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6월호

원주민인 것처럼 서류 작성해 국립공원 내 ‘별장’ 2채 신축

노무현 대통령 친형 노건평씨의 거제도 ‘해금강 별장’ 미스터리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3-05-23 11:3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주민등록 상 ‘김해 주민’, 주택 신축 신청서엔 ‘거제도 주민’
    • 일가족 거주용이라며 주택 2채 신축허가 받아
    • 완공 뒤 건평씨 가족 그대로 김해 거주, 주민등록 안 옮겨
    • 해금강 보이는 절경…2채 모두 ‘별장’으로 사용한 듯
    • 별장 주변 12필지 땅 2132평 노건평씨 부부 소유
    • 부인은 용도변경 허가 받아 커피숍 신축
    • 별장 2채·커피숍·땅 2003년 2월까지 매각 처분
    • 부동산 업자, “노씨 땅, 건물 신축허가 받은 뒤 부동산 가치 급등”
    원주민인 것처럼 서류 작성해 국립공원 내 ‘별장’ 2채 신축

    거제시 구조라리 710번지 한려해상국립공원 내 노건평씨가 신축한 2층 건물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 건평(61)씨는 지난 1998년 경남 거제시 한려해상국립공원 내 원주민인 것처럼 주택신축허가 신청서류를 작성해 국립공원관리공단측에 제출, 허가를 취득한 뒤 해당 국립공원 내에 두 채의 주택을 신축했다. 이들 주택은 사실상 별장 용도로 쓰였다. 노씨 부부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5년 동안 이들 두 채의 ‘별장’과 그 외 한 채의 커피숍을 새로 조성한 뒤 매각 처분하는 수순을 밟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국립공원 내 주택 신축은 원주민의 실제 거주 목적이어야 가능하며, 외지인의 경우 해당 주택으로 이사 와서 거주하려는 목적이 아닐 경우 허가받기 어렵다. 또한 일반인이 국립공원 내에 별장을 신축, 사용하는 행위는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다. 이는 외지인의 투기성, 사치성 부동산 개발을 막아 국립공원의 자연환경을 보존하려는 자연보존법 등의 취지에 따른 것이다.

    건축허가 신청 당시 김해에 거주

    그러나 건축허가 신청-승인 절차를 밟을 무렵인 1998~2001년 노건평씨의 주민등록상 주소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였다. 노씨가 당시 실제로 거주하고 있던 곳이 김해 진영이었다는 점은 수 차례에 걸친 노씨 본인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도 사실로 확인된 바 있다. 노씨는 건축허가신축 신청서류에 본인을 거제도 주민으로 기록했지만 실제로 그는 거제도 주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노씨는 거제에 2채의 주택을 지은 후에도 주로 진영에 거주했으며, 거제도 집은 지인들이 이용하기도 했다.

    노건평씨의 부인 민미영씨도 같은 시기(1998~2001년) 노씨의 두 집에서 수십여m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제도 국립공원 내 주택용지를 사들여, 근린생활시설로 형질 변경 허가를 받은 뒤 이 땅에다 커피숍을 신축했다. 노씨 부부는 이들 주택 두 채와 커피숍을 포함해 국립공원 내 구조라리 일대에 총 12필지 2132평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당시엔 노건평씨 부부가 거제도에 주택 1채와 커피숍 1곳을 조성한 것으로만 알려졌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노씨 일가는 2002년 5월 두 주택을 제3자에게 매각했다. 비슷한 시기 대부분의 땅도 함께 매각했다. 민씨는 2003년 2월25일 커피숍을 제3자에게 매각했다. 건축허가를 받은 일부 부동산(구조라리 710번지)의 경우엔 2003년 5월 현재까지 채무 변제의 수단(근저당 설정)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이철재 부장은 “외지인이 국립공원 내에 별장을 개발해 이용하거나 처분한다면 이는 국립공원을 보호하자는 법 취지에도 맞지 않고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거제시 한 부동산 업자는 “노건평씨 땅의 경우 주택신축이 가능해지면서 주변 땅에 비해 값이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노씨 부부의 일련의 거제도 부동산 개발-처분 행위는 1998년 1월에 시작되어 2003년 2월25일 커피숍을 매각함으로써 최종 종료됐다. 2월25일은 대통령취임식 날이었다. 그러니까 커피숍 매각 시기는 대통령선거가 끝난 뒤 노씨 부부가 대통령(또는 대통령당선자)의 친인척 신분이되고 나서였다. 주택 두 채를 매각한 시점은 2002년 5월경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당시 유력 정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되어 노후보의 친인척들에 대해 언론 검증이 본격화하던 때였다. 당시 언론은 후보 친인척 검증 사유에 대해 “역대 대통령 재임 시 대통령 친인척들의 불법·비도덕적 행위들이 잇따라 사회정의가 흔들렸고 국익에 손상을 준 일이 많았다. 대통령후보 친인척들도 공인이며 이들의 도덕성도 검증대상”이라는 입장이었고 노건평씨도 이런 취지에 동의해 몇몇 언론의 인터뷰에 응하기도 했다. 특히 노건평씨는 2002년 5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거제도 구조라리 집을 언급하면서 재산형성과정에서 법적, 도덕적으로 문제될 일은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씨의 거제도 부동산 개발이 문제가 되는 것은 채무 담보로 활용, 매각 등 사안의 ‘성격 규정’에 영향을 줄 만한 몇몇 행위들이 대통령후보 친인척-대통령 당선자 친인척-대통령친인척으로 신분이 바뀐 시점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즉 ‘자연인 노건평씨’가 아닌, ‘대통령 친인척’의 부동산에 대한 문제로 볼 근거가 있다는 시각이다.

