29억7150만 원을 전달했다.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아이 낳으면 1000만 원씩 주자고 제안했다. 지금까지 저출산 관련 비용으로 124조 원을 썼다는데 출산율은 더 떨어졌다. 이런 식으로 가면 선진국 문턱은 멀어지고 한국 노동시장이 붕괴된다. 최근 우리 교회 목사 부부가 아이를 낳았는데, 구청에서 5만 원 줬다더라(웃음). 이건 아니지 않으냐.” 

    - 아직 그 심각성을 모르는 걸까. 

    “어찌 보면 통일보다 더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다. 아이를 셋 이상 낳으면 나라에서 임대아파트 내줘야 한다. 아이 6명 낳은 목사가 지방자치단체 도움으로 방 2개 딸린 임대아파트를 지원받은 사례가 있다.” 

    - 아파트 준다면 저부터 하나 더 낳아야겠다(웃음). 

    “왜 웃나(웃음). 그럼 셋씩 낳을 것 아닌가. 부동산값이 천정부지다. 이런 획기적 대책이 없으면 아이를 낳지 않는다. 젊은이들이 결혼도 안 하는 판에. 셋 낳으면 1000만 원 아니라 3000만 원이라도 줘야 한다. 우리 교회도 출산장려금을 더 올리려 한다.” 

    그는 미혼모 문제도 언급했다. 

    “전국 미혼모가 3만5000명이다. 한 달에 30만 원 벌려고 유흥업소를 떠돈다. 보육시설에서는 만 18세가 되면 나가야 한다. 정착금 500만 원 주는데 그걸로 어디에 발붙이나. 우리 교회에서는 서울 영등포에 건물 하나를 통째로 빌려 청년장학관을 설립했다. 거기서 청년들이 먹고 잔다. 직업훈련을 통해 취업도 지원한다. 추가로 미혼모 숙소를 설립 중이다. 정부에서 18세 미만 미혼모들의 기초생활대책을 세워줘야 한다.” 

    - 한국 교회는, 주로 대형 교회에 대한 비판이지만, 가난한 자의 이웃이 아니라 부자와 힘 있는 사람을 위한 교회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베풂과 나눔에 인색하고, 교회 성장에만 골몰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뼈아픈 반성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교계 지도자들 책임이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노사 갈등, 좌우 갈등, 보수 진보 대립으로 혼란스러웠다. 교회가 앞장서서 대립과 갈등을 치유하고 조정했어야 하는데, 교회 내 분열과 갈등으로 그 역할을 못 했다. 이는 곧 한국 교회의 영적 지도력과 영향력 상실로 이어졌다. 말과 구호에 그치지 말고, 이제는 실천해야 할 때다. 소외된 곳을 찾고, 헐벗고 굶주리고 아픈 사람, 장애를 가진 사람,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교회 재정을 투자해야 한다. 특별히 대형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 

    그가 지난 여름 서울역 쪽방촌을 방문한 소감을 들려줬다. 

    “지난 여름 박원순 서울시장이 옥탑방에서 지낼 때다. 서울역 쪽방촌을 방문했다. 680세대가 한 평 반짜리 독방에서 지내는데 월세가 26만 원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방값 내기도 힘들겠더라. 10여 개 방에 딸린 화장실이 하나였다. 거기서 박 시장에게 전화했다. 한번 와서 꼭 보라고. 그렇게 어려운 사람들이 지금도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산다.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들은 봉사활동에 얼마나 나서나. 

    “교회 예산 3분의 1을 사회구제사업에 쓴다(*여의도순복음교회 1년 예산은 1000억 원대로 알려졌다). 좀 더 늘려도 좋다고 본다. 어려운 사람 돕는 일을 전교적 캠페인으로 전개한다. 소외된 사람을 찾아가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한다. 부자가 와서 가진 걸 자랑하는 교회가 아니라 없는 사람에게 나눠주고 베푸는 교회가 되면 비난이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어느 한쪽이 앞서간다고 될 일 아냐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후 10월 10일 그와 통화했다. 북한 다녀온 얘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그의 방북은 9년 만이다. 이번이 다섯 번째다. 

    - 특별히 느낀 점이 있다면? 

    “평양이 완전히 바뀌었다. 새로운 건물과 시설이 많았다. 전기 사정도 좋아졌다. 시내를 돌아다니는 주민 옷이 화사하고 표정도 밝았다. 또 다들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많이 달라지고 열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심장병원 관련 협의도 했나. 

    “저쪽에서도 빨리 공사가 재개되기를 바란다. 구체적 내용은 실무선에서 협의하기로 했다.” 

    - 종교계 인사들과도 만났나. 

    “그쪽 종단 대표들과 만나 앞으로 남북 종교 협력을 적극 추진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내년 한국 교회에서 주관하는 3·1절 100주년 기념행사에 조선그리스도연맹이 참석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짧은 일정이라 바삐 움직여야 했지만 느낀 점이 많았다”고 했다. 

    “북쪽 사람들이 남북관계가 긍정적으로 진전되는 것에 대해 매우 고무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통일에 대한 열망이 대단해 자기들 시대에 통일이 이뤄질 거라고 확신에 차 있었다. 종교인으로서 내 생각을 말하자면, 통일은 너무 서둘러도 안 되고 방관하거나 늦춰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하나하나 현안을 풀어가되 근본적으로는 비핵화라는 대전제하에서 진행해야 한다. 어느 한쪽이 앞서간다고 될 일이 아니다. 북한은 철저한 조직 사회이기 때문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가 북한을 다녀온 뒤 외려 신중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통일을 열망하고 준비해가되 차분함을 잃지 말자는 메시지로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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