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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도시재생 시대!

천안 원도심의 ‘도전’

도시재생에 고층 아파트?!

  •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천안 원도심의 ‘도전’

  • ● 옛 동남구청 터에 44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 건설 중
    ● 주택도시기금의 1호 도시재생 투자
    ● “필요하면 대규모 건설도 도시재생” 對 “과거 패러다임에 갇힌 발상”
    ● 상인·청년들, “원도심 定住인구 늘면 도시재생 효과 증폭될 것”
동남구청부지 복합개발 조감도. 약 6000평 부지에 2286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천안시 제공]

동남구청부지 복합개발 조감도. 약 6000평 부지에 2286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천안시 제공]

고속열차가 서는 천안아산역과 일반 열차가 오가는 천안역은 6km 남짓 떨어져 있다. 멀지 않은 거리. 그러나 두 기차역 주변의 ‘세월 격차’는 30년은 됨직하다. 천안아산역 주변에 즐비한 고층 아파트와 신축 빌딩의 행렬은 천안역이 가까워지면서 말끔히 사라진다. 대신 낡은 저층 건물과 드문드문 빈 점포가 눈에 들어온다. 6월 7일 오전 10시, ‘폐업정리 SALE 90~70%’ 현수막을 내건 점포가 가게 문을 열고 장사 채비에 나선다. 

천안이 고향이라는 택시 기사가 말했다. “요즘 천안에서 가장 뜨는 지역은 신불당(천안 서북구 불당동)이에요. 집값도 많이 올랐고, 맛집도 많아요. 천안역 쪽으로는 천안 사람들 발길이 끊긴 지 오래죠. 젊은 시절엔 주로 여기 명동거리에서 놀았는데….” 

대도시의 기본 요건은 인구 50만 명 이상이다. ‘사통팔달’ 천안은 2004년 인구 50만 명을 돌파해 대도시 반열에 올랐다. 현재 인구는 64만9000여 명(2017년 10월 기준). 전국 도시 20위권 안에 드는 충남 유일의 도시다. 

그러나 천안의 원도심인 천안역 일대(천안 동남구 중앙동·문화동)는 천안이 팽창하는 동안 반대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00년을 전후한 시점부터 북부·불당·쌍용·청수지구 등 신시가지가 개발되면서 도심 기능이 원도심에서 이들 지역으로 이전해 간 탓이 크다. 시청(2005), 교육청(2008), 세무서(2010), 법원과 검찰청(2017)이 외곽으로 빠져나갔고, 2004년 원도심 외곽에서 천안아산역이 개통하면서 교통 구심점 역할도 약해졌다. 천안 인구가 31만여 명에서 64만여 명으로 2배 증가하는 사이(1990~2016년), 원도심 인구는 3분의 1로 감소했다. 3만5000여 명이 살던 원도심에 이제는 1만1000여 명만 거주한다.


스타벅스가 비켜가는 동네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천안 원도심. 공공시설과 함께 고층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는 옛 동남구청 부지(왼쪽)와 낙후된 상업 지구가 마주 보고 있다. [강지남 기자]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천안 원도심. 공공시설과 함께 고층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는 옛 동남구청 부지(왼쪽)와 낙후된 상업 지구가 마주 보고 있다. [강지남 기자]

그러나 조만간 천안 원도심의 스카이라인이 달라진다. 옛 동남구청 부지에 천안 원도심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지상 44층짜리 아파트 3개 동을 짓는 공사가 현재 진행 중이다. 이 고층 아파트는 저층 상가건물이 밀집해 있는 이 지역에서 혼자 우뚝 솟은 건축물이 될 것이다. “천안 원도심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도시를 재생한다면서 옛 건물을 부수고 새 아파트를 짓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공존한다. 천안 원도심은 왜 고층 아파트를 택했을까. 

