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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의 新천재론

박태환, 김연아, 윤준상, 박세은…‘다중지능 하모니+ 광적 몰입+김칫독 발효’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의 新천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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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의 新천재론

김주리 양은 초등학교 2학년 무렵 토혈을 경험할 만큼 소리 연습에 매진했다.

신동의 재주와 재능은 그것만으로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 없다. 그 재주와 재능을 어떤 목적을 향해 갈고닦고 몰입하고 노력했을 때 업적을 이룰 수 있다. 그래서 에디슨은 “위대한 발명은 1%의 천재성과 99%의 땀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한 것 같다. 천재는 재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노력이 필수적인 요소다.

기네스북(1986~1989)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지능지수(IQ)를 가진 사람은 미국인 마릴린 사반트다. 이 여성의 IQ는 228로 알려져 있다. 그럼 그는 천재인가? 그는 신동도 아니었고, 이렇다 할 위대한 업적을 내지도 않았다. 단지 IQ가 높다는 것 외에 내세울 만한 재능이나 업적이 없다. 대학도 다니다 중퇴했고, 작가가 되는 것이 평생의 꿈이었지만 그것도 이루지 못했다. 60세가 넘은 현재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고 있다. 일요판 신문에 상담 칼럼을 게재하고 있을 뿐이다.

IQ의 위기

IQ가 높은 사람들만 가입하는 모임이 여러 개 있다. 멘사클럽에는 전체 인구의 IQ 분포에서 상위 2% 안에 드는 사람만 가입할 수 있는데 기준 IQ가 135 이상이어야 한다. 국제고도IQ소사이어티에는 기준 IQ가 124 정도이며 상위 5% 안에 드는 사람만 회원이 될 수 있다. 그 밖에도 프로메테우스소사이어티와 기가소사이어티가 있는데 가입 기준이 각각 상위 0.003%, 0.000000001%로 대단히 까다롭고, 기가소사이어티의 경우에는 기준 IQ가 190으로 확률상 세계적으로 10명이 채 안 된다.

그렇다면 IQ가 높은 사람들은 모두 천재인가. 그들은 모두 경탄할 만한 업적을 내고 있는가. 1996년에 발족한 한국의 멘사클럽에는 약 700명의 회원이 있다고 한다. 회원들을 대상으로 학창시절 학교 성적이 어떠했는지 물어보았다. 그 결과 최상위권에 속했다는 사람이 19%(254명 중 49명), 상위권에 속했다는 사람이 47%(254명 중 121명), 중하위권에 속했다는 사람이 23%(254명 중 61명)로 나타났다. 이들의 IQ는 최상위권이지만 학교 공부에서는 모두가 최상위권은 아니었다. 최상위권인 사람(19%)보다 오히려 중하위권인 사람(23%)이 더 많았다.



이런 결과는 결코 놀라운 것이 아니다. ‘IQ가 높은 사람이 학교 공부를 잘한다’는 믿음은 사실이 아니다. IQ와 학교 성적의 연관성 정도는 기껏해야 20~25%다. IQ 순서대로 학교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님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서 밝혀졌다.

IQ만 갖고 천재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낸 위인들을 살펴보면 IQ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요소가 많다. 아인슈타인의 업적이 높은 IQ 덕분이었다면 그는 왜 초등학교, 중학교 성적이 낙제를 간신히 면하는 수준이었겠나. 에디슨의 위대한 발명 능력이 IQ 덕분이었다면 그는 왜 초등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 탈락할 수밖에 없었는가. 예술적인 천재들을 IQ로 설명하긴 더욱 어렵다. 모차르트, 베토벤, 피카소, 고갱, 고흐의 위대성을 IQ로 설명할 수 있을까.

오늘날 IQ는 위기에 처해 있다. IQ가 인간의 비범성을 재는 정확한 척도가 아닌 것 같다는 의구심이 계속 부풀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IQ가 인간의 잠재된 능력을 재는 지표로 활용된 지 100년을 넘어서고 있는데 그간 IQ에 대한 비판은 계속 제기되어왔다.

그 비판의 핵심은 IQ검사 때 ‘인간의 수많은 능력 중 극히 일부를 재고는, 전체를 잰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머릿속에 잠재된 능력은 무한하다. 어떤 이는 이 능력의 개수를 2조1400억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이렇게 많은 능력 중에서 IQ검사 항목에서 측정하는 것은 기억력, 계산력, 지각력, 추리력, 어휘력, 언어유창성, 공간지각력 등 겨우 10여 개에 불과하다. 그러니 IQ가 사람의 다양한 성취를 설명하고 예언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IQ검사에서 측정하지 못하는 중요한 능력 중 대표적인 것이 창의력(creativity), 정서능력(emotional ability), 적성(aptitude)이다. IQ검사로는 인간의 능력 중에서 아주 기초적이고 일반적인 인지능력인 기억력, 추리력, 지각력, 언어능력 등만 잴 수 있을 뿐 창의성, 정서능력, 적성을 재지 못하므로 학교 성적이나 출세와 성공 등 종합적인 삶의 성취와 업적을 예언하는 데는 효과적이지 못하다.

모차르트, 음악영역에서만 천재

요즘 교육학이나 심리학에서는 IQ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새로운 잠재능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IQ를 대신할 새로운 잠재능력으로 세 가지 개념이 대두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정서지능(EI 또는 EQ·Emotional Intelligence), 성공지능(SQ 또는 SI·Successful Intelligence), 다중지능(MI·Multiple Intelligence)이다.

정서지능은 인간의 잠재능력을 기억, 지각, 계산, 추리능력 같은 사고능력만으로 한정하는 데 반대한다. 정서능력, 예컨대 인내심, 주의집중력, 충동조절, 몰입 등도 중요한 잠재능력으로 간주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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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린 서울대 교수·교육학, 전 교육부 장관 moonyl@snu.ac.kr / 권재현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confetti@donga.com / 일러스트·윤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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