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후보의 참모들은 대체로 실무형이다. 기업, 학계, 공직, 언론계 출신의 외부 영입파와 국회의원, 보좌관, 당직자 등 전문 정치인이 융합된 구조다. ‘표’는 ‘신동아’ 취재를 통해 이명박 후보의 참모진을 주요의사결정자 7인, 국회의원, 원외 측근, 서울시장 시절 참모, 선대위 전문가그룹, 자문그룹, 언론위원회, 선대위 (부)위원장급 영입 인사 등 8개 그룹으로 분류한 것이다. 이밖에 동지상고, 고려대, 현대건설 출신 지인들이 있다.
직책상 국회의원들이 선대위의 요직에 임명됐지만 상명하달(上命下達)의 수직적 명령계통으로 보기는 힘들며 이 후보와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실무진이나 외부 영입파도 상당하다.
이들은 보수나 진보 같은 이념 문제에는 대체로 무관심하다. 어쩌면 이는 보수와 진보 양측으로부터 ‘역사 인식의 빈곤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 후보의 참모들은 대체로 ‘동교동계’와 같은 끈끈한 ‘우리끼리 의식’도 희박하다. ‘지역색’을 드러내는 사람도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조해진 공보특보는 “캠프에선 일을 억지로 떠맡기지 않는다. 스스로 기획해 실행하는 측면이 많다. 그러나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실적’을 중시하는 문화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박영준 전 서울시 국장은 수년 전 이명박 후보의 외부 강연 프로그램을 기획해 실행했다. 이 후보의 강연 내용이 언론에 자주 소개되면서 이 후보의 인지도, 호감도가 높아지는 한 요인이 됐다. 이 후보의 신임을 얻은 박 전 국장은 한나라당 경선 때 전국 각 시도에 이명박을 지지하는 전문가 포럼을 조직을 했다. 한때 다른 후보 진영에서 지방대 교수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이 후보측은 지방의 지식인 사회를 선점했다고 한다.
캠프 내에서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고 살아남기 위해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외부 영입 케이스인 이 후보 선대위 모 고위관계자는 좋아하던 술도 거의 끊었다. 제 시간에 출근 못하거나 제대로 대답 못하면 점수가 깎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경선 때 이 후보가 아침회의 도중 “어, 숫자에 밝은 그 친구 어딨어?”라고 한 참모를 호출했는데 그날 마침 그 참모가 결근을 했다. 그 참모의 관리자는 안절부절못했다.
“20년보다 길었던 20일”
외부에서 영입된 한 선대위 간부는 “직장생활 20년 한 것보다 이 후보 캠프에 자리 잡기까지 20일 동안 더 많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오너(owner, 이 후보)가 내가 다니던 회사 사장에게 전화해 ‘좀 쓰겠다’고 했다. 당연히 예우 받으며 일할 줄 알았다. 그러나 전혀 아니었다. 단 며칠 만에 ‘나’라는 존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래선 안 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10월1일 이 후보의 공약에 대해 ‘대한민국 747이 무슨 대표공약?’ ‘한반도 대운하 한다? 토목 출신 강조하려는가’ ‘IT 공약, 노무현 정부 정책보다 부실’이라고 쓴 팩스를 보내 당내에 파문이 일었다. 한나라당 측은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이 사건에 대해 이명박 측근그룹과 당 조직 간 불협화음의 표출로 보는 관점도 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이 후보의 선대위 구성에 따르면 공약 수립 등 무게 중심이 당 정책위보다는 ‘일류국가비전위원회’에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일류국가비전위원회의 부위원장은 경선 당시 이 후보 공약 수립에 핵심적 역할을 해온 강만수 전 차관이 맡고 있다. 이 위원회 산하에는 이 후보의 핵심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새만금, 국제과학기업도시 등을 전담하는 특위가 설치돼 있다.
이 후보는 사람 욕심이 많다. 선대위 관계자는 “이 후보 캠프에 쟁쟁한 언론인 출신이 수십명에 달한다. 그런데도 모 언론사 현직 간부에게 초선의원을 여러 번 보내 스카우트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외부에서 영입된 한 참모는 “내가 모친상을 당했을 때 이상득 부의장이 상가에 와서 하루 종일 앉아 있다 갔다. 몇 년 전엔 이 후보가 우리 가족을 초대하더니 내 아들을 무릎에 앉히며 다정스럽게 대해주었다. 결국 이상득 부의장이 ‘내 동생 좀 도와주게’하며 캠프 합류를 요청하는데 거절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선대위의 다른 관계자는 “MB는 기억력이 좋다. 삭제해도 복구되는 e메일과 같다. 2006년 1월1일 새해 서울시장 관사 개방 때 한 대학교수가 인사를 하자 MB는 ‘아, 그 때 타워호텔에서 한번 뵌 적 있죠?’라고 해 상대가 깜짝 놀랐다. 때로는 이런 기억력이 참모들에게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최근 출범한 이 후보 선대위는 파격이라 할 수는 없지만, 과거 대선 선대위에 비해 군살을 뺀 점이 눈에 띈다. 선대위 관계자에 따르면 “1000여 명이 대기하고 있다” “실세 의원들 앞으로 이력서가 계속 쌓인다” “경선 때 직함 갖고 열심히 뛴 분들 중에도 선대위 못 들어온 분이 많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후보 성향 상 국정운영에서도 슬림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청와대 2급 비서관이면 적어도 국정경험이 풍부한 50대 중반이 맡았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때는 386 측근이 많이 맡고 있다.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인사 거품이 상당부분 꺼질 것이다.”(이 후보 선대위 관계자)
김시관 공보담당 팀장은 “이명박 후보의 당선 그 자체만으로도 행정, 경제, 교육, 과학기술, 일자리, 투자유치, 지역개발 등 사회 각 분야에 긍정적 신호를 줄 것으로 본다. 우리가 집권한다면 취임 수개월 만에 대통령 친인척, 측근의 부동산 비리 의혹이 터져 아무것도 하지 못한 현 정부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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