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초대 에세이

나는 날마다 로또복권에 당첨된다

  • 글: 최윤희(카피라이터)

나는 날마다 로또복권에 당첨된다

2/3
어느 날(아들며느리가) 강아지까지 데리고 외출하면서 글쎄 영감 혼자만 뎅그러니 남겨뒀대잖여? 괴짜영감은 화가 나서 강아지집에 들어가 있었대지 뭐여.

저녁 때 아들며느리가 돌아왔겠지? 할아버지가 강아지집에 있으니 난리가 난 거여. 아버님이 치매 걸리셨다, 망령이 드셨다 하면서 호들갑을 떨고 난리가 났나벼.

그 영감이 동네방네 떠나가도록 이렇게 말했대여. 이눔들아, 느그들은 나를 강아지 취급도 안하잖여? 나는 차라리 여기서 강아지하고 살란다. 그러면 강아지 주는 고기허고 밥은 때 맞춰 줄 것 아녀? 아들며느리가 두 손 두 발 싹싹 빌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한 다음에야 괴짜 영감은 강아지집에서 나왔다는 거여.”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여기저기서 할아버지를 성원하는 동병상련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아이고, 오죽하면 그랬겄어? 요즘 아들며느리들 정말 반성해야 혀….” 혀를 끌끌 쯧쯧 차는 할머니들을 보면서 나는 피식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 이야기 하나만으로도 나는 로또복권에 당첨된 것보다 훨씬 더 행복했다.

사실 로또복권에 당첨된다면 우리는 마냥 행복하기만 할까? 아마 머리를 싸매고 끙끙 앓아누워야 할지도 모른다. 간절히 갖고 싶다고 열망할 때, 그 순간은 행복하지만 막상 그것을 갖게 되면 상상하지 못했던 돌발변수가 UFO처럼 튀어나오기도 한다.



갑자기 돈벼락을 맞으면 그동안 얼굴도 모르던 친척들까지 나타나 손을 벌릴 것이다. 집안에 전자감시장치를 달지 않으면 불안해서 잠들 수 없을지도 모른다.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골머리를 앓아야 한다면 과연 무엇을 위한 로또복권이란 말인가?

나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강의를 한다. 만나는 사람들의 나이나 직업도 천차만별이다. 파릇파릇한 중학생부터 대학생, 농사짓는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교도소 재소자들, 그것도 전국에서 모인 20∼30대의 강력범들. 그런가 하면 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의 사장님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실 직원들에게도 강의를 한다. 만나는 대상이 다양하다 보니 느낌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경상도 지역의 시청공무원들에게 강의를 하고 난 후였다. 40대 초반의 남자가 나에게 다가와 사인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고는 이런 말을 던지는 것이었다.

“선생님 강의를 듣고 나니 꼭 쓰레기더미 속에서 금반지를 찾은 것 같습니다!”

그 순간 나의 가슴은 또 하나의 로또복권에 당첨된 듯한 감격으로 출렁였다. 띨띨하기로 소문난 나에게 용기를 준 그 순박한 남자의 웃음을 무엇에 비할 수 있으랴?

우리 앞집 아이엄마에게 들은 이야기도 몇 억원 이상을 호가하는 웃음을 나에게 선물했다. 유치원 단짝이 이사가니까 하루종일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는 아이.

“엄마, 준이 보고 싶어 어떻게 살지? 나도 준이 따라갈 테야!”

하루도 못살 것처럼 슬퍼하던 아이는 일주일쯤 지나자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아직도 준이 보고 싶어?”

엄마가 묻자 아이는 눈을 말똥말똥 뜨고 물었다.

“엄마, 준이가 누구야?”

아무리 딸이지만 너무 심하다면서 웃는 젊은 엄마.

그러나 나는 아이가 너무 귀여워 뺨을 꼬집어주었다.

어휴, 이 귀여운 것!

나는 운전을 하지 못해 주로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그러나 몸이 아프거나 급한 일이 발생하면 택시를 탄다. 어제도 지방대학원 강의를 하느라 새벽에 귀가하게 돼 택시를 탔다. 시간은 새벽 2시45분. 나는 기사아저씨에게 물었다.

“언제 나오셨어요?”

“아침 9시에 나왔는데 이제 들어가려던 참이에요.”

“세상에? 아침부터 새벽까지 일하시다니 얼마나 피곤하실까?”

“내일은 쉬니까요!”

“요즘 경제가 어렵다는데 오늘은 얼마쯤 버셨어요?”

그는 싱긋 웃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도 오늘은 많이 벌었어요. 10만원하고도 5만원이 넘습니다.”

나는 재빨리 산수를 해봤다. 18시간 정도 ‘쌔 빠지게’ 일하고 번 돈이 15만원!

그 수입이 다른 날에 비해 많은 편이라며 웃는 아저씨!

그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강변도로를 시속 130km에 육박하는 속도로 질주하고 있었다. 핸들을 움켜쥔 그의 손을 보며 문득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목숨을 걸고’ 핸들을 잡은 채 달려가는 저 손! 오늘도 그렇게 보석처럼 소중한 땀을 흘리며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그들 덕분에 대한민국이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버티고 있는 게 아닐까?

2/3
글: 최윤희(카피라이터)
목록 닫기

나는 날마다 로또복권에 당첨된다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