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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특집|폐허된 정치, 찢겨진 사회…한국은 몇시인가

발의에서 가결까지 65시간 막전막후

  • 글: 박성원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swpark@donga.com 부형권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bookum90@donga.com

발의에서 가결까지 65시간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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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이 같은 위기의식은 2월5일 조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조 대표는 “노 대통령이 주도하고 청와대 내각 시도지사 국회의원까지 총동원되는 ‘총선 올인 공작’과 불법 관권선거를 즉각 중단하라”며 “요구를 묵살한다면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월18일에는 노 대통령이 “이번 총선에서 개헌저지선(국회 의석의 3분의 1)이 무너지면 어떤 일이 생길지 나도 정말 말할 수 없다”고 발언, 민주당을 자극했다. 조 대표는 다음날 확대간부회의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은 공무원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행 선거법(9조1항)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며 “이는 탄핵 사유가 되는 만큼, 당 차원에서 엄중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유용태(劉容泰) 원내대표는 대통령 탄핵을 위한 구체적 절차에 착수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의 공식회의에서 탄핵이 본격 공론화된 것도 이 무렵이다.

노 대통령이 2월24일 취임 1주년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열린우리당에 대해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기대한다”고 발언한 것은 민주당이 탄핵이라는 미사일을 성능시험 완료단계에서 실전배치 단계로 옮기는 계기가 됐다.

2월27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이만섭(李萬燮) 전 국회의장,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 같은 당내 중진 원로들도 ‘탄핵’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의장은 “탄핵을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오늘 의총에서 결의라도 해야 한다. 국민 여론은 ‘이대로 4년을 어떻게 더 가느냐’는 것이다”고 탄핵 결의를 재촉했다.



이에 힘입은 조 대표는 3월3일에는 급기야 노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묘사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이날 “오만불손하고 독재의 길로 가는 최고권력자를 바로잡기 위해 탄핵 제도가 있는 것이다”고 목청을 높였다.

‘법’ 무시하는 대통령에 대한 분노

조 대표가 단단히 화가 난 것은 노 대통령이 시사주간지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의 총선 개입에 대한 야권의 비판에 대해 “대통령이 누굴 지지하든 왜 시비를 거느냐”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노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지지 기대’ 발언 등에 대해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 위반’ 판정을 내린 것도 ‘법을 무시하는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의 탄핵 추진 움직임에 속도를 더해줬다.

3월4일 긴급 개최된 민주당의 심야 의원총회에서 조 대표는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명언까지 인용해가며 “중대한 결단을 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고 결연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 의원들은 의원에 당선된 만큼 대한민국 헌법을 지킬 의무가 있다. 노 대통령은 실정은 차치하더라도, 헌정질서와 법치주의를 파괴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선거법 위반뿐만 아니라, 본인과 그 측근들의 일련의 부정 비리로 인해, 대통령직을 수행할 도덕적 기반을 상실했다고 본다.”

이렇듯 조 대표가 탄핵에 ‘올인(모든 것을 건다는 뜻)’할 의지를 천명하면서 한나라당과의 공조도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와 민주당 유용태 원내대표 사이에서 물밑으로만 교감되던 탄핵에 대한 양당의 협력 논의가 자연스럽게 표면에 부상했다.

물론 양당 공조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내부적으로 탄핵안 처리 자체에 무게를 두기보다는 “남은 4년을 노 대통령에게 맡길 수 없다”는 ‘노무현 정권 심판론’을 확산시켜 4·15 총선을 노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로 몰아가겠다는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이 예상외로 강공으로 나오자 한나라당은 민주당과의 공조를 마냥 외면할 수는 없다는 현실적 이유 때문에 공조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나라당이 3월4일 상임운영위원회의와 운영위원회를 잇달아 열어 노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이 분명해진 만큼 탄핵을 원칙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정리하고 홍사덕 원내총무에게 전권을 위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민주당은 3월7일 “노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에 대한 사과 요구에 불응함에 따라 8일부터 소속 의원 및 한나라당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구체적인 탄핵소추안 발의에 돌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양당간에 탄핵소추안에 대한 절충과 조정작업이 이미 끝난 뒤였다.

그러나 3월9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때까지만 해도 최대 강경파인 조 대표까지 ‘발의 자체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탄핵 문제를 정리한 민주당의 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탄핵 가결에 실패했을 경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설령 우리 민주당의 능력 부족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해 탄핵이 실패로 돌아갔을 경우에도 형법 존재의 3대 이유인 일반 예방, 특별 예방, 응보의 효과는 충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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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성원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swpark@donga.com 부형권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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