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호

TK에서 윤석열은 박근혜가 아니다

[여의도 머니볼⑦] 尹의 공천 물갈이 vs 무소속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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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3-02-24 1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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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들어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1월 첫째 주 37%를 기록했다가 둘째 주에 35%로 내려앉더니 셋째 주에는 36%로 소폭 올랐습니다. 넷째 주는 연휴로 인해 한국갤럽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요. 2월 첫째 주에 다시 이뤄진 조사에서 34%가 나왔습니다. 2월 둘째 주에는 32%로 지난해 12월 첫째 주 이후 가장 낮은 지지율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다가 2월 셋째 주에 35%를 기록해 1주일 새 3%포인트가 올랐죠.

    국민의힘의 성적표는 어떨까요. 1월에는 첫째 주 35%, 둘째 주 33%, 셋째 주 37%였습니다. 2월의 경우 첫째 주 34%, 둘째 주 37%, 셋째 주 37%였습니다.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했지만,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진폭이 작죠. 전반적으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을 웃도는 현상이 특징적입니다.

    보수의 심장

    이번 여의도 머니볼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지역에 주목합니다. 보수의 심장이자 고토(故土)로 불리는 대구‧경북(TK)입니다.

    2월 첫째 주에 윤 대통령이 TK에서 얻은 지지율은 57%입니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은 TK에서 53%를 얻었습니다. 둘째 주에 들어서면 윤 대통령의 TK 지지율은 45%로 급락합니다. 12%포인트가 빠진 거죠. 대신 국민의힘은 59%를 기록해 오히려 6%포인트가 올랐습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여당 지지율보다 14%포인트가 낮아진 겁니다. 2월 셋째 주를 볼까요. TK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52%로 나타나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국민의힘 지지율도 소폭이긴 하지만 1%포인트 반등해 60%를 기록하죠. 집권세력 텃밭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당 지지율에 미치지 못하는 현상이 이어진 겁니다.



    2월 둘째 주 조사는 2월 7일과 9일 사이에 이뤄졌습니다. 조사 직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2월 4일과 6일 사이에 대통령실에서 안철수 의원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이른바 ‘윤안연대’라는 슬로건을 두고 “대통령과 (당대표) 후보가 어떻게 동격이라고 이야기하냐”며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리더십을 굉장히 흔드는 이야기”라고 했고, 대통령실 관계자 워딩으로 “특정 후보가 윤 대통령과의 연대를 이야기하는데 그런 연대가 없지 않느냐”고 했죠. 2월 7일엔 김기현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간 회동이 이뤄졌습니다. 그다지 밝을 게 없는 얼굴로 말이죠.

    이런 일이 벌어지는 와중에 TK에서는 윤 대통령 지지율이 쭉 빠졌습니다. 집권 초기 대통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한 일입니다. 대통령 뜻을 전달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대통령 권위를 흔들지 말라’고 얘기하는데, 텃밭에서는 비판 여론이 형성되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국민의힘을 지지하되, 대통령에는 비판적인 보수 유권자들이 적잖게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당장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상황만 놓고 봐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한국갤럽은 따로 국민의힘 당대표 지지율 조사를 실시하지 않아서 잠시 다른 조사를 빌려오겠습니다. 일단 염두에 둬야 할 점은 응답률입니다. 한국갤럽 조사의 경우 응답률이 낮을 때는 8~9% 안팎, 높을 경우 11%에 육박합니다. 그와 달리 응답률이 1%에 그치는 여론조사도 참 많습니다. 신뢰성 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지요.

    지금 소개할 지표는 2월 6~7일 넥스트리서치가 SBS 의뢰로 실시한 조사결과입니다. 응답률이 15.3%로 높은 편이죠. 대통령 지지율이 여당 지지율보다 14%포인트 낮았던 한국갤럽 2월 둘째 주 조사 시기와 거의 겹칩니다. 국민의힘 지지층 311명에게 당대표 적합도를 물었더니 안철수 의원 32.9%, 김기현 의원 25.6%, 황교안 전 대표 8.4% 순이었습니다. 천하람 전남 순천 당협위원장은 3.3%를 얻었는데, 아직 ‘천하람 돌풍’이 불기 전이라는 점을 감안해야겠죠.

    그런데 TK에서 안 의원의 지지율은 30.3%로, 31.9%인 김 의원과 오차범위 내 혼전 양상을 보였습니다. 아직 기지개를 켜기도 전인 천하람 위원장도 TK에서 5.4%를 얻어서 전국 지지율보다 좋은 성적을 보였죠. 대통령실에 의해서 ‘비윤’으로 규정되거나(안철수), “윤핵관의 코드 공천으로는 총선 필패”(천하람, 신동아 3월호 인터뷰 중)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TK의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합계 35.7%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겁니다.

