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장을 넘어 성숙으로’라는 비전을 제시했는데, 바로 그런 의미인가요.
“물론 그런 의미도 있죠. 보다 근본적인 것은 각 교수님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누수가 된 부분을 없애고 하는 방식으로의 성장은 여기까지다, 이제 이 단계에서 우리가 최소한 현상유지 또는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바뀌어야 한다는 겁니다. 성장의 시대에는 개별 교수님의 역량에 의존하고 그걸 축내는 방식이었다면, 성숙의 시대에는 뭔가 새로운 기준을 찾아서 주춧돌과 대들보를 세워 지붕의 모양을 바꾸는 것이죠.
성장이 빠른 변화라면 성숙은 바른 변화, 또 성장이 외형적인 지표나 수치에 관심을 갖는다면 성숙은 가치나 브랜드에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 대학 순위만 가지고는 브랜드를 만들기 어려워요. 또 명문대학들이 재미 봤다고 해서 그걸 그대로 흉내 내서는 한발 앞서갈 수 없어요. 우리 대학만이 잘할 수 있는 것, 남들은 못하는 것, 그런 자원이 뭐가 있는지 찾아보자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휴양경관 자원을 첫손에 꼽을 수 있습니다.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전북대처럼 도심에 있으면서 구릉지에 숲과 호수를 가진 대학이 흔치 않거든요. 그동안 그 가치를 잘 몰랐는데, 그걸 활용해서 큰 숲 속에 있는 대학, 캠퍼스 둘레길이 있는 대학, 세계에서 가장 가고 싶은 대학으로 만드는 게 순위 경쟁하는 것보다 손쉬운 방법이라고 봅니다.
또한 ‘혼불’의 작가 최명희 선생이 동문이고, 현대시의 시조 가람 이병기 선생의 발자취도 남아 있습니다. 그들의 이름을 딴 ‘이병기·최명희 청년문학상’은 국내 대학 공모전 중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입니다. 그걸 중앙 언론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이런 것들이 전북대의 이미지가 되고 인지도를 높여주면 우수학생 확보, 취업률 향상, 발전기금 유치 등에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겁니다. 그런 게 바로 ‘성숙’이라고 봐요. 그러면 구성원들의 피로감도 덜어질 겁니다.”
▼ 현재 전북대의 취업률이 아주 높은 수준은 아닌 듯합니다.
“그렇죠, 중위권 정도. 그 점에선 대학들이 다 어렵고, 고민거리가 많죠. 취업률은 ‘제로섬 게임’입니다. 어떤 대학이 높으면 또 어떤 대학은 낮을 수밖에 없어요. 일자리라는 것이 정해져 있는 거잖아요. 저희 졸업생들은 지금까지 스펙을 가지고 서울 명문대학 졸업생들과 경쟁해왔는데, 그 방법으로 취업할 수 있는 학생이 10~20%쯤 됩니다. 그럼 나머지 80~90%는 어떻게 할 것이냐, 그 문제잖아요.
스펙만으로 경쟁해서는 답이 없습니다. 근본적인 해법은 대학의 인지도, 평판을 바꿔놓든지 학생들의 컬러(color)를 분명히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모든 대학이 모범생을 만들려고 노력해왔는데, 이제는 ‘모험생’이 필요한 시기죠. 뭔가 새로운 것을 개척하기 위해 부딪쳐보고 고민하면 문제 해결 능력이나 창의력이 생기고, 또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으면서 공동체 리더십과 배려심을 키워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기업에 전북대 학생은 모험정신이 아주 잘 훈련된 학생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어요. ‘오픈 캠퍼스’와 ‘레지덴셜 칼리지’ 프로그램(상자기사 참조) 등은 바로 거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 얼마 전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창업 선도대학’으로 선정됐는데, 이것이 전북대의 미래에 어떤 도움이 될까요.
“창업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진로나 취업 등 모든 프로그램이 다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갈 겁니다. 모범생이 아니라 모험생을 만들어내는. 창업이라는 게 테크닉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도전정신, 모험정신이 필요하죠.”
“투자해야 수확량 늘어”
▼ 산학협력단장 시절, 3400억 원에 달하는 산학연구비를 끌어온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을 텐데 비결이 뭡니까.
“먼저 투자해야 합니다. 저는 농사짓는 것을 예로 듭니다. 우리가 가을에 수확을 많이 하려면 그만큼 좋은 종자를 사와서 뿌리고, 부지런히 잡초도 뽑고, 필요하면 좋은 비료도 쓰고 저수지도 만들어야죠. 그러려면 돈이 들어갑니다. 그걸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야 해요. 지금 당장 돈이 없다고 종자도 싼 것 쓰고, 저수지 만들 돈이 없다고 천수답 만들면 수확량이 줄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쓸 돈이 더 없어지고, 그다음엔 더 줄여야 되죠. 그동안 그런 악순환이 반복됐죠. 저는 그것을 선순환 구조로 바꾼 겁니다. 교수들이 연구 및 학술 진흥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도록 22가지 사업을 새로 벌이고, 관련 예산도 70억 원이던 것을 150억 원으로 2배 이상 늘렸으니까요.”
▼ 어떤 효과가 있었습니까.
“일단 연구비 수입과 지출이 증가합니다. 우리 대학 내 인프라가 구축되죠. 덕분에 기성회계에서 그동안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 쓰던 예산이 절감됩니다. 또 간접비라는 게 있습니다. 연구비를 받아오면 ‘세금’을 뗍니다. 학교도 그만큼 수입이 늘어요. 그걸로 또 투자할 수 있거든요.”

2014년 12월29일 전북대 진수당에서 열린 이남호 총장 취임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