    원주민인 것처럼 서류 작성해 국립공원 내 ‘별장’ 2채 신축

    ‘국립공원내 노건평 타운’. ★는 노건평씨 부부의 주택 2채, 커피숍, 농장 등 땅 2000여평이 위치한 지점이다.

    노건평씨는 1998년 1월과 4월 각각 본인 소유의 거제시 일운면 한려해상국립공원 내 구조라리 710번지와 구조라리 738번지 대지에 단독주택을 신축하겠다는 신청서(공원점용허가신청서)를 관할 기관인 ‘국립공원관리공단 한려해상관리사무소 동부지소’에 제출했다. 노씨는 이들 두 대지를 1980년대 초에 구입했다. 두 신청서 기록에 따르면 노씨는 ‘신청인 주소란’에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리 710”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1998년 당시 주민등록법 상 노씨의 주소는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로 돼 있었다. 주민등록 상 노씨는 1993년 진영에서 구조라리로 한 차례 전입했으나 1996년 진영으로 다시 주민등록을 옮겨 2003년 현재까지 그의 주소지는 진영이다. 진영은 1998년 당시 주민등록 상 노씨의 주소지였을 뿐 아니라 노씨가 가족과 함께 실제로 살고 있던 거주지이기도 했다.

    노건평씨의 친구이며 현재 구조라리 710번지 별장 관리를 맡고 있는 정모씨는 “1998년 당시 구조라리 710번지는 밭이었고 밭 위엔 ‘안에 들어가 쉴 수 있는 컨테이너박스’ 하나가 놓여 있었다”고 말했다.

    노씨는 1980년대 말 구조라리 그의 땅에 유자나무 500그루를 심었다. 구조라리로 전입한 때인 1990년대 초반 그는 유자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컨테이너박스는 이때 임시거처로 이용한 것으로, 법적으로 등록되지 않은 건축물이었다. 그러나 유자 가격이 내려가면서 유자농사 사업은 사실상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 정씨의 설명이다. 이후 심어놓은 유자나무를 관리하느라 노씨는 김해 집과 거제도를 가끔 오갔다고 한다.

    이같은 정황에 따르면 노씨는 1998년 당시 주민등록 상 주소이면서 실제 거주지인 김해 진영에 머물면서 사업차 가끔 거제 구조라리 710번지를 찾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거제환경운동연합 윤미숙 국장은 “본집은 다른 곳에 있고 주민등록상 주소지도 외부에 있으면서 다만 거제 한려해상국립공원 내에 땅을 사두고 농사짓는다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이들은 한마디로 외지인이다. 외지인은 주민등록 상 주소지가 거제도 국립공원 밖이면서 실제 주 거주지(본집)도 국립공원 밖에 있는 사람으로 정의할 수 있다. 노건평씨도 외지인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거제도 구조라리 710번지 주민”이라는 노씨의 주장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여 1998년 3월과 5월 노씨에게 각각 구조라리 710번지와 738번지 주택 신축허가를 내줬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관계자는 “신축신청서 주소란에 구조리리 710번지로 기록돼 있고 본인도 거제도 주민이라고 주장했으므로 이 말이 사실이라고 보고 허가를 내줬다. 주민등록기록 등은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연공원법과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국립공원 내 주택 신축 허가에는 해당 공무원의 재량권이 상당부분 작용한다. 그러나 대개는 공원 내에 거주하는 원주민이나 국립공원 내에 들어와서 살기 위한 목적으로 외지인이 주택신축을 요청하는 경우에만 허가를 내준다고 한다. 김해가 주소지인 노건평씨가 주택 신축 신청 당시 자신을 굳이 현지인이라고 주장한 것은 이러한 점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환경단체, “노씨는 외지인”