“천안역 주변은 일반 상가와 전통시장, 지하상가 등이 밀집한 상업 지구입니다. 그런데 원도심 쇠퇴로 더 이상 사람들이 찾지 않아요. 이를 타개하고자 이 지역에 새로운 주거 시설을 공급해 정주(定住) 인구를 늘리려는 겁니다.”(이경열 천안시 도시재생과 재생시설팀장) 

천안시에 따르면 천안 원도심의 주말 유동인구는 320명에 불과하다. 한편 바로 이웃한 신부동의 주말 유동인구는 1466명으로 4배나 많다(신부동에는 신세계백화점 충청점이 있다). KTX·SRT를 제외한 거의 모든 열차가 천안역에 정차한 뒤 전국으로 뻗어나가지만, 교통 요충지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천안 원도심으로 유입되는 외부 인구가 미미한 것이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 천안점이 원도심 내에 있지만, ‘전국에서 가장 한적한 영화관’으로 명성(?)이 높다. 영화관이 입점해 있는 건물의 나머지 임대 공간은 비어 있은 지 오래라고도 한다. ‘상권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스타벅스 매장이 천안에 10여 개 있는데, 모두 원도심을 비켜간 곳에 위치한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도시재생특별위원회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구자훈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노후 건물을 고쳐 쓰는 것만이 꼭 도시재생은 아니”라고 말한다. 주거지역 도시재생이라면 기존에 있던 빈집을 고쳐 쓰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천안 원도심과 같이 애초에 주거 시설이 없던 상업지역은 거주자를 늘릴 목적으로 새로운 주거 시설을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 교수는 “중심시가지형 도시재생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이 목적”이라며 “거주자가 늘면 주변 상권이 살아나 경제가 활성화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안시가 옛 동남구청 부지에 짓는 것은 고층 아파트(‘힐스테이트천안’·451세대)만은 아니다. 새 동남구청사와 대학생 기숙사(‘행복기숙사’·600명 수용), 지식산업센터, 어린이회관 등 공공시설도 함께 짓는다. 지식산업센터는 창업 공간이고, 어린이회관은 어린이박물관, 공연장 등으로 활용된다. 천안시 측은 이들 시설로 원도심에 1700여 명의 상주인구가 새로 생기고, 하루 3300여 명의 유동인구가 유입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동남구청사부지 복합개발’은 천안시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현대건설을 끌어들여 ‘국내 1호 도시재생리츠사업’을 구성하면서 가능하게 됐다. 천안시가 일부 사업비와 토지를 출자하고, HUG가 주택도시기금으로 출자 및 융자를 하고, LH가 이 사업의 자산관리회사(AMC·Asset Management Company)를 맡는 한편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매입을 확약했다. 시공은 현대건설이 한다. 지난해 4월 착공한 이 사업은 2020년 9월 완공될 예정이다.


‘분양률 70%’가 성공적?!

힐스테이트천안은 지난 4월 분양을 개시했다. 5월 중순 현재 분양률은 70%. 류신현 천안동남구청 도시재생사업단장은 “애초 목표가 첫 3개월 내 분양률 40% 달성이었는데, 예상외로 성공을 거뒀다”고 자평했다. 잘 알려졌다시피 천안 부동산 시장은 ‘물량 폭탄’으로 인한 아파트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류 단장은 “평당 분양가가 900만 원대로 천안 신시가지 시세보다 낮고, 교통이 편리한 곳에 위치한 장점이 작용한 결과로 본다”고 덧붙였다. 입주 시점까지 팔리지 않은 물량은 LH가 감정가의 85% 가격에 사들여 임대아파트로 활용하게 된다.

‘신축 아파트로 꾀하는 도시재생’은 과연 성공할까. 

천안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김우수 사무국장은 “개발을 통해 도시를 재생하겠다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며 아쉬움을 피력했다. 김 사무국장은 “주거시설이 아닌, 공원이나 문화예술시설로 인구 유입을 꾀해야 한다”며 “경기 성남시 분당의 율동공원 같은 탁 트인 공원을 만들거나, 외곽에 동떨어져 있는 천안예술의전당을 원도심으로 끌어들이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신규 주거시설로 정주인구를 늘려 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것은 과거 패러다임이며, 신규 주택으로 부대 상권을 살리는 것은 그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기 성남시 판교처럼 일자리가 있어 사람이 모여들고, 그로 인해 주거시설도 필요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코어(core) 산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이러한 우려 섞인 시각에 대해 이경열 팀장은 “실무진 사이에서 공원 조성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복합개발에 대한 주민 기대를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1932년 준공된 옛 동남구청사는 2005년까지 천안시청 청사로 쓰였다. 이 건물 및 부지에 대한 재개발 논의는 천안시청의 신도심 이전이 확정된 2003년 무렵 개시됐다. 천안시는 아파트, 오피스, 상가 등이 포함된 복합테마파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민자 유치는 번번이 실패했다. 천안시 공무원들은 민간 디벨로퍼들을 만날 때마다 ‘그냥 줘도 안 갖는 땅’이라는 말을 듣곤 했다고 한다. 

