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린다 김은 지난 9월15일 신정아 사건을 주제로 한 ‘신동아’ 인터뷰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과 아들 김현철씨,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등 정치권 인사들과의 인연에 대해 간략히 언급했으나 기자는 이를 기사화하지 않았다. 검증과 추가 취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린다 김의 로비활동과 정치권 인맥에 대해 보강 취재한 후 9월 하순과 10월 초 린다 김을 두 차례 더 만났다.
린다 김은 인터뷰에서 “로비스트에게 보안은 생명”이라며 “이런 얘기를 다 까발리면 어떡하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하지만 “어차피 지난 일이고 로비스트로서 린다 김의 파워가 어느 정도였는지 알아보자는 취지”라는 기자의 설득에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관계다. 린다 김은 김 전 대통령과 특별한 친분이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단둘이 만난 적은 없다”고 에둘러 답변했다. 린다 김에 따르면 그와 김 전 대통령의 연결고리는 고(故) 김윤도 변호사다. 김 전 대통령과 만날 때는 늘 김 변호사와 함께였다고 한다.
YS 논현동 ‘안가(安家)’ 논란
린다 김에게 김 변호사를 소개해준 사람은 5·6공과 김영삼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정종택씨. 정 전 장관과 린다 김의 오랜 친분은 2000년 린다 김 스캔들이 불거졌을 때 언론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린다 김에 따르면 정 전 장관과 김 변호사는 사돈간이라고 한다.
김 전 대통령과 절친한 관계이던 김 변호사 역시 2000년 스캔들 당시 린다 김의 주요 인맥으로 거론된 바 있다. 김 변호사는 김영삼 정부 시절 린다 김이 정치권 인맥을 구축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줬다. 법무법인 새한양 소속이던 김 변호사는 2000년에 사망했다.
린다 김은 김 전 대통령을 야당 시절부터 알고 지내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친분을 쌓은 것은 김윤도 변호사를 통해서였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와 함께 몇 차례 만났으며 그를 통해 자신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오해’를 풀었다고도 했다.
“노태우 정부 시절 P장관이 YS와 대권을 놓고 싸웠잖아요. 노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는 P장관 편들고, 노 대통령과 금진호 장관은 YS 편들고. 금 장관은 나중에 뒤통수 맞았지. YS가 대통령 되고 나서 금 장관을 낙동강 오리알로 만들어버렸잖아요. P장관이 YS 때문에 외유(外遊)에 나섰을 때 내가 도와준 적이 있어요. LA에 왔을 때 (내가 운영하는) 회사 사장을 시켜 수행하게 했어요. 그걸 YS가 알았다고. 나는 미운털이 박힌 거죠. 이제 장사는 다 해먹었구나 싶었지. 그때 김윤도 변호사가 중간에서 풀어줬어요.”
김영삼 전 대통령은 술을 잘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린다 김에 따르면 YS가 밸런타인 30년산을 즐겼으며, 반 병 정도 마시면 말이 많아졌다고 한다. 린다 김은 김 전 대통령을 재임 중에도 만났다고 털어놓았다. 장소는 서울 논현동에 있는 김윤도 변호사의 집.
“당시 김 변호사 부인이 하와이에 계셨어요. 거기서 학교 다니는 아이들 때문에. 그래서 김 변호사가 혼자 지낼 때가 많았어요. 그 집에 가끔 YS가 놀러가곤 했어요. YS가 취임 후 안가(安家)를 다 없앴잖아요. 말하자면 김 변호사 집이 안가 구실을 한 거지. YS 재임 중 한번은 김 변호사가 나한테 음식을 준비해달라고 부탁하더라고. YS가 저녁 먹으러 온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음식을 준비해줬어요. 평소 알고 지내는 OO(정치인 단골이 많은 강남의 유명한 한정식집) 사장한테 얘기해 서빙할 여자들도 들여보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