    원주민인 것처럼 서류 작성해 국립공원 내 ‘별장’ 2채 신축

    노건평씨가 국립공원관리공단측에 제출한 주택신축허가 신청서. 신청인 주소란에 거제시 구조라리로 되어 있고, 신축건물 용도는 주거용으로 되어 있다.

    노건평씨는 2000년 11월 구조라리 710번지와 738번지에 각각 한 채씩 주택을 완공, 사용승인을 받았다. 710번지 주택은 2층으로 대지면적 211평(698㎡), 건물 연면적 54.5평(172.95㎡)이며 738번지 주택은 단층으로 대지면적 155평(512㎡), 건물 연면적 30.2평(99.88㎡) 규모로 지어졌다. 노씨는 공원점용허가신청서에 신축되는 건물의 용도를 ‘주거용’이라고 명시했다. 또한 노씨가 국립공원관리공단측에 제출한 주택 내부설계도면에 따르면 각 방의 이름을 ‘노모방’ ‘학생방’으로 붙이는 등 이들 주택에 노씨 가족이 실제로 거주할 것임을 ‘특별히’ 강조했다. 국립공원 내에선 주거용이 아닌 주택의 신축허가를 받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1998년 당시 노씨의 가족은 노씨 부부와 자녀 1남2녀, 노씨의 어머니 등이었다. 노씨의 장녀는 결혼해 출가했으며 아들은 경남 진주 소재 대학에 진학했다. 많지 않은 가족이지만 노건평씨는 가족 거주용이라며 건물 연면적이 합해서 84평(270㎡)인 두 채의 주택을 지었다.

    주거용으로 건물신축허가를 받았지만 실제로 건물이 완공된 뒤 김해에 거주하고 있던 노씨와 그의 가족은 구조라리 주택으로 이사 오지도 않았고 주민등록을 옮기지도 않았다. 노건평씨는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살고 있는 진영의 집 대지는 296평, 건평 28평입니다”라며 자신의 실제 거주지가 진영이라고 밝혔다.

    원주민인 것처럼 서류 작성해 국립공원 내 ‘별장’ 2채 신축

    노건평씨가 신축한 구조라리 738번지 단층 건물.

    바다와 인접해 있는 노씨의 구조라리 주택은 해금강과 동지나해로 이어지는 남해바다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오며 뒤로는 거제도의 주 간선도로와 맞닿아 있다. 거제도 한 주민은 “노건평씨 집과 바로 옆 노씨 부인이 신축한 커피숍은 한려해상국립공원 내에서도 전망이 좋고 자연 경관이 수려하기로 유명한 곳에 위치해 있다”고 말했다. 노건평씨의 집 두 채에 건축허가가 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주택이 들어서는 땅 일대가 자연보전지구로 지정됐다. 이는 그 지역의 자연환경의 보존가치가 그만큼 높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집이 완공된 뒤 노건평씨는 가끔 들렀다고 한다. 노건평씨는 이들 주택을 지인들에게 빌려주기도 했다고 한다. 노씨는 친구 정씨에게 두 채에 대한 관리를 맡겼는데, 정씨에 따르면 노씨는 가끔 “서울에서 귀한 분들이 내려와 잠깐 집을 사용할 예정이니 그렇게 알고 준비하라”는 전화를 한 뒤 사람들을 보냈다는 것이다. 정씨는 “두 별장은 현재 일부 외장 도색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전적, 법적 의미로 별장은 그 외관의 사치성은 중요하지 않으며 상시 주거용 본집 이외 경치 좋은 곳에 별도로 마련한 건축물이다. 이같은 정의에 따르면 노건평씨의 거제도 주택들은 사실상 별장으로 쓰였다고 볼 수 있다.