옛 동남구청사 재개발 사업은 10년가량 공회전하다, 2015년 정부가 노후·방치된 공공부지를 LH나 한국자산관리공사 지원하에 재활용하는 정책을 펴기로 하면서 물꼬가 트였다. 구본영 천안시장은 토지를 현물출자하는 것 외에도 450억 원의 사업비를 추가로 부담하기로 했다. LH 관계자는 “당시 LH는 도시재생 사업 후보지를 물색하던 참이었는데, 천안시가 용적률을 상향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와서 천안에서 첫 번째 도시재생 아파트 사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청년창업가 유입…달라진 원도심

2014년 국토교통부는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전국 13곳을 선정해 국비를 지원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앞서 중앙정부가 지원한 도시재생 사업이다. 현재 도시재생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는 경남 창원, 전북 군산, 전남 순천 등이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선정된 곳들. 천안 원도심 역시 13개 선도지역에 포함된다. 

그러나 천안 원도심의 도시재생 속도는 여타 선도지역의 그것에 비해 느린 편이다. 천안시는 도시재생 관련 논의와 준비를 마치고 2016년에야 본격적인 사업 시행에 나섰다. 2년이 지난 현재, 천안 원도심은 조금씩 달라지는 중이다. 

우선 ‘전에 없던’ 청년 상인과 창업가들이 눈에 띈다. 20,30대 청년들이 카페, 퍼브(pub), 애견미용숍, 패션 편집 매장 등을 원도심에 열고 인스타그램 등 SNS를 동원해 활발하게 사업을 벌이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 중심으로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협동조합 ‘천안청년들’의 최광운 대표는 “광고제작업체 ‘스터미디어’, 3D프린터 및 코딩 교육업체 ‘3D ATO’ 등 여러 업체가 직원을 더 뽑고 사업장을 넓혀갈 정도로 성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청년 창업가 중 상당수는 작년까지 천안시로부터 임차료나 리모델링비 등을 지원받다가, 올해부터는 자력으로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천안시는 오래 비어 있던 지하 1층, 지상 4층짜리 건물을 임차해 청년창업가들에게 내줬다. ‘흥흥발전소’라는 이름을 붙인 이 건물에는 10여 개 청년 점포가 입주해 있다. 한편 오래 방치됐던 옛 쇼핑센터를 천안시가 매입해 리모델링한 ‘도시창조두드림센터’는 청년창업 및 문화예술 거점 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터줏대감이라 할 기존 상인들과 청년들 간 협업 관계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최 대표는 “기존 상인과 청년 간 갈등이 없지 않았지만, 작년 여름 천안 원도심 숨바꼭질 축제가 크게 성공하면서 서로 협력하는 사이가 됐다”고 전했다. 천안시는 새로운 원도심 축제를 주최하면서 기획과 운영을 청년들에게 맡겼다. 숨바꼭질 게임과 물총놀이, 공연, 영화제 등이 마련된 축제에는 8000여 명이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 올해 8월에 2회 축제가 예정돼 있다. 

토지주택연구원에 따르면 천안 원도심의 유동인구는 도시재생이 본격화한 2016년 이후 증가하는 추세다. 2014년과 비교해 2017년 연간 유동인구는 72만여 명에서 89만여 명으로 23% 늘었다. 

이경열 팀장은 “꾸준한 도시재생 노력으로 유동인구 증가 추세를 유지해나가다가, 동남구청사 부지 복합개발 완료 후 신규 유입되는 정주인구를 기폭제로 천안 원도심을 본격 활성화하는 것이 천안시의 과제”라고 말했다. 유공철 명동거리상인회장은 “원도심이 침체를 겪은 지 10년이 넘어 상인들의 갈증이 매우 심하다”며 “동남구청사부지 복합개발로 원도심에 살거나 오가는 사람이 늘어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힐스테이트천안은 주상복합아파트다. 단지 내에 상가 시설이 들어선다. 류신현 단장은 “상가는 분양하지 않고 현대건설이 5년간 직접 맡아 운영할 것”이라며 “원도심 상권과 겹치지 않고 상생하는 테넌트로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천안 원도심의 도시재생은 대규모 건설공사가 투입되는, 재개발 형태의 도시재생이다. 이 지역과 마찬가지로 중심시가지형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곳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천안 원도심의 ‘도전’은 앞으로 이들 도시에 참고가 될 것이다. ‘1호 도시재생 아파트’의 성패에 귀추가 주목된다.


신동아 2018년 7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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