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6월호

“여보! 나 유인태랑 나가서 89타 쳤다!”

노무현 대통령은 골프 마니아

  • 글: 최영해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yhchoi65@donga.com

    입력2003-05-23 13: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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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여정부 초기 국세청장이 노대통령의 뜻을 잘못 읽고 골프 단절을 선언, ‘골프 금지령’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 청와대는 숙의 끝에 노 대통령이 필드에 나가는 이벤트를 마련키로 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골프, 그 뒷이야기를 알아본다.
    “여보! 나 유인태랑 나가서 89타 쳤다!”

    4월17일 여야 대표와 청남대 골프장을 찾은 노무현 대통령이 티샷을 하고 있다.

    “재임기간 중에는 골프를 치지 않겠습니다. 골프를 하려면 내가 비용을 계산해야 하는데 현재 봉급수준으로는 남의 신세를 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10일 이용섭(李庸燮) 국세청장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세청장 재임 중에는 절대로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공언(公言)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 아침 간부회의에서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했고 직원들도 내 뜻을 헤아릴 것이기 때문에 국세청에서 골프문화가 자연스레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외부 청탁을 받아 골프장 부킹(예약)을 부탁하는 국세청 공무원은 인사조치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청장은 이와 함께 “국세청장으로 있는 동안에는 친구와도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골프와의 단절을 선언했다.

    이틀 전(4월8일), 국세청이 “기업체 임직원이 룸살롱이나 골프장에서 접대할 경우 회사 접대비용으로 처리해주지 않겠다”고 발표한 직후라 이같은 ‘깜짝 선언’은 공직자 사이에서 “새 정부가 골프를 아예 못 치게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참여정부의 ‘골프 불가’ 방침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청장의 인터뷰 기사가 실린 11일, 청와대 일부 참모들은 이 문제를 놓고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노대통령의 생각을 잘못 읽은 국세청장이 ‘오버’했다”고 입을 모았다. 참모들은 “이청장의 느닷없는 ‘골프 결별’ 발언이 자칫 새 정부의 ‘골프 금지령’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청와대 생각이 그렇지 않다는 신호를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두 가지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한 쪽은 이청장의 말을 청와대에서 뒤집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핵심 경제주체이며 권력기관장인 국세청장의 ‘사심 없는’ 선언이 노무현 코드를 잘못 읽은 점은 있지만 면전에서 무안을 주기는 그렇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동시에 흘러 나왔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조용히 있다가 대통령이 행동으로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비서관은 “국세청장이 골프를 하고 안 하고는 개인의 자유지만 기자간담회까지 하면서 신문에 나도록 한 것은 진짜 ‘오버’한 것”이라며 “이청장이 청와대 코드(code)에 맞추려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대통령의 코드를 전혀 모르고 한 처사”라고 잘라 말했다.

    청와대의 한 386 핵심 참모는 “최근 대통령이 청남대 가서 골프 치고 태릉 골프장에서 참모들과 라운딩을 한 것은 ‘골프 금지령’이 내려진 게 아니라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골프’는 이처럼 세간의 오해를 추스르기 위해 사전에 철저히 기획된 청와대의 의도된(?) 작품이었다.

    청남대 골프 전말

    국세청장의 골프 결별선언이 있은 지 6일 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골프를 좀 하겠다”며 공개적으로 운을 뗀다. 4월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한일 국가대표 축구경기를 관람하던 중 전반전이 끝나고 난 뒤였다. 정몽준(鄭夢準) 대한축구협회장, 가와부치 사부로(川淵三郞) 일본축구협회장 등과 환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골프가 화제에 올랐다.

    가와부치 회장은 노대통령에게 “자동차만 타고 다니기 때문에 운동이 부족하기 쉬운데, 골프를 하시느냐”고 묻자 노대통령은 “배우는 중이다. 골프를 좀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평소 골프를 즐기는 정대표도 노대통령에게 “골프를 하셔야죠.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도 골프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 미국에 가면 같이 치는 게 어떠냐”고 권유했다. 이에 노대통령은 “이번에는 일정이 그렇게 안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날 골프를 화제로 한 대화는 언론에 보도되면서 ‘대통령이 곧 골프를 치겠구나’ 하는 암시를 주기에 충분했다. 노대통령은 지난해 3월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 이후 잠시 골프를 접은 상태였다.

    노대통령이 다시 골프채를 잡은 것은 대통령 별장이었던 충북 청원군 문의면 소재 청남대 반환행사를 갖기 전날인 4월17일. 3당 대표와 청남대 만찬회동에 앞서 노대통령은 청남대 내 간이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 이원종(李元鐘) 충북 지사와 한 조가 돼 미니 골프장에서 9홀을 돌았다. 노대통령으로서는 1년 만에 치는 골프였지만 현직 대통령이 골프채를 잡은 것은 무려 10년 만의 일이었다. 때문에 이 날 노대통령의 동정과 관련된 신문기사는 온통 골프에 집중됐다.