    한려해상공원 내 외지인 투기, 사회문제

    외지인이 국립공원 내 전망 좋은 곳에 별장을 신축해 사용한다면 이는 ‘국립공원 내 부동산개발 억제와 자연보호’가 주목적인 관련법의 입법취지에 배치되는 행위다(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 그러나 이러한 법 취지를 훼손하는 일이 한려해상국립공원 내에서 대수롭잖게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다른 국립공원들과 달리 한려해상국립공원은 해금강 등 경관이 빼어난 바다 관광자원과 인접해 해양 휴양지로서의 가치가 높은 데다 거제시, 통영시, 부산시 등 도시와의 접근성도 좋아 제주도처럼 외지인의 부동산 수요가 높은 것이 일차적 이유다. 특별한 처벌 법규가 없고 허가-감독 업무에서 공무원의 재량권이 많은 점도 외지인의 투기를 부르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외지인이 현지인인 것처럼 꾸며 주택 신축허가를 받는 일, 외지인이 현지인의 명의만 빌려 허가를 받는 일, 일단 허가를 취득한 뒤 별장으로 사용하는 일, 이러한 별장을 매매하는 일 등이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거제환경운동연합).

    현재 한려해상국립공원 내에서 주 간선도로와 바다를 사이에 둔 요지는 대부분 서울, 부산 등지에 사는 외지인들이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거제환경운동연합 윤미숙 국장은 “국립공원에 실제로 거주하는 원주민은 화장실 하나 고치는 허가를 받는 데 수년씩 걸리기도 한다. 반면 외지인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국립공원 내에서 부동산을 개발하려 한다”고 말했다.

    최근엔 한 서울 사람이 한려해상국립공원 내에 땅을 산 뒤 주택허가가 빨리 날 수 있게 해달라며 담당자에게 금품을 건네다 적발된 일도 있었다. 또 외지인에게 해금강 주변에 개인관측소 건축 허가를 내주는 문제로 환경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한 일도 있었다. 이 때문에 일부 부유층이나 투기꾼에 의해 국립공원 내에서도 보존가치가 큰 지역이 난개발되지 않도록 경고조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국장은 “국립공원 내 건축 허가 신청서가 들어오면 담당 기관이 실사를 벌여 신청서에 적힌 내용들이 사실인지 여부를 검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허가한 뒤에도 해당 건축물이 신청서에 제시된 용도대로 실제 사용되고 있는지 사후 검증도 철저히 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건평씨는 2000년 5월, 2001년 3월 구조라리 738번지, 710번지 주택의 소유권을 차례로 처남인 민모씨에게로 넘겼다. 민씨는 다시 2002년 5월 이 두 채의 집을 모두 경남 김해 소재 신발업체인 태광실업 대표이사 박연차씨에게 넘겼다.

    구조라리 부동산과 노씨 처남은 노무현 대통령 측근들이 운영한 생수회사 장수천 관련 사안에서도 등장한다. 장수천측은 1999년 3월19일 한국리스여신으로부터 리스 자금 24억원을 대출받았다. 이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 노건평씨, 노대통령이 대선후보 당시 후원회장이었던 L씨, 노대통령의 운전기사였던 S씨, 노대통령과 동향 출신인 O씨 등 5명이 한국리스여신에 보증을 섰다.

    한국리스여신은 노건평씨, S씨, O씨 등 3명의 공동명의로 된 김해시 진영읍 여래리 소재 대지와 건물을 담보로 확보했는데 장수천측이 리스료를 납부하지 않자 2000년 7월 리스계약해지를 통보한 뒤 감정가 21억원의 여래리 대지를 경매 신청했다. 그런데 이 대지는 2001년 4월 노건평씨의 처남 민씨에게 12억100만원에 낙찰되었다.

    원주민인 것처럼 서류 작성해 국립공원 내 ‘별장’ 2채 신축

    노건평씨 부인이 용도변경허가를 받아 신축한 뒤 2003년 2월 매각한 거제시 구조라리 커피숍

    또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한국리스여신은 2000년 8월 노건평씨의 구조라리 710번지 토지 일부와 거제시 사등면 성포리 317 일대 토지 670여 평에 대해서도 가압류를 신청했다. 한국리스여신은 장수천에 준 대출금의 회수가 불가능해지자 보증인인 노건평씨의 거제도 부동산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그런데 이 시기와 노건평씨가 처남 민씨에게 자신의 재산인 구조라리 738번지, 710번지 주택의 소유권을 넘기는 시기가 비슷하게 맞물리는 것이다.

