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계륜 의원(오른쪽)과 ‘굿머니’ 김영훈 전 대표.
3월10일 민주당 조재환(55) 의원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비서실장이었던 열린우리당 신계륜(50) 의원과 김 전 대표의 육성 대화가 담긴 CD를 기자회견에서 공개하고 이를 대검찰청에 제출, 철저한 수사를 요청했다. 조 의원은 이날 CD의 대화내용 중 일부를 20분짜리로 편집한 복사본 CD 1매와 해당 녹취록, 그리고 신 의원과 김 전 대표의 만남을 날짜별로 기록한 문서인 ‘면담일지’ 등을 언론에 공개했다.
조 의원이 이들 자료를 통해 폭로한 의혹은 크게 2가지. ▲신 의원이 굿머니측으로부터 3억원을 받았다고 검찰이 확인한 것과 달리, 굿머니측이 2002년 12월4일부터 2003년 2월14일까지 8차례 신 의원과의 만남에서 현금 6억500만원과 10만원권 상품권 500장 등 총 6억5500만원의 금품을 전달했다는 것 ▲신 의원이 김 전 대표와의 만남에서 대선후보 단일화과정과 금감원에 대한 로비를 화제로 대화를 나누며 상품권 중 일부를 전달받았다는 것 등이다.
이중 전자는 문서에만 나와 있는 내용으로 아직 확인된 바 없다. 반면 후자의 경우 CD에 관련 육성 대화가 담겨 있어, 신 의원과 김 전 대표가 세 차례 만났다는 그간의 검찰 입장과 달리 두 차례 만남이 더 있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또 신 의원은 굿머니로부터 받은 돈의 일부를 2003년 1월 중에 돌려줬다고 했지만, CD에는 같은해 2월14일에 돌려준 것으로 나와 시기가 엇갈린다. 조 의원은 이런 정황들을 근거로 검찰의 축소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굿머니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엔 개운찮은 부분이 없지 않다. 대검 중수부(부장 안대희)는 공교롭게도 조 의원이 CD를 공개한 바로 다음날인 3월11일 신 의원이 굿머니로부터 현금 500만원과 상품권 수백 만원어치를 받은 혐의를 추가로 수사중이라고 밝힌 것. 이중 ‘상품권 수수’ 부분은 전날 조 의원이 폭로한 의혹과 일치하는 내용이다. 검찰은 조 의원의 폭로가 있기 전인 3월10일 오전만 해도 김 전 대표로부터 3억원을 받아 이중 2억5000만원에 대해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은 혐의로 신 의원을 불구속기소할 것이라는 수사결과를 밝혔었다.
더욱이 3월5일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조재환 의원 보좌관 민모(37)씨는 검찰에 ‘노무현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보이스펜’을 갖고 있을 만한 인물에 대한 정보도 제공했다고 밝혀 검찰 수사는 더욱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문제의 보이스펜은 지난 2월 국회 불법 대선자금 청문회에서 조재환 의원이 “굿머니가 대선을 전후해 신 의원에게 30억원을 전달했고 이후 노무현 후보가 고맙다는 답례전화를 한 내용을 녹음한 보이스펜이 2개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의문의 대상으로 떠오른 바 있다. 물론 검찰은 보이스펜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신동아’, 기자회견 하루 전 CD 입수
조 의원의 CD 공개와 관련, 신계륜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3월1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의원님이 2002년 12월31일과 2003년 2월14일에 김영훈씨를 만난 사실은 맞는 것 같다. 조재환 의원이 편집해서 언론에 배포한 CD를 들어봤는데, 의원님의 육성도 맞는 것 같다”면서도 “의원님이 굿머니측으로부터 6억5500만원을 받았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며 ‘면담일지’라는 것도 사실상 출처가 불분명한 ‘괴문서’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3월13~15일 신계륜 의원은 직접 ‘신동아’로 전화를 수차례 걸어와 “CD에 담긴 내용만으로는 일반에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금감원 관련 부분 등도 내가 굿머니측에 돈을 돌려주는 과정에서 언급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아’는 굿머니 사건과 관련, 금감원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의 좀더 면밀한 수사를 촉구하는 차원에서 입수한 CD의 육성 대화 내용 가운데 이번 사건과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내용의 녹취 전문(全文)을 공개한다. ‘신동아’는 심사숙고한 결과 신 의원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그와 관련된 사적인 내용의 공개는 생략한다.
‘신동아’는 조 의원이 기자회견을 갖기 하루 전인 3월9일 문제의 CD를 단독입수했다.
CD는 모두 2매로 각각 2시간20분과 42분씩의 분량이 녹음돼 있으며, 42분짜리 CD엔 굿머니측의 부탁을 받은 신 의원이 굿머니에 불법대출을 해준 김천상호저축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검사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구체적 정황이 담겨 있다. 조 의원이 공개한 편집본 CD엔 금감원 로비 관련 부분이 세밀히 공개되지 않았다.
다음은 ‘신동아’가 속기사에게 의뢰해 번문(飜文)한 CD 녹음내용의 전문이다. 편의상 2002년 12월31일의 만남 내용을 담은 CD를 ‘굿머니CD 1’, 2003년 2월14일의 만남 내용을 담은 CD를 ‘굿머니CD 2’로 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