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분명히 할 필요가 있어요. 2007년 3월 29일의 일입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중동 카타르의 수도인 도하를 방문하고 있었어요. 포시즌스 호텔이 대통령 숙소인데 아침에 서울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곧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될 텐데, 미국 쪽에서 부시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노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겁니다. 일종의 마무리 수순이죠. 제 기억에 그날 오후 2시쯤 통화를 했습니다. 그때 부시 대통령이 ‘FTA 협상 타결과 맞춰 쇠고기 문제를 잘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미국산 수입 쇠고기 검사과정에서 광우병 우려가 있는 뼈 조각이 발견돼 전량 반송된 후 수입이 전면 중단된 상태였거든요.
마침 우리 정부에선 준비된 입장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OIE에서 미국을 광우병 통제국으로 판정하지 않았을 때예요(미국은 2007년 5월 OIE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얻는다). 그래서 첫째, OIE의 기준을 존중하고, 둘째, 아시아 다른 국가들과 균형을 맞춰 합리적인 수준에서 셋째, 가급적 금년 내에 해결하자…이렇게 3가지를 이야기한 겁니다.
그런데 미국은 나중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을 때 아시아 다른 국가들과 균형을 맞춘다는 이야기는 쏙 빼고, OIE 기준에 따라 다 열기로 했는데 안 열었고, 연말까지 한다고 했는데 안 지켰다고 주장한 거죠. 아시아에서 우리처럼 다 연 나라가 없어요. 일본이 뼈 포함해서 20개월 미만, 대만은 뼈 빼고 30개월 미만으로 돼 있어요.”
▼ 그럼 12월 24일 청와대 긴급 관계장관 회의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요.
“광우병 소의 99.99%가 30개월(령) 이상이었거든요. FTA가 당시 최대 이슈였으니까, 우리는 30개월 미만에 뼈까지 포함시켜서 아시아에서 최대한 수용하는 거라고 하면서 연말쯤 풀어가려고 했죠. 그래서 대선 끝나고 국무총리(한덕수)와 저, 농수산부 장관, 경제부처 장관, 통상교섭본부장(김종훈)이 이렇게 보고를 드리는데 제가 총대를 멨어요. ‘대통령님, FTA 미 의회 비준이 쇠고기 문제 때문에 계속 걸리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으니까 30개월 미만에 특정위험부위(SRM) 빼고 뼈만 포함해 이게 최선이라고 부시한테 공을 넘기죠’ 이렇게 말한 겁니다.
그랬더니 노 대통령이 ‘이거 던지면 미국은 더 이상 쇠고기 문제 이야기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FTA 비준 절차 바로 들어갑니까?’ 이렇게 거꾸로 묻는 겁니다. 그때 총리와 저, 통상교섭본부장은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FTA 비준에 들어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라고 답했죠. 그랬더니 노 대통령이 ‘우리가 카드를 받는 것도 없이, 쓸 수 있는 카드를 다 써버리고 나면 다음 정부 때 무슨 카드를 가지고 이걸 하나’ 하셨어요. 이렇게 된 겁니다.
또한 대통령은 ‘미국한테 받는 것 없이 쇠고기를 준다면 우리 농민들에게 좋은 소리 못 듣고, FTA 타결되는 것도 아니고, 양쪽 다 잃는 건데 그걸 나한테 다 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굉장히 화를 냈어요. 노 전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 주장처럼 제한없이 열겠다고 미국하고 약속한 게 아니거든요.”
▼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넘어갈 때 한미 FTA나 쇠고기 협상 진행 내용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된 건가요.
“그렇죠. 이명박 정부는 전 정부로부터 협상 진행 과정을 인계받은 게 아니고 오히려 미국 쪽으로부터 받았던 거예요. FTA도 그렇고 방위비 분담 같은 것도 그렇고.”
▼ 그럴 만한 이유가….
“대통령선거 이전부터 이명박 캠프에서 미국 쪽 인사들과 자주 접촉하면서 ‘우리가 정권 잡으면 다 해줄 테니까, 쇠고기 협상 너무 걱정하지 마라’고 했다고 해요. 실제로 제가 장관 때 ‘정권 바뀌면 다 해준다는데 굳이 이 정부와 협상할 것 있느냐’는 말이 미국 쪽에서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미국 측에선 30개월 이상, 월령제한 없이 무제한으로 푸는 걸로 계속 밀어붙였죠. 그건 절대 안 된다고 했지만, 이 사람들은 다음에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다 개방될 테니까 그때까지 버티면 된다면서 그렇게 한 겁니다.”
▼ 직접 들은 얘긴가요.
“(해당장관인) 저한테 직접 얘기하진 않죠. 대신 실무 쪽에서 흘러나오잖아요. ‘정권 바뀌면 다 들어준다는데 협상 심하게 할 거 있나, 형식적으로 하는 것처럼 하고 좀 기다리자’…. 이렇게 나오는 게 미국의 방침이었다고요. 참 문제였죠.”
▼ 김종훈 당시 통상교섭본부장도 노 전 대통령과 부시의 통화 내용을 다 알고 있었을 것 아닙니까.
“그렇죠. (김 본부장이) ‘아시아 다른 나라와 형평을 맞추자’ 이렇게 이야기를 했으면 좋았죠. 하지만 정권이 바뀌었는데, 전 정부가 제시한 대로 ‘30개월 미만을 기준으로 하자’고 하면 미국 정부가 받아들이겠어요? 그리고 김 본부장도 이 대통령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았겠어요?”
송 전 장관은 “더 할 말은 많지만 이 전 대통령 회고록에 대해서는 이쯤에서 정리하자”고 했다.

한미 FTA 협상이 진행 중이던 2007년 5월 당시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노무현 대통령과 걸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