    노건평씨 본인은 자신의 구조라리 부동산 처분과정에 대해 2002년 5월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거제시에 있었던 부동산은 사동면 성포리에 전 676평, 일운면 구조라리에 답 436평입니다. 구조라리 땅 위에는 건평 58평짜리 건물(구조라리 710번지 주택을 의미함)이 서 있습니다. 건물은 아직 제 소유로 돼 있지만 그것도 땅을 산 사람에게 근저당을 제공한 상태로 있지요. 몇 년 전 잘 아는 사람과 건축회사를 운영하다 경영난을 겪고 폐업했는데, 그때 들어간 자금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 자금을 갚을 방법은 제 부동산을 다 파는 것 외에는 현실적으로 없습니다.”

    노씨 거제도 부동산, 장수천과도 연관

    노건평씨의 처남 민씨는 결과적으로 노씨가 재산상 손실을 볼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등장해 노씨 재산의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그러나 노건평씨는 2002년 5월 인터뷰에서 2001년 3월 민씨에게 넘겼다는 구조라리 710번지 주택이 여전히 자신의 소유라고 말한 것이다.

    한국리스여신은 2000년 8월 구조라리 710번지 200여 평과 성포리 317번지 670여 평에 대해 가압류 조치를 취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이는 노씨가 2002년 5월 인터뷰에서 “건축회사 경영에 실패해 팔아야 했다”는 거제시 소재 부동산 두 가지의 소재지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노건평씨는 1998년 1월 건축허가신청을 낸 것을 시작으로 국립공원 내에 주택 두 채를 지어 짧게는 2001년 3월, 처남을 거쳐 제3자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시점을 기준으로는 2002년 5월까지, 3~4년 만에 이들 주택을 모두 매각 처분한 셈이다.

    노건평씨가 주택 두 채의 신축과 처분으로 어느 정도의 경제적 이익을 얻었는지는 알기 어렵다. 노씨와, 노씨 관련 인물들이 함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제시 한 부동산 업자는 “노건평씨 땅의 경우 노씨가 주택 신축허가를 받아놓았기 때문에 주택신축허가를 받지 못한 주변 땅에 비해 땅값이 크게 올랐다. 주택신축허가가 그 땅의 재산적 가치를 높였다”고 말했다.

    노건평씨 부인 민미영씨도 노씨가 주택신축허가를 신청할 무렵에 노씨의 주택에서 20여m 떨어진 곳에 커피숍 건축허가를 따냈다. 거제시 주민 최모씨가 1998년 1월 구조라리 725-2번지 853㎡에 대해 단독주택 건축허가를 취득하자 민씨는 같은 해 7월 최씨로부터 이 땅을 매입한 뒤 곧바로 국립공원관리공단측에 단독주택지에서 근린생활시설지로 용도변경을 신청, 두 달 뒤인 9월 용도변경승인을 받아냈다.

    민미영씨는 1998년 국립공원관리공단측에 제출한 용도변경신청서에서 자신의 주소를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로 기록했다.

    노씨와 민씨는 부부이면서도 비슷한 시기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제출한 서류에 노씨는 ‘거제시 구조라리’, 민씨는 ‘김해시 진영’으로 주소를 다르게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립공원관리공단의 한 관계자는 “주택 신축허가에 비해, 이미 신축허가가 난 토지에 대한 용도변경 허가는 요건이 덜 까다롭기 때문에 굳이 현지인이 아닌 외지인이 신청하더라도 용도변경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씨는 이 자리에 건축물 연면적 199.44㎡, 2층 규모의 커피숍을 2001년 1월 완공했으며, 2003년 2월25일 이를 거제 주민 H씨에게 처분했다. 민씨와 H씨간에 어떠한 조건으로 소유권이 이전됐는지에 대해서도 양측 모두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노씨 부부 일가는 이들 두 채의 별장, 커피숍 이외에도 한려해상국립공원 내에 또 다른 주택을 신축하려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노씨의 한 인척은 구조라리 일대 노건평씨 소유 12필지 중 738-3번지 땅(158평)에 주택 신축을 허가해달라는 신청서를 국립공원관리공단측에 제출했다. 신청서 제출시점은 노씨 부부가 별장 두 채와 커피숍 신축 허가 신청서를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제출해 허가를 취득한 시점과 거의 일치하는 1998년 7월이었다. 당시 이 인척은 국립공원 내에 거주하는 주민(거제시 신현읍 고현리)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국립공원관리공단측은 1998년 7월23일 이 주택신축허가 신청에 대해선 ‘취하원 통보’를 내렸으며, 신축허가가 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김해 주민인 노씨 부부는 거제시 한려해상국립공원 내 세 채의 집과 한 채의 커피숍 신축허가를 요청해 이중 세 곳에서 허가를 따내 건물을 지은 뒤 이를 처분하는 수순을 밟았다. 여기에 걸린 시간은 1998년 1월부터 2003년 2월까지 5년이었다. 일부 부동산은 지금도 부동산 가치가 오른 상태로 ‘근저당 설정’ 등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장수천에 담보로 설정돼 경매 처분된 노건평씨 진영 땅이 노씨의 처남 민씨에게 낙찰됐고, 또 장수천에 대출을 해준 한국리스여신이 노건평씨의 거제도 부동산에 대해 채권 확보에 나섰으며, 이 시기 노씨는 처남에게 거제도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하는 등 노씨 부부의 거제도 등지 부동산이 장수천 사건과 얽히는 장면도 희미하게 나타났다.