    YS와 DJ는 대통령 때 골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직 대통령의 티샷 모습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이 자리에는 당초 박희태(朴熺太) 한나라당 대표 권한대행도 참석하기로 돼 있었으나 국민들 앞에서 골프 치는 모습이 비쳐지는 게 부담스러웠던 듯하다. 박대표가 “만찬만 하고 골프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뜻을 청와대측에 전달하면서 3당 대표 골프회동은 무산됐다. 박대표 대신에 라운딩 파트너로 이지사가 나섰다.

    청남대 골프장은 폭 100m에 길이가 360m로 1개의 미들홀로 갖춰져 있지만 그린이 5개, 티박스 9개로 여러 방향을 겨눠 골프를 칠 수 있어 9홀 라운딩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이날 노대통령은 53타를 쳐 네 사람 중에서 스코어가 가장 뒤처졌다. 김총재와 이지사가 각각 45타를 쳤고 정대표는 50타를 쳤다. 취임 직전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던 노대통령으로서는 완쾌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소 무리를 했다는 후문이다.

    당초 청와대는 이날 골프 회동을 계획했다가 여론의 눈치를 보며 막판까지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장의 ‘골프 안 친다’는 선언에 대해 대통령이 ‘접대골프가 아니라면 쳐도 된다’는 시그널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쪽과 ‘그래도 나라가 어수선한데 대통령이 상류층 운동인 골프를 즐기는 모습은 국민정서상 좋지 않다. 아예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백 배 낫다’는 의견이 맞섰던 것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이 골프채를 잡을지 여부는 청와대 기자실에서도 관심사였다.

    대통령이 이날 골프채를 잡은 데에는 골프를 즐겨 치는 유인태 수석의 역할이 컸다. 유수석은 골프 불가론 주장에 대해 “구닥다리 같은 생각은 좀 그만하자”면서 “경기가 안 좋을수록 돈을 써야 경제가 돌아간다. 대통령이 골프 치는 모습을 보여주면 경제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강력히 주장했고, 대통령도 흔쾌히 ‘OK’했다는 것이다.

    노대통령은 청남대에서 하루 묵은 다음날 청남대 반환행사에 참석하기에 앞서 그 날 새벽 예정에 없던 골프를 또 쳤다. 노대통령은 권양숙(權良淑) 여사와 주치의, 부속실장과 함께 5홀을 가볍게 돌았다고 한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런 사실을 언론에는 비밀에 부쳤다. 노대통령이 이틀 연속 골프 친 사실이 알려지는 게 조금은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태릉 골프장과 ‘버디’

    노대통령 내외는 지난 5월4일(일요일)에는 참모들과 함께 태릉 골프장에서 새벽 골프를 쳤다. 이날 네티즌들은 ‘대통령의 골프’를 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골프 티업 시간은 새벽 5시30분. 첫 티업이었다. 일반인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서 새벽 일찍 잡았다고 한다. 통상 대통령 골프라면 앞뒤 팀이 모두 보이지 않게 시간을 넉넉하게 잡는 것이 관례지만 이날 골프는 일반인과 마찬가지 시간 간격을 두고 진행됐다고 한다.

    현직 대통령이 일반인들의 출입이 자유로운 곳에서 골프를 한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 고(故) 박정희 대통령은 태릉 골프장을 가끔 찾았지만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은 청남대만 이용했을 뿐 ‘경호상’의 이유로 태릉 골프장은 거의 찾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성(李海成)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얼어붙은 경제 분위기를 개선하고 건강한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준다”며 나름의 의미를 부여했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서민 출신 대통령이 서민 고통을 잊었느냐’는 질책 섞인 반응을 보였다. 94타를 친 대통령이 이날 처음으로 17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았고, 권여사는 16번 홀(파3)에서 ‘버디’를 했다. 3개 팀으로 나눠 운동을 했던 이날 대통령 내외는 김세옥 경호실장과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과 함께 2조로 출전했다. 이보다 앞선 1조는 김진표(金振杓) 경제부총리와 권오규(權五奎) 대통령정책수석비서관, 이해성 홍보수석비서관, 조윤제 경제보좌관이, 3조에는 유인태 정무수석과 반기문 외교보좌관, 김희상 국방보좌관, 김태유 정보과학기술보좌관 등이 함께 라운딩을 했다. 대통령이 버디를 한 태릉 골프장 17번 홀은 파4 미들홀로 노대통령은 그린에 2온 시켜 퍼팅 한 번 만에 공을 홀로 집어넣었다고 한다.

