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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특집|폐허된 정치, 찢겨진 사회…한국은 몇시인가

‘의회민주주의 승리’ vs ‘제2의 6월항쟁’… 보혁갈등 기폭제 되나

  • 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의회민주주의 승리’ vs ‘제2의 6월항쟁’… 보혁갈등 기폭제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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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범국민행동(준)은 노사모 등 친노단체들과는 애써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범국민행동 참가단체에 정당 및 그와 연관된 단체들은 물론 노사모의 참가마저 배제했기 때문이다.

범국민행동의 조직구성을 맡은 환경운동연합 서주원 사무총장은 “민주질서를 해친 탄핵안 가결에 대한 국민적 비판여론은 노무현 대통령이나 여당에 대한 지지와는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며 “범국민행동을 노사모와 함께 움직이는 조직으로 오도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국민들의 순수한 자발적 조직인 만큼 친노-반노의 이분법적 틀에 끼워맞추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3월7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과 국회 앞에서 줄곧 탄핵 반대 시위를 벌였던 노사모측도 마찬가지다. 노사모 사무국의 한 관계자는 “3월13일 하루만 해도 미국·일본 방송사 등 외신을 포함해 약 60개 언론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노사모는 탄핵 국면이 종료될 때까지 아무런 사업도 만들지 않을 계획”이라며 “지난 2월 한달 내내 노사모가 조류독감에 따른 ‘닭 먹기’ 캠페인을 전개했는데 언론엔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한낱 인터넷 게시판에 불과한 ‘국민참여 0415’를 일부 언론은 실체가 있는 또 하나의 단일조직으로 보도하는 등 신뢰할 수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극도의 경계심을 나타냈다.

노사모 심우재 회장 역시 3월13일 노사모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회원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에서 ‘이제 노무현은 우리 노사모가 아니라 국민의 손으로, 마음으로 넘어갔다. 노사모도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한나라당, 민주당, 수구언론들이 국민의 열화와 같은 분노의 함성을 노사모만의 극렬 집회로 보도하고 있다. 노사모의 상징을 접고 거리로 나가달라’는 요지의 메시지를 밝혔다. 그러나 실제 집회현장에선 주최측만 다를 뿐 한목소리로 ‘탄핵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맞불 지피는 보수진영



이와 대조적으로 탄핵안 가결을 ‘의회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평가하는 보수단체들의 분위기는 ‘정중동(靜中動)’으로 요약된다. 3월12일까지만 해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탄핵 촉구 집회를 열었던 보수단체들은 탄핵안 통과 이후 일절 집회를 갖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런 외형적인 잠잠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언제든지 ‘액션’을 취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어 참여정부 출범 이후 줄곧 첨예한 대립을 보여온 보혁(保革)갈등의 분수령이 될 조짐마저 엿보인다.

자유시민연대 김구부 사무총장은 “방송에서 탄핵 반대 집회 소식을 마치 ‘붉은악마’ 생중계하듯 내보내고 있지만, 우리까지 나서면 혼란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친노세력의 움직임을 계속 주시할 것”이라 말했다.

이를 방증하듯, 보수단체들로 구성된 ‘노무현 대통령 탄핵촉구 국민연대’(공동대표 박찬성·북핵저지시민연대 대표)는 3월13일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시국 기자회견을 갖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새 역사를 연 것”이라며 노 대통령의 조속한 사임을 촉구하는 대규모 구국기도회 및 캠페인을 벌여나가는 등 여론몰이에 나설 방침임을 밝혔다.

흥미로운 사실은 보수단체들이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 당위성을 북한 인권문제와 결부시킨다는 점이다. 인터넷 ‘독립신문’ 신혜식 대표는 “탄핵안 가결을 환영하지만, 야당이 적시한 선거법 위반, 권력형 부정부패, 국정 혼란 및 경제 파탄의 3가지 탄핵소추 사유로는 미흡하다. 북한 인권을 외면한 노 대통령의 친북정책에 관한 문제도 덧붙여야 했다”며 “현재 노 대통령의 선거 개입에 대해 별 문제 없다는 방송보도가 이어지는데 헌법재판소는 잘못된 선례를 남겨선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해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2002년 대선 결과와 관련,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대법원에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해 지난 2월2일 9차 심리까지 마친 ‘주권찾기시민모임’(주시모)도 선고를 기다리며 ‘부정선거 심판=국민의 소송’이라 외치고 있다. 주시모 이기권 대표는 “병풍(兵風) 조작사건, 이회창 후보 20만달러 수수설, 기양건설 10억 제공설 등이 모두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지지 않았느냐”며 “탄핵도 탄핵이지만,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였다는 사실이 곧 드러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탄핵 찬반을 둘러싼 민심의 극명한 충돌이 자칫 ‘감성과잉의 이분법적 대결구도’로 흐를 경우 4·15총선이 지난 대선에 이어 또다시 국민들에게 깊은 생채기를 남길 이념쟁투의 결정판이 될 우려가 높다는 데 있다.

사회의 균형을 지탱하는 것은 보수와 진보의 양대 축이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남짓한 동안 대북(對北)·대미(對美) 관계를 비롯해 교육·환경·노동 등 거의 사회 전분야에서 빚어진 이념논쟁은 사상 유례없는 심각한 갈등을 낳았다. 이는 물론 참여정부 탄생이 당시까지 우리 사회의 주류를 형성했던 보수세력의 위기감을 높인 일대 사건이라는 ‘태생적’ 측면과도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이번 탄핵정국으로 4·15총선이 한국 정치권의 진정한 이념적 분화 가능성을 가늠해줄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기엔 역부족이 돼버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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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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