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과부터 밝히면 세 아이는 2년 반 내지 3년 만에 제 또래 미국 아이들과 구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영어를 잘하게 됐다. 자연적으로 익힌 영어 실력은 놀랍게도 영태-영호-영미 순으로 우수했다. 그동안 영어 자연학습은 나이가 어린 순으로 잘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 견해였다. 그렇지만 실제로 관찰한 결과는 이와 판이했다.
아이들은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한국어를 상당 부분 잊어갔고, 모국어 사용을 기피했다. 필자는 그들이 한국어를 잊어가는 과정도 연구했다. 귀국한 뒤 한국어를 다시 사용하는 정도를 관찰한 결과 세 아이 모두 1년이 좀 지나서 한국어 사용 능력을 되찾았다. 한편 영어 실력은 계속 좋아졌다. 영어와 한국어에 모두 능통한 성공적인 이중언어 사용자가 된 것이다.
세 아이를 관찰하면서 모은 방대한 자료 가운데 구체적으로 영어의 관사를 사용하는 형태만을 조직적으로 분석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또 우리 아이들의 영어 학습과정을, 영어를 모국어로 습득하는 아이들의 사례와 비교한 자연학습법을 책으로 내기도 했다.
스피킹의 기본은 IU
ABC도 모르고 미국에 건너간 아이들이 처음부터 영어를 배우는 과정을 보면서 세 가지가 분명해졌다. 다 아는 것 같지만 그것을 의식하면서 영어를 사용하느냐 아니냐가 문제다. 영어 학습의 성패를 가름할 만큼 중요한 기초다.
첫째, 영어의 의미는 한 토막말로 나타낸다. ‘I don´t understand what you are saying’이라는 문장은 그 전체가 한 토막이다. 결코 일곱이나 여덟 단어로 구성된 것이 아니다. 전체가 하나로 이어져서 ‘Idon´tunderstandwhatyouaresaying’이 된다. 그리고 그 의미는 ‘무슨말인지모르겠다’이다. 모든 대화는 이런 토막토막으로 된 말이 이어지면서 진행된다. 이를 ‘억양 단위(Intonation Unit)’ 또는 ‘정보 단위(Information Unit)’의 첫 자만 따서 ‘IU’라고 한다.
우리는 말을 할 때 숨을 내쉬었다가 들이쉬곤 한다. 그런데 숨을 내쉴 때만 소리를 낼 수 있다. 숨을 내쉬는 1초 내지 2초 동안 한 토막의 말을 하는데, 그 말 한 토막은 분명한 하나의 억양을 갖고, 또한 그 한 토막은 독립된 하나의 의미(정보)를 나타낸다.
IU의 단어 수는 얼마나 될까?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보통 1분에 평균 150단어를 말한다. 1초에 2.5단어를 말하는 셈이다. 그런데 IU 한 토막을 말하는 데 1초 내지 2초가 걸리므로, 초당 2 내지 5단어가 된다. 말이 매우 빠르다면 1분에 300단어까지 할 수 있으므로, 1초당 평균 5단어를 말하는 셈이 된다. 한 번 숨을 내쉬는 시간이 1초 내지 2초라면 300단어 말할 때에는 1초당 5내지 10단어 정도가 될 것이다. 관찰 결과 ABC도 모르고 미국에 건너간 아이들은 이 IU부터 터득했다.
둘째, IU에는 리듬이 있다. ‘I don´t understand what you are saying’의 개별 단어 중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에는 강세(stress)를 주고, 의미 없이 기능적으로 쓰이는 기능어는 약하게 발음한다. 이것은 편리하게 설명하는 대체적인 방법이다. 왜냐하면 다음과 같은 예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