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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특집|폐허된 정치, 찢겨진 사회…한국은 몇시인가

“고건 대행체제, 책임총리제 개헌 불씨 될 수도”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긴급방담

“고건 대행체제, 책임총리제 개헌 불씨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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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대행체제, 책임총리제 개헌 불씨 될 수도”

최영훈

정연욱 헌재의 탄핵소추 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회 법사위와 청와대는 불꽃 튀는 논전을 벌여야 합니다. 이런 과정이 총선이 임박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므로 그 과정에서 ‘선거법 위반’ ‘측근 비리’ 등 추상적이고 짧은 의미로 전달된 탄핵 심판의 사유가 자세히 이슈화되어 국민에게 평가지수로 제시될 것입니다. 국민들은 다시 한번 냉정하게 탄핵가결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 야당은 대통령 탄핵 사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접근해 왔습니다. 실정법 위반의 근거가 선관위의 선거법 위반결정에서 촉발됐지만 실제로 야당은 여러 가지 측근비리 문제나 대통령의 발언들에 대한 위법성 논란을 검토했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고 실제로 대통령이 출석해서 그에 응답하는 상황을 국민들이 지켜보면 어떤 식으로든 총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반병희 야 3당은 일단 고건 띄우기, 노무현 지우기에 주력할 것이 거의 확실시됩니다. 어떤 집단화 내지 군중화를 통한 의사표현이 현재의 여론을 지배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1년 집권과정에 대한 평가, 또는 고 권한 대행의 안착 여부에 따라서 ‘미들클래스의 쿠데타’ 같은 움직임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봅니다.

“노무현이 저렇게 약했나”

윤영찬 그런 시각도 있을 수 있지만 그 시각에는 허점이 있습니다. 일반 대중 사이의 반노 현상은 노무현 대통령을 보면서 발생한 것이거든요. 1년 동안 노무현 대통령의 거친 언사라든지 세련되지 못한 통치행위, 지나친 아집이나 고집 등을 눈으로 직접 목격하면서 반노 현상이 커지게 된 거죠.



반노 현상은 결국 총선을 통해서 심판돼야 할 대상임에도 사실상 야 3당이 의석수를 가지고 자기들이 먼저 심판한 결과가 됐거든요. 이에 따라 한나라당이나 야당이 유도하던 ‘노무현 심판’ 구도가 매우 불투명해졌어요. ‘노무현이라는 존재가 저렇게 약한 존재구나’ 라는 역동정심을 유발함으로써 전선 자체가 희미해졌다는 것이죠.

사회 과연 탄핵할 만한 사안으로 탄핵 가결했느냐를 두고 굉장한 논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정연욱 기자가 얘기했고 반 차장은 ‘미들클래스의 쿠데타’라는 새로운 구도를 예측하기도 했는데, 거기에 대해 윤영찬 기자는 야당이 섣부른 대응을 하는 바람에 열린우리당 우위 구도가 계속될 것이라는 반박론을 폈습니다. 청와대의 입장은 어떤 것인지 궁금한데요. 일각에선 “노무현 대통령에게 드디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걸려들었다”는 얘기도 합니다. 탄핵 가결과 이후 벌어질 여론의 역풍 사태를 노 대통령이 상당 부분 예견한 게 아닌가, 적극적으로 의도하지는 않았는지 모르지만 예상하고도 방치한 것은 아니냐는 시각입니다.

김정훈 일종의 전략적 방치에 대한 논란입니다. 의도적으로 방치했건 전략적으로 방치했건 청와대는 그런 시각에 대해 부인하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우리가 방치한 것은 아니다. 어떻게 대통령직이 걸려 있는 문제를 그렇게까지 할 수 있겠느냐’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도 청와대가 정교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탄핵 문제만큼은 자신 있다는 자신감의 위에서 강공을 했던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청와대에서는 탄핵 국면이 오면서 자연스럽게 노 대통령의 재신임 문제와 총선이 연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습니다. 재신임 문제의 경우 노 대통령은 총선 결과를 놓고 자기의 신임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의사가 있는 것 같아요. 탄핵 심판에서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기각됐을 경우, 누구든 또다시 “그럼 재신임 문제는 어떻게 됐느냐”고 얘기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대통령은 국회 표결 전까지는 굉장히 강하게 밀어붙였는데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에는, 청와대 참모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상당히 안정돼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흥분해서 또다시 뭔가 일을 저지를 것 같은 상태라기보다는 신중하게 자기를 관리하고 조심스럽게 대응하려는 듯 보인다고 합니다. 헌법재판소에 출석하는 문제라든지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는 문제는 백지상태에서 다시 검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노 대통령이 특유의 모습을 다시 드러낼지도 모르겠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다고 보입니다.

盧-정동영의 심야 회동

윤영찬 탄핵정국은 노 대통령의 전략에 야당이 말려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당시 청와대 분위기를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기자회견 전날 여러 참모가 강공으로 나가는 것을 말렸고, 참모들은 7대3 정도로 어떤 식으로든 사과 형태를 취하는 게 좋다고 건의를 했습니다.

그날 저녁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청와대에 찾아와 사과문제에 대해 간곡하게 얘기했음에도 노 대통령이 결국 자기 페이스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말았답니다. 그날 정동영 의장은 어두운 얼굴로 국회 본회의장 농성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정동영 의장이 노 대통령과 만날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청와대의 한 인사가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결국은 정동영 의장이 설득을 당하고 돌아갈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승부욕은 어떻게 못할 것이다.”

제가 보기에는 어떤 전략적인 측면보다는 노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퍼스낼러티, 즉 승부욕이 탄핵정국을 불러온 한 요인일 듯합니다. 위기에 처할 때 오히려 강공을 하는 스타일이 이런 상황을 불러오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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