    오히려 김기현 의원은 대전‧충청‧세종(33.0%)보다도 TK의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지지율이 낮습니다. 본인이 시장을 지낸 울산이 속한 부산‧울산‧경남에서 36.2%를 기록해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죠. 물론 그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기현 의원의 강세가 이어진 점은 사실이지만, 2월 둘째 주라는 ‘문제적인 시기’만 놓고 봤을 때 ‘윤심’에 대한 비판 정서가 TK에 존재했다는 점은 명확해 보입니다.

    10년 전의 박근혜

    박근혜는 달랐습니다. 2023년 2월은 윤석열 대통령 임기 10개월 차인데요. 박 전 대통령 임기 10개월 차는 2013년 11월이었습니다. 같은 선상에서 비교해보겠습니다.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2013년 11월 첫째 주 TK에서 박근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68%였습니다. 여당인 새누리당 지지율은 55%였고요. 대통령 지지율이 13%포인트 높습니다. 11월 둘째 주로 보면 박 전 대통령의 TK 지지율은 72%로 올랐습니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58%가 나왔고요. 11월 셋째 주에는 TK에서 박 전 대통령이 72%, 새누리당이 63%의 지지율을 기록했습니다. 새누리당의 상승세가 돋보이지만 여전히 대통령에 미치지 못하죠. 11월 넷째 주를 볼까요. 박 전 대통령은 TK에서 무려 74%의 지지율을 얻었습니다. 반면 새누리당은 전주에 비해 하락해 58%를 기록했죠. 대통령 지지율이 여당 지지율을 16%포인트 웃돕니다. 같은 임기 10개월 차 기준으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사이의 관계와는 반대 양상이죠.

    이것은 무엇을 말할까요. 당연한 말이지만 윤석열은 박근혜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거의 여왕’이자 TK에서 맹주 이상의 영향력을 과시한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윤 대통령은 선거 경쟁력에서건 TK에서의 영향력에서건 명확히 입증된 바 없습니다. 오히려 당원들과 지지층이 본선에서의 경쟁력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밀어준 후보라고 말하는 게 맞겠죠.

    TK에서는 구름처럼 유권자를 몰고 다니던 박 전 대통령도 총선에서는 ‘진박’ 후보들을 모두 국회에 입성시키지는 못했습니다. 도리어 ‘공천 파동’으로 번지면서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패배하는 결과로 이어졌죠. 김기현 의원이 대표가 된다 해도 이른바 ‘윤석열 표 공천’이 그리 쉽지만은 않으리라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텃밭에서조차 대통령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낮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대통령실 사람들이 총선에서 전략공천 형태로 TK 각 지역구에 차출된다 해도 현역의원들이 쉽게 물러나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아마 ‘경선만 하게 해달라’고 할 겁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정도의 지명도가 아니면 윤 대통령 측근이라 한들 현역의원에 비해 경쟁력이 있을 리 없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역구에서 현역의원과 맞붙어 이길 수 있을까요. 의문부호가 뒤따릅니다.

    ‘낙하산 공천’ 직면하면…

    벌써부터 TK 지역 언론에서는 ‘현역의원 물갈이론’에 대한 기사가 보도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주요 인사들의 출마설도 끊이질 않습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낮은 상태에서 ‘낙하산 공천’에 직면하면 현역의원들은 어떤 생각을 하겠습니까. 무소속으로도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하겠죠.

    실제로 TK와 PK에서는 공천을 못 받은 현역의원들의 무소속으로 나와 당선된 전례가 많습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20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새누리당으로 복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1대 총선 당시 공천에서 탈락하자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생환했고, 후에 복당해서 당내 대선 경선에서 윤 대통령을 턱밑까지 추격했죠. 상황에 따라서는 보수 세력 내에서 ‘윤석열표 공천 물갈이’와 ‘TK 무소속 연대’가 맞부딪치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러니 보수 집권 시대에 TK 여론은 매우 중요한 바로미터입니다.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는 현재 4명만 남았는데요. 비윤으로 분류되는 안철수 의원과 반윤 포지셔닝을 취한 천하람 위원장의 득표력이 중요한 건 이 때문입니다. 국민의힘 일반 당원 사이에서 비주류의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테니까요. 그 결과에 따라 향후 당내 권력 구도 역시 요동칠 것으로 보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에서 확인해 주십시오. ‘구독’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됩니다.)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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