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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시장의 탄생

경제학의 핵심이자 공백

  • 김상택 / 이화여대 경제학과 부교수 sangkim@ewha.ac.kr

시장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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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탄생

시장의 탄생 존 맥밀란 지음/이진수 옮김 민음사/428쪽/1만8000원

“경제학 이론으로는 시장의 신비를 벗겨낼 수 없다. 교과서에 담긴 경제학 이론은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설명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심만만한 발언 같지만, 이 책이 그동안 경제학이 집중적으로 연구하지 못했던 시장의 설계 분야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말이라 생각된다. 지난 200년간 경제학이 크게 공헌한 것 중 하나는 시장을 통한 경제 운용이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발견을 토대로 많은 국가가 시장경제를 도입했다. 심지어는 사회주의 국가인 러시아, 중국 그리고 북한에서도 시장경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어떤 국가에서는 시장경제가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또 다른 국가에서는 그다지 큰 성과가 없었다. 이 책은 이와 같은 성공과 실패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기존 주류 경제학이 간과한 시장의 설계에 있음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밝히고 있다.

시장의 작동에서 매우 중요한 설계에 대하여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이 책을 극찬했다.

예를 들어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컬럼비아대의 조지프 스티클리츠 교수는 “시장의 가능성과 한계를 이해하는 데 이 책보다 더 훌륭한 가이드는 없다”고 칭찬했으며, 197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케네스 애로도 “우리가 알아야 할 현대의 경제 이론과 경제 활동의 형태를 균형 있게 개괄하고 있으며, 시장이 왜 성공하거나 실패 또는 남용되는지 그 이유를 잘 설명해주는 핵심적인 사례들을 소개한다”고 평했다. 또한 유명한 경제지인 포브스는 이 책이 “시장경제가 왜 어느 나라에서는 경제 기적을 낳으면서도 어느 나라에서는 실패할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시장경제야말로 유일한 자연 경제

러시아에서 실패한 시장경제가 독재 국가 중국에서는 어떻게 성공했을까? 이 문제에 대한 또 다른 면이 바로 시장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며, 21세기의 시장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맥릴란 교수는 시장이 올바로 설계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먼저 시장거래 시스템의 자연 진화다. 시장 기반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자연스럽게 발전한다. 상거래 체계는 시장 참여자들이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혁신을 시도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진화하며 발전한다. 자연 진화야말로 시장의 주요 견인력이다.

일례를 들면 정보와 신뢰가 필요한 다이아몬드 시장을 대표하는 뉴욕의 다이아몬드 딜러들은 계약서도 없이 구두 계약으로 수백만달러어치의 다이아몬드를 주고받는다. 이런 거래가 가능한 이유는 소수의 거래인만이 이 거래에 참여할 수 있고, 한번 계약을 위반한 상인은 더 이상 다른 거래인들과도 거래할 수 없는 구조로 뉴욕의 다이아몬드 시장이 자연스럽게 진화했기 때문이다. 이런 자연스러운 진화 과정이 보장되어야 시장이 올바르게 설계된다는 것이다.

올바른 시장 설계를 위해 필요한 또 하나는 바로 정부다. 그리고 정부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진화과정을 보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필요한 경우에 규칙을 강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맥밀란 교수는 무엇보다도 시장과 정부의 관계를 이렇게 정의했다.

“시장과 정부의 관계는 미묘하다. 정부의 그 어떤 계획보다 시장이 경제를 더 제대로 작동시킨다. 또한 정부는 시장을 왜곡하기도 한다. 하지만 경제가 그 가능성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독점력과 정보 격차

시장경제보다 더 좋은 경제 시스템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시장경제가 최상의 경제 시스템이다. 하지만 시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들이 있는데, 외부효과나 독점력이 있는 경우와 정보를 소유한 쪽과 소유하지 못한 쪽으로 나뉘어 이들 사이에 정보 격차가 해소되지 못하는 경우다.

이 중 하나인 정보 문제가 나타나는 상황을 보면, 경영진은 외부 투자자에 비해 회사의 경영 정보에 정통하다. 제멋대로 행동하는 경영진이라면 회사의 순이익 중 상당 부분을 조작할 수도 있다. 회사의 자산이나 상품 가격을 일부러 낮추어 자기들이 직접 설립한 기업으로 넘길 수도 있다. 회사와 지나치게 높은 임금계약을 맺거나 두둑한 수당을 받고 심지어는 후한 조건의 대출까지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일반 투자자가 이런 경영진을 감시하기는 힘들다. 경영자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법률로 정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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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택 / 이화여대 경제학과 부교수 sangkim@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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