    기자는 5월9일 오후 10시쯤 노건평씨 자택에 전화를 걸어 노씨에게 “거제도에 두 채의 주택과 커피숍을 지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노씨는 “1980년대부터 그곳에서 사과농사를 해왔는데 2000년 무렵 다 팔았다. 그것이 문제될 일은 전혀 없었다. 답변하지 않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5분 뒤 전화를 걸자 노씨의 부인 민씨가 전화를 받아 “남편은 밖에 나갔다”고 답했다. 다음날 또 전화를 걸어 확인을 요청하자 민씨는 “다 지난 일인데 왜 이제 와서 그걸 거론해 우리를 괴롭히느냐. 나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노씨, “문제될 일 없었다”

    기자는 주택신축신청서에 주소를 거제시로 쓴 점, 부동산 신축허가취득-건물 완공-매각의 사유, 부동산 개발에 따른 차익 발생 여부 등을 민씨에게 질문하면서, “남편에게도 그대로 전해서 답변을 해달라”고 말했다. 민씨는 “알았다. 남편에게 전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다음날 기자의 전화를 받은 노건평씨는 “거제도 구조라리 건물은 이미 다 팔았다.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고 말한 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노건평씨 부부는 기자의 면담 인터뷰 요청도 거절했다.

    현재 노씨가 처분한 구조라리 별장 두 채의 관리를 맡고 있는 노씨의 친구 정씨는 “노건평씨로부터 소유권을 이전 받았다는 사람은 이곳에 살지 않으며 잘 오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정씨는 “97년 말에서 1998년 초쯤 ‘앞으로 국립공원 내 구조라리 일대의 자연보존관리가 더 엄격해져서 지금 건물 신축 허가를 받아놓지 않으면 건축허가가 나오기 힘들어진다’는 소문이 마을에 돌기도 했으며 실제로 얼마 후 소문대로 됐다”고 말했다. 거제도 한 부동산 업자는 “정씨의 얘기는 모두 사실”이라고 확인해주었다. 이어 정씨는 “노건평씨 부부가 이 얘기를 듣고 서둘러 몇 군데에 건축허가를 받아놓은 뒤 건축한 것 아니냐고 개인적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씨는 “노건평씨는 김해와 구조라리를 오가는 방식으로 구조라리에서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왔고 컨테이너에서 숙식도 해왔기 때문에 집을 지어 처분한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건평씨는 지난해부터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나는 돈이 없이 살아 왔고, 가지고 있는 부동산을 다 팔아봐야 1억 남짓뿐이다”라는 말도 했다. 그러나 그가 2000년 당시 감정가 21억원짜리 진영 땅 지분을 40% 갖고 있었다는 사실은 2003년 초 장수천 조사과정에서 확인됐다. 거제환경운동연합 윤국장은 “노씨가 두 채의 주택과 커피숍 건축비를 본인이 직접 댔는지, 아니면 누구로부터 조달받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경남 진영 고향에서 농사나 지으며 세상물정 모르게, 가난하게 살아왔다”는 노건평씨 부부는 그 말과는 양립하기 힘든 사실관계, 즉, 외지인으로서 한려해상국립공원 내에 두 채의 주택과 커피숍을 조성한 뒤 처분한 부동산 개발 행위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