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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대변인 3개월 만에 사퇴한 ‘시골의사’ 박경철

“극빈자 무료 진료 주장하니 ‘좌파세력 주구’라네요”

  • 장세진 자유기고가 sec1984@hanmail.net

의협 대변인 3개월 만에 사퇴한 ‘시골의사’ 박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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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인이 되기까지

의협 대변인 3개월 만에 사퇴한 ‘시골의사’  박경철

다종다양한 직업을 가진 박경철씨. 그의 달력은 각종 일정 메모로 빡빡하다.

일반인에게 의협은 ‘밥그릇 싸움’을 일삼는 대표적 이익단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의약분업 사태가 빚어낸 것이지만, 이 사회 최고 기득권층으로 분류되는 의사 사회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작지 않다. 더욱이 지난 4월 말 전임 집행부의 정치권 로비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감은 심화했다.

이후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되면서 박씨는 대변인으로 기용됐다. ‘전격적’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렸다. 의사 사회가 배출한 걸출한 스타를 대변인으로 기용한 의협의 판단은 일단 성공한 듯 보였다. 그가 대변인을 맡기 전에는 의협에 대변인이라는 직함이 있는지, 의협이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게 여기는 사람도 별반 없었다. 그러나 박경철이라는 인물은 의협을 눈에 확 띄는 단체로 만들어 놓았다. 그를 아끼는 사람들은 그의 변신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아쉬울 것 없는 그가 왜 말 많고 탈 많은 의협에 들어갔는지 의문스러워하는 이도 많았다.

“의사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냉혹했습니다. 의사가 정치인을 만나는 것 자체가 로비로 둔갑했고 그러다 보니 건강한 소통로마저 막히고 말았지요. 언론이나 대중에게 비교적 거부감이 덜한 제가 대변인을 맡아 ‘소통의 광케이블’을 복구해주길 바랐던 겁니다.

저라고 왜 고민이 없었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의사 사회에 빚을 진 사람입니다. 의사였기에 여러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속한 의사 사회가 준 무형의 도움들이죠. 사람들은 의사 한 사람 한 사람에겐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의사 집단에는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그것을 깨는 데 제가 활용될 수 있다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죠.”



새 지도부의 대변인이 되면서 박씨가 벌인 첫 번째 일은 정부가 추진하는 새 의료급여제도에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다. 특히 의협과 대립각을 세우던 18개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반대투쟁을 벌인 것은 모두에게 의외였다. 빈곤층에 대한 진료제한을 통해 국가재정의 누수를 막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사실 시민단체가 막을 일이지 의협이 나설 일은 아니었다. 신선한 반향이 일었다.

‘좌파세력의 주구’

“시민단체와의 협력은 무리라는 내부의 반대를 잠재우고 제 주장을 관철시켰습니다. 소비자인 시민단체와 공급자인 의협이 한목소리를 냈다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지요. 처음 시민단체 대표들에게 공동 대응을 하자고 제의하자 그들은 ‘의협이 왜 이러나?’ 하는 표정이었습니다. 다행히 제 책의 독자인 그들이 호감을 갖고 대화에 임하고 우리의 진정성을 인정하면서 손을 잡게 됐죠. 결과적으론 실패했지만 의미 있는 행동이었다고 자평합니다.”

그런 진보적인 목소리가 의협 전체의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다. “병원을 팔아서라도 극빈자에게선 진료비를 받지 말자”는 그의 ‘옥쇄 주장’이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강경파로부터 ‘트로이의 목마’니 ‘좌파세력의 주구’니 하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 싸움에서 의협이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박경철이라는 개인이 의사협회의 상징성을 지닌 것처럼 비쳐져 힘들었어요. 의협의 의견을 물을 때면 모두 제게 몰려왔습니다. 전체의 결정을 전달하는 대변인임에도 언론의 포커스가 개인에게 맞춰지다 보니 대표성을 가진 것처럼 보인 거죠. 그게 제겐 ‘양날의 칼’이었습니다. 조직 내부에 그런 저를 고깝게 보는 이도 적지 않았을 겁니다.”

박씨가 의협 대변인으로서 치른 두 번째 싸움은 성분명 처방 반대투쟁. 이 역시 별 성과 없이 그에게 열패감만 안겼다. 이 때는 오히려 시민단체와 논리의 궤를 달리하며 반대편에서 입씨름을 해야 했다.

“성분명 처방 반대는 조직의 논리가 아니라 제 소신에 따른 것입니다. 그런데도 ‘박경철도 별수 없다. 조직에 들어가니 집단과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만 싸운다’는 말이 들려왔어요. 저는 진료현장 경험을 통해 카피 약(복제 약)은 믿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이건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된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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