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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김 ‘파워 로비’ 秘파일

“현직 대통령 ‘사적인 자리’ 동석, 유력 대선후보에 ‘보험’, 청와대 비서실장에 ‘자주국방’ 편지…”

린다 김 ‘파워 로비’ 秘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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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김 ‘파워 로비’ 秘파일

2000년 5월9일, 스캔들에 휩싸인 린다 김이 응급차에 실려 병원에 도착하자 취재진이 몰려들고 있다.

린다 김 말로는 그날 김 변호사 집 주변에 경호원들이 좍 깔렸고 골목골목을 다 차단했다고 한다. 자신도 ‘보내준 차’를 이용해 집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린다 김은 “YS를 재임 중 몇 번이나 만났느냐”고 묻자 “그런 걸 쓰면 어떡하냐. 생존해 있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대선자금 혹은 정치자금을 건네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엔 “몇 번 물어봐도 소용없다. 준 적이 없으니”라고 부인했다. 또 YS와의 친분이 사업에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에도 “도움 받은 적 없다.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청와대 다녀온 이양호 장관의 전화

1996년 10월 이양호 국방부 장관이 뇌물사건으로 낙마할 때 김영삼 대통령은 안기부·기무사 보고를 통해 이 장관과 린다 김의 관계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린다 김에게 물어보자, 이양호 전 국방부 장관한테 들었다며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줬다.

“YS와 이 장관, 두 사람 관계가 평소 좋았잖아요. 이 장관 뇌물사건이 터지기 직전이었는데, 어느 날 이 장관이 청와대에 들어갔다 나와서 나한테 전화를 했어요. 장군 진급인사를 보고하는데, (YS 표정이) 싸늘하더래.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YS가 ‘차 한잔 마시죠’ 하더니, 이러더래요. ‘이 장관, 이런 말이 있죠?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이 장관이 나한테 전화로 이 얘기를 전하면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갑자기 대통령이 왜 그런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이 장관이 그 뜻을 헤아리느라 며칠간 골머리를 앓았어요. 그러다 뇌물사건이 터졌지요.”



이 장관은 1996년 10월26일 무기중개상 권병호씨의 폭로로 경전투헬기사업과 관련해 대우중공업에서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공범에 해당하는 권씨의 폭로 배경과 개운치 않은 검찰 수사를 두고 뒷말이 많았다.

“재임 중 사가(私家) 간 적 없다”

이전에 다른 사건에 연루돼 사기혐의로 기소중지 상태이던 권씨는 김포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달아났고 검찰은 중국에서 보내온 권씨의 진술서를 이 장관의 수뢰혐의를 입증하는 유력한 증거로 삼았다. 이 장관은 그해 12월 1심에서 4년형을 선고받았으나 1997년 12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특별사면 때 함께 풀려났다.

김영삼 전 대통령측은 린다 김과의 관계에 대해 펄쩍 뛰었다. 김기수 비서실장은 “김윤도 변호사가 각하를 판 것 같다”며 “확인 안 되는 얘기”라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김 실장은 “정치인은 사람 만나는 게 일 아니냐”면서 “워낙 많은 사람을 만났으니 그중에 혹시 린다 김이 포함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알고 지낸 사이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린다 김의 로비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 평가를 의식해선지 “로비라는 게 꼭 나쁜 건 아니지 않나”라면서도 “야당 시절 식당 같은 데서 우연히 만났는지 모르겠지만, 만났다 해도 그때는 무기 도입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지 않느냐”고 방어막을 쳤다.

‘논현동 방문’에 대해선 기가 막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내가 30년간 각하를 모시고 5년간 대통령 관저에서 함께 생활했는데, 김윤도 변호사 집을 몰라요. 각하는 재임 중 절대 사가(私家)에 간 적이 없습니다. 성북동 칼국수집이나 봉이설렁탕집을 빼고는. 물론 김윤도 변호사의 집에도 간 적이 없지. 거길 왜 가나. 대통령은 국가기관입니다. 잠행이나 미행을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만약 나간다면 경호실과 관할 경찰이 좍 깔려야 해요. 한두 사람이 움직이는 일이 아니라고요. 도대체 말이 안 되는 소리야. 취임한 후에는 사돈집에도 안 갔는데…. 그리고 준(準)전시상태에서 대통령이 어떻게 사저를 찾을 수 있어요? 소설 같은 얘기예요.”

김 실장은 린다 김의 증언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라는 기자의 지적에 “신정아 사건을 보더라도 원래 거짓말은 매우 구체적이다”라며 수긍하지 않았다. 김 실장은 정식으로 질의서를 넣겠다는 기자의 제안을 거절했다. ‘각하’는 그런 문제에 대해 일절 말씀하지 않는다면서.

“전에도 누군가 린다 김과 관련한 질문을 해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 각하는 ‘걔가 어떻게 생겼냐’는 반응을 보였어요. 만난 적이 전혀 없다고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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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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