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핵심으로 지목받은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뉴스1]
강 위원은 2021년 3~5월 민주당 당직자 등과 공모해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당시 당대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불법 자금 9400만 원을 살포하는 등 선거인 등에게 금품 제공을 지시‧권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송 후보는 ‘친문’ 홍영표 후보에게 0.59%포인트 차 신승을 거뒀다.
검찰은 불법자금 9400만 원 가운데 8000만 원을 강 위원이 대전 지역 사업가로부터 조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 가운데 6000만 원이 2021년 4월 송영길 전 대표 보좌관을 지낸 박모 씨,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거쳐 윤관석 민주당 의원에게 전달됐고, 300만원 씩 쪼개져 민주당 의원 10여 명에게 전달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러한 혐의는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에 담긴 녹음 파일들에서 포착됐다. 이 전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는 자동녹음기능이 설정돼 있어 당시 정황이 담긴 3만 개의 녹음파일이 남았다. 이 전 사무부총장은 강 위원을 ‘정치적 동지’로 칭했다. 2020년 7월 이 전 사무부총장이 사업가 A씨와 나눈 통화 녹음 파일에서 이 전 사무부총장은 “이성만 의원에게 100만 원을 보냈다. 오빠(박모 씨)에게 3000만 원 받아 막 쓰고 있다”라며 “이성만이나 한국수자원공사 감사(강 위원)나 나하곤 다 정치적 동지들이기 때문에 앞장서서 다 해줄 거야”라고 말했다.
불법 자금 의혹을 지피는 파일도 발견됐다. 2021년 4월 이 전 사무부총장과 강 위원의 통화 녹음 파일에선 ‘스폰’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본 통화에서 이 전 사무부총장이 “(돈이) 필요하면 누구한테 요구해, 저기한테? ○○한테?”라고 묻자 강 위원은 “사람이 그 사람밖에 없잖아. 다른 스폰이 있어요?”라고 답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 위원은 16일 소환 당시 “대전 지역 사업가들에게서 돈을 조달했다”며 혐의를 일부 인정한 상황이다.
강 위원은 대전 출신으로 1998년 민주당에 입당했다. 2002년 반포우성아파트 재건축조합장을 맡아 그 나름의 조직을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7년 17대 대통령선거 당시 정동영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조직국장으로 임명됐다고 전해진다. 한때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가까웠다.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이 17대 대선에서 패한 후 줄곧 박 전 장관을 도왔고, 박 전 장관도 19‧20대 총선에서 대전 동구에 출마한 강 위원의 선거 유세를 지원했다. 강 위원이 박 전 장관과의 친분을 지나치게 내세우면서 사이가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19‧20대 총선에서 모두 낙선해 주로 당직자로서 활동해왔다. 서초갑지구당 사무국장, 부대변인, 조직국장, 청년국장, 비대위 조직부총장을 지냈다.
대전 동구지역위원장을 맡으며 송영길 전 대표와 가까워진 것으로 파악된다. 2018년 전당대회부터 송 전 대표를 도와 2021년엔 후보 캠프에서 조직 담당 파트를 맡았다. 전 민주당 의원 보좌진 B씨는 “강 위원이 2021년 전당대회 때 송영길 후보 캠프에서 지역 조직을 관리했다. 당시 송 후보와 홍 후보의 승부가 박빙이라 양측 모두 지지 기반 확보에 사활을 걸던 때다. ‘돈 봉투’도 이를 위해 전해진 것으로 생각되는데, 현금 형태라 실제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파악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강 위원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언젠가는 말할 날이 올 것이다. 오늘은 성실히 (심문) 받겠다”라고만 말했다. 윤관석, 이성만 의원은 혐의를 전면부인하고 있다. 윤 의원은 12일 검찰 압수수색에 불복해 “최소한의 사실관계도 없이 이루어진 국면전환용 무리한 기획수사”라며 14일 법원에 준항고를 신청했다. 이 의원도 12일 “그동안 보도된 의혹들과 나는 전혀 관련이 없다.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신동아 5월호 표지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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