    이날 골프에 대해 청와대 한 386 핵심참모는 “노대통령이 지난 김영삼(金泳三) 정부 때처럼 ‘골프 금지령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사람들 머리 속에 확실히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골프 그린피는 모두 노대통령이 냈다. 골프비용은 세 팀 모두 합해 100만원 선으로 대통령에 대한 예우 때문인지 통상적인 그린피보다 훨씬 쌌다. 이날 골프는 공무원들도 무조건 골프를 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자기가 친 것만큼 그린피를 내면 굳이 말릴 이유도 없다는 ‘시그널’이었다. 이날 골프회동을 두고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골프를 좋아해서 친다고 하면 될 것이지 굳이 경제 살리기 운운하는 것은 너무 속 보인다”는 비판론도 적지 않았다.

    ‘노무현과 골프.’ 서민을 대변하는 이미지와 귀족스포츠의 대명사여서 그런지 왠지 안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노대통령이 골프를 시작한 지는 올해로 7년째다.

    노대통령은 1996년 총선(서울 종로 출마)에서 낙선한 뒤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1992년 총선, 1995년 부산시장 선거에 이어 지역구를 서울로 옮겨가면서까지 재기를 노렸으나 좌절한 데 따른 마음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서였다.

    노대통령은 이때 부인 권여사와 함께 골프 연습장을 찾아 함께 골프를 배웠고, 기회가 닿는 대로 골프장에 나가는 등 골프에 ‘푹 빠졌다’고 한다. 노대통령은 골프를 시작하면서 먼저 골프 관련 서적을 탐독하고 스윙을 할 때 근육의 변화까지 세밀하게 탐구하는 등 특유의 집중력을 보였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전언이다. 이론을 마스터하고 실전에 뛰어드는 식이었다.

    그의 핵심 참모인 이광재(李光宰) 대통령국정홍보실장은 ‘대통령의 골프’를 증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다. 대통령의 386 측근 중에 골프를 하는 사람은 이실장과 안희정(安熙正)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 두 사람밖에 없다. 이실장은 “노대통령은 지금까지 필드에 20번 정도 나갔을 것”이라면서 “그런데도 90대 중반의 실력을 갖출 수 있게 된 건 무엇이든 시작하면 일단 이론을 마스터한 후에야 실전에 뛰어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실장 표현대로라면 노대통령은 ‘골프 모범생’이었다. 골프 코치가 스윙 폼을 가르쳐주면서 연습을 100번 하라면 100까지 세면서 따라했다고 한다.

    이런 태도는 노대통령의 평소 성격과도 무관치 않다. 노대통령은 컴퓨터를 처음 배웠을 때 컴퓨터를 집에 사들고 가서 중학생이던 아들 건호씨와 함께 다 뜯어 펼쳐봤다고 한다. 나중에 조립을 잘 못해 끙끙거렸지만 일단은 컴퓨터 내부까지 모두 들여다봐야 속이 풀리는 성격인 것.

    노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또한 본격적으로 골프를 배운 것은 2000년 8월 해양수산부 장관이 되고 나서부터였다. 처음으로 장관직을 맡아 일에 대한 의욕이 넘쳤지만 “장관이 아침 일찍 출근하면 모든 부하 직원들이 눈치를 보느라 괴로움을 당한다. 그러니 아침에 골프 연습장에 나가 운동을 하고 나서 제 시간에 맞춰 출근하는 게 좋겠다”는 참모들의 건의에 따른 것이었다. 이때 노대통령은 매일 아침 골프연습장에 나가 프로 골퍼로부터 제대로 레슨을 받았고, 공개적으로 골프를 치고 다녀 정치권에서는 ‘노무현도 골프를 친다더라’는 말이 나돌았다.

    여기에는 물론 원칙과 소신은 있지만 융통성이 없는 빡빡한 정치인으로 비쳐진 자신의 고착된 이미지를 바꿔보려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당시 노대통령의 젊은 참모들조차 노장관의 변화된 모습에 상당히 놀랐다고 한다.

    한편 노대통령이 해수부 장관 때 골프에 집착했던 것은 대선 출마를 앞둔 당시 노장관의 처지와도 무관하지 않았다는 게 참모들의 해석이다. 노대통령의 부산지역 참모출신인 정동수 청와대정책실 행정관은 “선거 때문에 주말마다 부산을 찾았던 노대통령은 부산과 경남 기업인 등 지역 유지들을 만날 필요가 절실했지만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부산에 내려가면 모두 골프장에 가 있어 사람들을 만나기가 무척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에서라도 노대통령은 골프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경선 승리 계기 만든 골프장 회동

    유인태 수석은 “2000년 4·13 총선 때 노대통령이 국회의원에 떨어지고 나서 골프를 처음 쳤는데 ‘언어카운터블(unaccountable)’이었다. 한번은 필드에 나가서 멀리건(타수에 넣지 않는 미스샷)을 두 번이나 줬는데도 116타를 쳤다”고 회고했다. 이후 노대통령은 칼을 갈고 닦아 유수석에게 재도전했다.

