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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대행체제, 책임총리제 개헌 불씨 될 수도”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긴급방담

“고건 대행체제, 책임총리제 개헌 불씨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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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대행체제, 책임총리제 개헌 불씨 될 수도”

김정훈

반병희 본인이 전략적 측면으로 생각했든 안 했든 결과적으로 노 대통령이 바라던 대로 탄핵정국이 흘러가고 있는 듯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호소하고 의존하고자 했던 대상은 우리 사회의 마이너리티였거든요. 그가 집권한 후 파워는 머저리티에서 마이너리티로 이전됐습니다. 그러나 일종의 ‘착시 현상’이라고 할까요. 국민들은 여전히 한나라당이 머저리티로서 최대의 파워를 갖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집권세력의 파워는 엄연한 현실인데 말입니다. 여기에다 탄핵 가결 사태를 맞게 되자 그 파워가 한나라당 쪽으로 완전히 넘어간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아직 그런 구도는 성립되지 않았거든요.

국민 대다수는 노 대통령에 대한 동정, 동정을 넘어선 이해의 단계까지 다시 마음을 열고자 하는 자세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자신을 마이너리티로 보이게 하는 노 대통령의 능력이 다시 진가를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盧의 전략적 ‘탄핵 방치’ 논란

박성원 민심의 잣대라는 게 기준에 따라 굉장히 달라진다는 것이 이번 탄핵 정국에서 여실히 나타났는데요. 예컨대 탄핵 전에는 노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11일 기자회견에서 선거법 위반에 대한 사과는 거의 하지 않고 측근 비리에 대해 변명으로 일관한 데 대해 여권 내부에서조차 한숨이 나왔을 정도였습니다. 당시는 노 대통령에 대한 비판론이 상당히 우세했고 그것이 탄핵안에 주저했던 야당 내 소장파까지도 가세시키는 결정적인 동력이 됐습니다. 대통령의 사과문제가 10일, 11일의 주제였는데 막상 탄핵안이 가결되는 순간 민심의 전선은 탄핵이 옳으냐 그르냐로 금세 바뀌어버렸습니다. 민심이 굉장히 역동적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누가 봐도 ‘미안하다’, ‘사과한다’고 한마디만 하면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었고 그게 당연한 상식인데 대통령이 그것을 거부한 것은 노 대통령의 ‘승부사’적 기질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엔 전략적 의도도 깔려있지 않았나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지요. 역풍을 자극해서 지지도를 반전시킨 뒤 총선을 자신에 대한 재신임 계기로 삼겠다는 전략적 차원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민주당도 대통령의 함정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탄핵 문제가 본질적으로 선거전략 차원의 측면이 없지 않지만 이미 조순형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암수나 함정, 역풍을 따질 만한 상황이 못됐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민주당은 탄핵안이 가결되면 대통령에 대해 가졌던 일반의 신비감이나 두려움이 깨지고 이것이 여론을 어느 정도 탄핵지지쪽으로 돌릴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친노 일색의 검찰 환경이나 방송 환경도 변화할 것이라고 관념적으로 기대했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모르겠지만 탄핵 직후의 현재 상황에선 안 맞아 들어가고 있습니다.

민주당 끌고 한나라당 밀고

사회 탄핵 정국은 조순형 대표를 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민주당이 주도했습니다. 아까 박성원 기자가 얘기했듯 사과하지 않고 외길로 갈 수밖에 없었던 분위기가 민주당에 있었겠지요. 민주당 지지도가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어 총선을 앞두고 굉장히 절박했다고 보여집니다. 여기엔 조순형 대표의 퍼스낼러티도 작용했겠지만 민주당 유용태 원내총무나 강운태 사무총장 그리고 한나라당 등은 역풍을 예측할 수도 있었을텐데요.

정연욱 지난해부터 정가에 나온 내각제 논의를 처음 구상했던 쪽은 한나라당이었습니다. 그때 분권형 대통령제 등 소위 권력구조 개편 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했죠. 대통령의 권한을 일부 또는 전부 박탈하겠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권력구조 개편 논의는 정략적 문제로 치부되고 당내 동력도 떨어지게 됐습니다. 탄핵 역시 같은 취지로 논의해 왔던 것이지만 실제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많았죠.

올해 들어 한나라당은 불법자금 수수로 지지율이 급락하고 공천 과정에서 내분이 터지고 대표의 리더십이 상실되면서 대여(對與) 투쟁의 주도권을 행사하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게 됐습니다. 한나라당이 워낙 대선자금문제로 집중 포화를 맞았기 때문에 도저히 주도하기 어려웠던 게 현실이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당 지도부가 끊임없이 탄핵 문제를 내부적으로 공부해왔던 것은 사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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