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경제 포커스

열혈 논객으로 필명 날리는 1인 경제연구소장들

‘한국의 그린스펀’에서 ‘디비보기 도사’까지

  • 글: 허 헌 자유기고가 parkers49@hanmail.net

열혈 논객으로 필명 날리는 1인 경제연구소장들

2/6
그렇다면 한국은? 얼치기들이 설쳐대는 곳이다. 한국은 지식으로 검증받는 사회가 아니라 타이틀(사회적 지위)로 인정받는 사회다. 자신의 역량과 능력이 ‘강호’에서 걸러지지 않는다. 이는 전문가가 부족한 탓이고, 전문가를 길러내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 탓이다. 특히 경제 전문가로 자처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하지 않으려고 생경한 전문용어를 남발하며 보이지 않는 막을 쳐놓아 경제는 일반인들과 동떨어진 분야가 됐다.

외환위기 원인 분석해 주목

한국 사회에 전문가가 부족한 것은 ‘전문가 시장’이 왜곡돼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 시장을 경쟁체제로 바꿔놓지 않으면 한국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김 소장의 생각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전문가에는 대학교수와 정부 관료들이 포함된다.

미국은 대학간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대학끼리 사이가 좋은 사회는 후퇴한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일본도 대학사회의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오는 4월1일부터 모든 국립대학을 문부과학성 소속에서 완전 분리해 독립법인으로 전환시킨다. 미국식 경쟁주의를 도입한다는 뜻이다. 정부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고, 대학에 기부하는 기업 또는 지역유지들로 대학 이사회를 구성해 총장을 선임하고 교수를 채용할 계획이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을 2만달러로 끌어올리려면 “한국 기업이 어떻게 세계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축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기업의 의무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대학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신기술 개발에 나서 이를 기업에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열심히 연구에 몰두하는 교수도 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교수는 권위 있는 저널에 논문을 발표하는 경우도 드물거니와 자신이 배운 학문을 현실과 접목시키려는 노력도 미흡하다. 현실과 이론을 접목하려면 전문가들로부터 실력을 검증받겠다는 용기가 필요한데, 대개의 교수들은 그런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

김광수 소장은 자신의 견해와 해결 방안을 현실에서 인정받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가 일본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귀국해 노무라경제연구소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1997년 말 한국사 초유의 외환위기가 터져나왔지만, 누구도 사태의 원인과 해결책을 내놓지 않자 자신이 그 일을 해내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그해 12월부터 ‘김광수 경제보고서’라는 제목으로 재경부, 금감원, 청와대, 산자부, 한국은행 등의 과장급 이상 공무원들에게 10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돌렸다. 그렇게 자신의 역량을 시험했던 것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당시 외환위기 사태를 맞게 된 원인으로 핫머니의 공격 등 음모론, 재벌기업의 과잉투자 등 재벌 무용론 따위가 지목되고 있을 때 그는 외환 보유 및 거래에 관한 규제 완화와 금리 자유화 또는 환율 자유화를 병행해서 추진하지 못한 정책적 과오가 외환위기의 근본 원인임을 밝혀냈다. 환율이 안정적인 상태에서는 외화 차입과 관련된 환위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국내외 금리차를 이용한 외화 차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한국의 종금사와 은행들은 외국 금융기관의 저금리를 이용해 단기 차입금을 경쟁적으로 들여왔고, 이것이 결국 외환위기를 불러온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각으로 외환위기의 원인을 분석한 보고서를 접한 재경부 관료들은 노무라경제연구소에 전화를 걸어 “도대체 김광수가 누구냐”고 물었다. 노무라경제연구소는 일개 연구원이 경제부처에 그런 보고서를 돌렸다는 사실에 놀라 일본 본사에서 사람을 급파, 김 소장의 의도와 그가 펴낸 보고서를 검증했다. 그는 본사 직원들과 3시간 동안 격론을 벌였다. 그 결과 연구소측은 그가 펴낸 보고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후로도 자유롭게 보고서를 낼 수 있도록 허락했다.

‘연구소 전쟁’ 벌어져야

이후 김 소장은 2000년 8월 자신의 이름을 붙인 경제연구소를 설립하기까지 3년여 동안 ‘김광수 경제보고서’를 발행·배포하면서 고위 관료들로부터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헌재 당시 금감위원장, 고건 당시 서울시장 등이 그의 보고서를 보고 “놀러오라”고 청했으며, 금감위 직원 400여명은 그의 보고서를 텍스트 삼아 강독회를 열었다. 그는 이런 인연으로 고건 총리의 경제보좌관과 서울시 외자유치자문위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김 소장은 “공무원 세계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기 위해 공무원 임금을 현실화해야 하며, 공무원 임금을 현실화하려면 헌법에 보장된 공무원의 신분보장제를 폐지하고 과감한 정부 구조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 전자정부 구현을 통해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겠다며 막대한 투자를 했지만, 신분보장제 때문에 과잉인력 해소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작고 효율적인 정부도 실현하지 못했다. 기업은 정보화의 진전을 통해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나, 정부 부문에선 눈에 띄는 변화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

2/6
글: 허 헌 자유기고가 parkers49@hanmail.net
목록 닫기

열혈 논객으로 필명 날리는 1인 경제연구소장들

댓글 창 닫기

2021/05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