    김원기 고문의 전언. “노대통령이 그동안 많이 배웠는지 유수석에게 ‘스크라치(핸디를 적용하지 않고 실제 점수로만 경기를 하는 것)’ 내기골프를 하자고 제안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두 사람이 한 타당 1만원 내기를 했는데, 그때 유수석이 ‘돈을 좀 땄다’고 하더라. 그때까지도 노대통령의 실력으로는 유 수석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민주당에 있던 2001년에는 90대 후반의 타수를 두 번이나 쳐 주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연습장에 자주 가는 것도 아니었는데 ‘놀라운 발전’을 한 것이다. 노대통령이 대통령선거 출마준비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2001년 11월.

    민주당 경선을 앞둔 당시 ‘나 홀로’였던 노대통령은 이해찬 의원을 찾아가 “앞으로 있을 경선에서 꼭 좀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현역의원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을 때였다. 이의원은 당시 노무현을 돕겠다는 생각에서라기보다는 가볍게 “그러면 골프나 한 번 치자”고 제안했고 노대통령은 과거 통추 멤버인 원혜영 부천시장, 유수석과 같이 골프장에 나갔다.

    이의원 초청으로 안산 제일CC에서 네 사람이 골프를 쳤는데 가장 실력이 뒤처졌던 노대통령이 89타를 쳐 제일 성적이 좋았다. 노대통령의 골프 실력을 우습게 생각했던 유수석은 그 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당시 이의원은 노대통령을 도울 생각이 있었고, 이의원을 자기편으로 만든 골프장 회동에서 노대통령은 민주당 경선 승리의 계기를 만들게 된다. 노대통령은 기분이 좋아 집에 가자마자 권여사에게 89타 쳤다고 자랑을 했다. 권여사가 “89타 진짜야? 첫 홀에 다 보기 주는 것 아니었어?” 라고 반신반의하자 노대통령은 “유인태하고 쳤다”는 말로 그 날 스코어가 정확하다는 것을 대신했다고 한다.

    이날 골프를 끝으로 노대통령은 대통령이 될 때까지 골프채를 잡지 못했다. 민주당 경선과 대통령후보 결정, 단일화 협상, 단일후보 결정, 대통령선거로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 때문에 골프장에 갈 엄두를 못 냈던 것이다.

    서민 출신인 노대통령이 골프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골프를 치더라도 자기 돈으로 쳐야지 얻어 치지는 않겠다는 생각은 확고히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정치를 하면서 자기가 돈을 내지 않을 경우 먼저 골프를 치자고 제안한 적이 없다는 게 측근들의 귀띔이다.

    해수부 장관 시절, 공무원들이 월요일 출근해서 골프 이야기하고, 화요일에는 부킹하느라 정신없는 모양을 보면서 ‘접대골프’를 치는 것은 안 된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그래서 공무원들의 접대골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하고 있다. 골프 접대나 룸살롱 접대나 검은 거래인 것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당선자 시절에 노대통령은 “공무원들이 기업체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도록 아예 부처에서 골프 회원권을 사는 것이 어떠냐”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기업체에 아쉬운 소리 하지 말고 부처 회원권을 갖고 자기 돈으로 떳떳하게 치라는 이야기다. 이처럼 공무원들이 자기 돈을 내고 치는 골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노대통령의 생각이다.

    실제로 노대통령은 대통령후보 시절에는 대중 골프장(퍼블릭 코스) 증설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노대통령은 골프 문제와 관련해 “골프 인구가 늘어나는 데도 골프장 부킹이 불가능해 해외골프관광으로 인한 외화 손실이 6억달러나 된다”면서 “지방자치단체나 국가가 소유하고 있는 유휴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친환경적인 공법으로 적절히 대중 골프장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선자 시절이었던 올해 1월, 서울 명륜동 자택 근처 골프 연습장을 권여사와 함께 찾기도 했던 노대통령은 “공무원들이 남의 돈으로 칠 수는 없는 일이니 공식적으로 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 골프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노대통령 측근인 386 참모들은 대부분 골프를 치지 못하지만 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은 80대 초반의 수준급이고 이광재 실장은 90대를 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대통령이 운영했던 자치경영연구원의 살림살이를 맡았던 안부소장은 종종 내기 골프를 해서 딴 돈으로 노대통령이 어려웠던 시절에 사무실 운영경비에 보태 쓰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노대통령의 골프 스승이기도 한 권여사는 골프 수준이 ‘싱글’이라는 소문도 있지만 사실은 90대 초반을 많이 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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