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10시 23분, 尹 긴급 담화로 ‘비상계엄 선포’
4일 1시 1분, 국회 재석 190명 찬성으로 계엄 해제 결의안 통과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후 11시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내부로 계엄군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뉴시스]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3일 11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가 나왔다.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관으로 지명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일체의 정치 활동 금지’ ‘가짜 뉴스, 여론 조작, 허위 선동 금지’ ‘모든 언론과 출판 계엄사 통제’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 48시간 내 본업 복귀, 위반 시 처벌’ 등의 내용이 담긴 포고령을 발표했다.
포고령 발표 이후 국회에는 헬기를 타고 계엄군이 도착해 유리문을 부수고 국회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국회 보좌진과 시민들이 군인의 국회 출입을 막고 나서 한동안 대치하다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발표하자 철수했다.
비상계엄 선포는 박정희 유신정권 말기인 1979년 10월 부마항쟁 당시 부산 지역에 9일간, 10‧26 사건 이튿날인 1979년 10월 27일부터 1981년 1월 24일까지 439일간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서 시행된 게 마지막이다. 45년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된 것이다.
여당 대표도 반대한 비상계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한 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해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 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비상계엄을) 막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요건도 맞지 않은 위법한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라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어떠한 경거망동도 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계엄 선포 뒤 “윤 대통령은 국민을 배반했다”며 “지금 이 순간부터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영화 ‘서울의 봄’ 사태가 진행되고 있다”며 “의원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담을 넘어서라도 (국회로) 들어와 달라”고 호소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회의원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하면 그 자체로 헌법 위반이고 탄핵 사유”라며 “그에 부역하는 사람은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들은 국민들도 밤새 계속된 생방송을 지켜보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비상계엄 선포냐”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이 한밤의 해프닝으로 끝나면서 윤 대통령의 리더십은 큰 위기를 맞게 됐다.
계엄 선포‧철회를 계기로 야당의 탄핵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 동의를 받지 못한 명분 없는 비상계엄 선포가 오히려 정치 생명을 단축하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헌법 제77조 1항에 따라 계엄을 선포했으나, 5항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는 조항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AP통신은 “윤석열 정부는 군대가 국회를 포위하고, 국회의원들이 군 통치에 반대하는 투표가 진행된 긴장된 정치 드라마의 밤 동안에 계엄령을 해제했다”고 보도했다.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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