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호

서울시 김영걸 건설기획국장 “시민의 땅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

  • 글: 김현미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khmzip@donga.com

    입력2004-03-26 16: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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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청앞 광장을 약속했던 이명박 서울시장은 2004년 2월 분수대 철거를 시작으로 광장조성에 들어갔다. 그러나 애초 현상공모 당선작인 ‘빛의 광장’을 보류하고 ‘잔디광장’을 조성하고 있다. 그 경위에 대해 서울시 건설기획국 김영걸 국장이 시측의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 김영걸 건설기획국장 “시민의 땅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
    -당선작에 대한 보류 결정은 무슨 의미인가. 임시로 잔디광장을 조성하고 나중에 당선작대로 다시 만들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포기인가.

    “보류는 보류다. 현시점에서는 기술적인 문제가 너무 많고 비용부담도 커서 시행할 수 없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다. 그 문제가 해결되면 당장이라도 시행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효’라고 하지 않는 것이다.”

    -당선작대로 시공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비용이다. 공모할 때 예산을 40억원으로 잡았다. 그런데 당선작대로 하려면 200억원 가까이 든다. LCD모니터 한 대에 200만원이다. 200만원짜리 바닥 포장재라는 것만으로도 말이 많은데 그렇게 깐 모니터를 3년마다 교체해야 한다. 둘째는 기술적인 문제다. LCD를 깔면 보온과 냉방을 따로 해줘야 하고 환기, 방수시설도 별도로 해야 한다. 그 시설과 유지관리에만 엄청난 비용이 든다. 처음에는 모니터 제조회사로부터 기증받아 해결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문의했으나, 비용도 그렇고 기술적으로도 곤란한 정도가 아니라 ‘난센스’라는 반응이었다.”

    -그렇다면 애초 당선작을 낸 것이 잘못 아닌가.



    “당선작의 작품성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심사위원들은 아이디어의 참신함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안다. 그러나 막상 검토작업에 들어가 보니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시청앞광장조성위원회 위원 중에는 이 안대로 추진하면 당장 사퇴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물론 지금도 원안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도 있다.

    그러나 5~6개월 검토 끝에 당장 시행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났다. 이미 지난해 여름 시장님께 현시점에서는 이 안을 보류시킬 수밖에 없다고 보고했다. 내부적으로 충분히 검토했기 때문에 졸속 결정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해명할 수 있다.”

    -그동안 당선자 쪽에서 기술이나 비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안을 한 것으로 아는데.

    “기술적인 부분은 그렇다 치더라도 비용을 장사나 광고로 충당하자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시청앞 광장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평당 3000만원 혹은 4000만원일지 모르겠으나 이곳은 시민의 공간이다. 어떻게 여기서 수익사업을 한단 말인가. 이 요지에서 장사를 한다면 1년에 100억, 아니 1000억원 이상 벌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시민들이 용납하겠나? 장사해서 그 돈으로 광장을 만들자는 데 공무원으로서 동의할 수 없었다.”

    - ‘빛의 광장’을 보류했다면 ‘잔디 광장’은 누가 어떻게 결정했나. 시청앞광장조성위원회에서 한 것인가.

    “조성위원회는 광장을 만들 것이냐 말 것이냐, 공모작으로 할 것이냐를 결정할 뿐이다. 설계는 서울시 건설본부에서 했다. 잔디광장이란 열린 공간으로 만든다는 의미기 때문에 특별히 논의가 필요치 않다. 잔디를 깔면 메마른 도심공간에서 환경친화적인 느낌을 주지 않겠느냐고 해서 결정했다. 잔디를 깔아놓으면 그 안에서 일광욕도 하고 공놀이도 할 수 있지 않겠나.”

    -5월1일 ‘하이 서울’축제에 맞춰 공사를 서두르고 있다는 인상이다. 광장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던 것 아닌가.

    “광장조성에 대한 결론은 이미 2002년에 내려졌다. 이명박 시장이 공약으로 내걸었고, 서울시민의 80% 이상이 찬성한 일이다. 그런데 1년 이상 논의만 했다.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다. 일단 오픈 스페이스로 만들어놓고 포장을 하든 잔디를 심든 그것은 다음 문제다. 세부적인 검토는 나중에 하기로 했다. 이리저리 잘려나간 땅을 네모 반듯하게 만들어 놓으니까 4000평 이상의 땅이 시민에게 돌아오게 됐다. 경제적 가치로만 따지면 평당 3000만원이라 해도 1200억원이 넘는다. 이렇게 귀한 땅이 그동안 버려져 있었다. 그것을 시민들에게 하루빨리 돌려주자는 취지를 이해해달라.”

    -청계천 복원공사에다 시청앞광장 조성까지 시민들에게 너무 많은 불편을 감수하게 하는 것 아닌가.

    “당장 시청앞 광장의 교통흐름을 보고서 이야기 하자. 서울시 교통상황실에 가서 물어보면 안다. 교통량은 전과 같고 속도도 같다. 20년 동안 교통문제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막상 시행하고 보니 문제가 없다. 과거 시청앞 광장 교통흐름은 굉장히 복잡해서 이것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3년이 걸렸다는 말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 광장을 만들면서 그 흐름을 단순화했다. 왼쪽으로 가면 좌회전, 오른쪽으로 가면 우회전으로 아주 쉽다. 교통체계를 바꾼 첫날 오전에만 약간의 혼란과 정체가 있었을 뿐이다. 시장님께나 기자들에게도 일주일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시민들이 일주일만 협조해주면 교통문제는 금세 안정될 것으로 보았다. 그대로다.

    시청앞 광장은 역사, 문화적으로 큰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행정마인드’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솔직히 공무원은 위험부담이 큰 일을 하려 하지 않는다. 밀어붙였다가 시민들에게 불편을 준다면 누가 책임지겠나. 그러나 이번 일을 보면서 이렇게 쉬운 일을 왜 진작 안했는지, 왜 20년 동안 논의만 하고 실행하지 못했는지 이상할 정도였다.”

    김영걸 국장은 당선작 보류문제는 광장조성 사업에서 부분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당선자에 대한 보상이나 예우는 별도로 할 것이며, 그 문제에 매달려 광장조성을 연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시청앞에 잔디광장이 만들어져 삭막한 서울의 이미지가 바뀐 후 시민들의 반응으로 이 논란을 끝내겠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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